아다치와 시마무라/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백은의시간이 있었으며」- ⑪

포미코 2024. 7. 24. 00:50

원점의 감촉

 

 


시작은 꿈에서부터였다.

시마무라와 키스하는 꿈을 꾸었고, 거기서 지금의 내가 태어났다.

그 이후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모두 내가 모르는 것들로 바뀌어 있었다는 것을 날마다 깨닫는다.

그래서 새로 태어났다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절했다.

약간 심각한 질투심, 조금만 생각하고 바로 움직이는 버릇.

 

소중한 것을 하념없이 바라봐 버리는 시간.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나.

데이트 약속만으로도 밤잠을 제대로 못 자는 나.

그것들을 이제는 극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건 차치하고, 그 이후로 단 한번도 그때와 같은 꿈을 꾼 적이 없다.

내가 기억하는 한, 없다.

에초에 꿈을 잘 꾸지 않게 된 것 같다.

현실에서 마음이 너무 뒤죽박죽이어서 밤에는 그럴 기운도 없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새 잊고 있다가, 문득 이런 때면 생각난다.

키스.

키스는... 어떠려나.

어떠냐니?

어떠냐고 물어봐도 곤란하다.

스스로에게 묻고 자신을 몰아붙인다.

시마무라와 입술을 맞댄다.

입술.. 이라고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확 왼쪽으로 꺾였다.

다가오는 걸 피하듯이 도망치듯이.

방에 혼자였다면 엎드려서 바닥에 얼굴을 박았을 것이다.

쓰러질 것 같은 머리를 어떻게든 똑바로 세우고, 멀리 있는 벽에 의식을 돌리듯 초점을 흐리게 했다.

나하고 시마무라는 연인이고 연인....「에헤헿」재차확인만 해도 이상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헛기침으로 얼버무린다.

금방이라도 탈선해 행복에 빠져들려는 마음을 억누르고, 사귀고 있는 거라고 마음을 굳게 먹고 사실을 코앞에 둔다.

사귀고 있고, 좋아하고, 연인이고..... 그러면 바래도 되는 것일까.

꿈꿔도 되는 걸까. 이번에는 현실에서.

지금 이대로도 넘칠 정도로 행복하고,휘둘리고,쏟아지는 행복에 걷잡을 수 없는데 더 욕심 내게 된다.

욕망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었다.

다른 것에는 별 흥미가 없는데, 시마무라 한해서는 끝이 없다.

무한히 생성되는 시작 점에 올라타 달리기 위해 항상 필사적이다.

그런데 키스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면, 

어떤 질문을 하는 것이 적절한 걸까?

키스해도 될까요? 키스하게 해주세요? 과연.. 물어 볼 수 있을까..?.

눈 밑에 쌓인 뜨거운 것만이 호소한다.

다른 연인들은 어떤 분위기와 흐름으로 그곳에 도착하는 것일까.

역시 이런 건 서로의 마음이 일치해서 하는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마무라도 그런 것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까?

꽤 오래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왜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너무 부끄러워서 머리가 하얗게 멍해졌기 때문이라는 간단한 이유다.

시마무라와의 추억은 그런 것들이 많다.
내가 매일 불안하고 불안정한 것은 사실 그 때문이 아닐까 요즘 의심하고 있다.

좀 더 차분하게 살아보고 싶다.


예전의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두 번째의 나, 시마무라를 알게 된 나에겐 먼 과거일 뿐이다.

하지만 역시 급하게 전진하려고 하면 아마 끔찍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한 발짝씩 나아가려고 한다.

참고로 지금 시마무라가 눈앞에 있다.

시마무라의 집에 놀러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둘이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시간이 늘어나는 것에 행복을 찾으면서도, 나는 서두르듯 계속 달리고 있다.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나와 달리 시마무라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하품을 하고 있다.

귀엽다.

그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 는 것을 지켜보다가 말을 걸어본다.

테이블에 손을 얹고 자연스럽게 앞을 바라보면서.

「시..시마무라 씨...」

「네 왜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르자 시마무라가 턱을 괸 상태로 고개를 들었다.

「왜 웃는거야......」

「아니 아다치가 또 이상.....재미있는 말을 할 줄 알았거든」

그 기대감, 입술 끝이 느슨해져 있었다.

재미있다. 재미있게 말한다.

아니 무리...

「이..입술을...」

「응?」

「....만...지게 해줬으면.. 싶어서...」

눈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을 실감하자.

머리카락 끝까지 땀이 배어나기 시작한다.


이것이 내가 한계까지 쥐어 짠 행동이었다.


「음~.....하아 응.. 뭐 괜찮긴한데」

시마무라는 내 부탁을 대부분 받아줘서 기쁘기도 하지만,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항상 속이 쓰리다.

시마무라를 믿으면서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가끔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자각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위와 아래 중 어느 쪽?

「......양쪽 다」

한쪽에만 키스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시마무라가 테이블을 돌아 이쪽으로 다가온다.

