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치와 시마무라/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백은의시간이 있었으며」- ⑫

포미코 2024. 7. 26. 02:09

『두 사람만의 나라』

 

 

 


「우선 집안일 말이야 분담 할거야? 당번제로 할거야?」


「으음......」

아직 한입도 안 먹은 도넛의 구멍을 응시하면서 시마무라가 말한 의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서로 매일의 일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바쁜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그러니 바쁜 날에는 집안일을 당번제로 한다고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유 있는 사람이 집안일을 한다……이런 느낌으로 가는 건 어떠려나?」

「오~ 수준이 높네~」

도넛을 한입 먹은 시마무라의 눈꼬리가 아마도 그 달콤함에 느슨해졌다.

우리 사이에는 앞으로 많은 것을 정해나가기 위한 노트가 있고, 강렬한 색조의 조명이 있고 서로의 음료가 있고 그리고 상냥한 미소가 있었다.

꿈이나 희망, 그런 것들을 구체화하면 이런 형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따스한 행렬이었다.


그리고 시마무라 옆에는 선물용 도넛이 든 봉지가 있다.

그런 것이 매번 있는 것이 지금의 나와 시마무라의 큰 차이점인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내 옆에는 도넛 대신 종이학이 놓여 있다.

시마무라가 여유 있을때 종이를 접어 이쪽에 놓아주었다.

역 구내 도넛 가게에서 마주 보고 앉아 그야말로 도넛처럼 달콤한 꿈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라고 말이다.
정말 소중하고 가슴 설레는 이야기.

나와 시마무라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그런 관계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우왕좌왕하고, 울고, 기뻐하고, 일희일비의 격렬했던 고교시절이 꿈처럼 느껴진다.

그때의 제자리를 돌기만하고  혀를 깨물거나 잠을 못 자서 속이 쓰리던 날들이 지금의 영양분이 되었을...... 아마도

아직 같이 살기로 정했을 뿐이다.

이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은 두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이사라는 것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보자기를 아무리 펼쳐도 모든 것을 다 싸서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어디쯤에 살지는 서로의 직장이 정해지면 그때 가서 정하자」

「응」

시마무라가 노트에 결정한 것을 하나씩 써넣어 간다.
여러가지 쓰고는 있지만 되짚어 보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두 사람이 함께 꿈을 정리하는 것 자체에 분명 의미가 있고 가슴이 벅차오를 것임을 알았다.

「침실은 둘이 같이 쓰면 되겠지」

「에?... 무,,물론이지」

조금 당황스럽다.

그렇구나.. 함께 살게 되면 매일 밤 시마무라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건가.

상상해 보았다.

만약 