스스로 부탁을 해놓고 다가오는 시마무라에게 한심한 비명이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이상하기만 하고 재미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시마무라가 웃지 않는 얼굴로 다가온다.

이쪽에서도 다가오면 그대로 입술끼리 만나 버릴 것 같은 기세여서 깜짝 놀랐다. 

「자 그럼 어서」

「네......」

시마무라의 입술에 수직으로 뻗은 검지가 떨리면서 포개진다.

시마무라는 무슨 일인가 싶어 내 손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시마무라의 입술을 알기 위한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거의 만져본 적도 없는 시마무라의 입술.

내 손가락이 끓어오르는 것처럼 뜨겁다는 것을 가장 먼저 느꼈다.

입술의 감촉이 손가락에 달라붙을 때까지 정좌 한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목덜미에서 콸콸콸 혈류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시마무라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나 역시 이 행동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필하기에는 너무 먼 길을 돌아가고 있다.

심장이 아파와서 검지를 떼어냈다.

떼어내도 여전히 시마무라 입술의 적당한 두께와 촉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이 감촉을 손가락 말고 다른 방법으로 받는 것이 키스.


시마무라의 입술에 닿은 손가락 끝을 가만히 바라본다.



퍼뜩 눈치채보니 가져다 대고 있었다. 자신의 입술에.

「헤에?」

「앗」

무의식적으로 저지른 일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
그 시종일관 지켜보던 시마무라의 눈동자 속에서 내 얼굴이 빨강과 파랑을 오가고 있었다.
예전에 신호등 같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납득할 수 있는 표현이었다.

「아....」

시마무라가 드물게 나에게서 도망치듯 얼굴을 돌린다.


「아 그거구나... 아다칫치는 지금 어필 하는 거야?」

「아.. 아니, 아니야 아야!」

노노노노, 노노라고 손과 머리를 붕붕 젓는다.

시마무라의 눈이 그 움직임을 확인하듯 따라가며 작게 손을 든다.

지금부터 질문하겠습니다  솔직하게 대답하세요

「윽 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는 기시감이 몇 번이나 밀려왔다.

「키스하고 싶어?」

시마무라가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지만 탐색하는 듯한 느낌으로 내 눈을 들여다보고 있다.

시마무라는 항상 이렇게 나에게서 도망갈 곳을 빼앗는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이건 분명 나를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하게 물어봐준 이상, 이쪽도 제대로 대답하고 싶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 같다. 나도...

시마무라와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고 조금.. 울 것 같아

눈물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역시 그곳이 나의 원점이자 태어난 곳에 가까워서일까.

시마무라와 (꿈에서) 입술을 겹치고, 내가 탄생했다.

즉 시마무라의 입술이 나를 낳았다.

신화 같다.

감탄하고 나서 약간 기분 나쁜 말을 한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다.

「흐으음..... 그렇구나」

그런 의도는 없겠지만 나무라는 듯한 말투로 들려 어깨와 목이 움츠러든다.

내가 거북이였다면 하룻밤은 등딱지 속에 모든 것을 넣고 몸부림치면서 지낼 것이다.

이렇게 다른 동물이 되어 있는 동안 시마무라는.

「자아 크흠.. 어서해」

「후에.......?」

어서해 라는 간단한 한마디가 측두부를 말끔히 때렸다.

날아온 무언가의 뾰족한 부분이 저항 없이 두피를 관통한 느낌이었다.

그 부위를 손으로 확인해 보니 아무렇지도 않고 죽지 않은 것 같았다.
 
「어서해......?」

「해도 좋다라는 거야」

바보의 앵무새에게 정중한 설명이 돌아온다.

이해하기도 전에 목이 메어 숨이 턱턱 막혔다. 

입술을 겹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기분이 될지......좀.. 궁금해

남의 일 같은 말투로 도망치듯 시마무라가 희미하게 뺨을 물들였다.

내가 아니라 시마무라가.

그것만으로도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격렬하게 이해하고, 심장 박동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이마가 찢어질 것 같았다.

무릎을 질질 끌며 도취된 듯 불확실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시마무라에게 다가간다.

괜찮냐고 물었더니 괜찮아, 라고 시마무라로부터 대답을 들은 것 같았다.

그저 편리한 환청을 느끼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된다.

터질 것 같은 머리를 휘청이며, 얼굴을 움직이는 도중에 말하지도 않았는데 혀를 깨물었다.

극심한 통증과 피맛도 금세 무뎌져 의식에서 사라진다.

그럴 겨를이 없었다.

시마무라의 어깨를 격려라도 하는 듯한 기세로 붙잡았다.

시마무라의 어깨가 움찔거리며 불안한 듯이 눈을 가늘게 뜬다.

시마무라는 나를 진정시키려는 듯 코끝까지 물든 얼굴을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시마무라의 미소를 보는 순간 뭔가 억눌려 있던 것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너무 긴장해서 역류할 것 같은 위액일지도 모른다.

턱이 떨린다.

침을 삼키니 정말 위액 맛이 나서 위험할 뻔했다.

설마 내 신맛 나는 위액을 시마무라에게 전달할 수는 없다.

분명 지금 내 얼굴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얼굴이 되어있을 것이다.

낭만 따위는 개입할 여유도 없는 절체절명의 벼랑 끝이었다.

뇌의 일부가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이 전해져 와, 반고리관도 망가져 여러 가지가 뒤엉켜 있었다.

시마무라의 입술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상태가 나빠지고 있었다.

도착하기도 전에 죽는 것은 아닐까 진심으로 걱정이 들었다.

죽기 전에 키스라도.. 라는 조바심에 무릎이 바닥에 걸려 넘어져 몸이 예상 이상으로 앞으로 기울려졌다.  

연애소설같이 필터링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시마무라와 겹쳐진다.

부딪힌다.

힘이 들어가는 정도를 감 잡을 수 없었는데 생각보다 강하게 얼굴이 부딪쳤다.

코는 위치 선정에 실패해 서로의 코를 짓누르고, 광대뼈의 감촉을 주고받아야 했다.

얼굴 부위마다 비명을 지르는 그저 충돌이었다.

실패해버려서 피가 거꾸로 솟구치기도 하고, 바로 눈앞에서 시마무라의 눈꺼풀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끓어오르기도 해서 정말 의식이 날아갈 것 같았다.

입술이 닿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마까지 투욱 부딪혀서 얼굴끼리 닿지 않은 위치가 어딘지 파악이 안된다.

시마무라의 속눈썹까지 닿는 거리가 계속 이어져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렵다.

입을 의식해 얼굴을 더 움직이자 딱딱한 무언가를 긁어내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아마 내가 비명을 지르며 뛰어내렸을 것이다.

지금... 분명 지금 건...!

시마무라의 앞니다.

시마무라의 안쪽에까지 닿아버린 듯한 금기와 배덕에 힉..히이익.. 공포가 새어나온다.

기쁨은 마비되고 필사적이고 눈이 말라 있었다.

아마 눈 깜빡이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을 것이다.

시마무라는 찌그러진 코와 이마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고 있다.


미안하다거나 아프지 않았는지 일부러 그런거 아니라던가 혼란과 사과가 뒤섞여 혼돈을 거듭한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정리가 안 된다.

숨이 가빠지고 뇌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나라도 알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내 키스는 놀라울 정도로 엉터리였다는 것 뿐이다.

반쯤은 그냥 박치기였다.

이건 나중에 그 서투름에 죽고 싶을 정도로 서투른 키스였다.

하지만 나중에 죽는다고 치고, 아직 살아 있는 지금을 계속 바라본다.

시마무라의 손끝이 입술까지 도달한 것에 눈을 가늘게 뜨고.

이거 아다치의 피맛이다

피.

혀 깨물었던 행동의 잔재.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반응이 늦어지자 시마무라는 그것을 뱉어내지 않고 삼켜버렸다.

그리고 말했다.

「피맛은... 자신의 것과.... 다르구나...」

잔재를 맛보는 듯한 희미한 목과 혀의 움직임.

 

심장이 밑바닥에서 두들겨 맞아 울부짖는 듯한 격렬한 울렁거림이 일어난다.

그냥, 그냥, 숨이 막힌다.

내 피를 핥는 시마무라를, 모습을, 몸짓을, 순간이.

확실히 내 머리에 무언가를 꽂아 넣었다.

검은 가시돋친가 말뚝이 내 머리 속으로 푸욱푸욱 박혀 들어갔다.

그 찌른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피처럼 선명하지 않은 짙고 검은 액체였다.

「이걸로 일단은 키스한 커플이 되었습니다아....이려나..?」

헤헤헤 시마무라가 어정쩡하게 웃으며 애매하게 피스 마크를 만들었다.

찌이이잉 이명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야 가장자리에서 팔이 움직이고 있었다.

남의 일처럼 먼 거리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마무라의 어깨에 불안정한 비행을 그린 손이 내려앉는다.

닿는 순간 손바닥의 강렬한 열기를 느꼈다.

피의 순환이 끝없이 가속해  혈관을 헤엄치는 것에 끝나지 않고 손끝이나 눈가에서 흘러넘치는 것 같았다.

조..

「좋아해」

좋,,아해에!!

그것만이 입가에 원형을 유지한 채로 남아 있었다. 

그 외에는 시마무라 입술의 감촉밖에 없다.

꿈에 닿았다는 불확실한 현실밖에 없다.

웃고 있는 시마무라의 뺨이 천천히 붉게 물들어 간다.

지켜보는 눈동자에서 무언가가 들어와 내가 녹아내리듯 부서져 간다.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지고 또 다른 내가 태어난다.

시마무라에게 살해당하고, 시마무라에게 태어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이 그런 인생이라는 것에 피가 눈물 대신 외치고 있었다.

 

 

원점의 감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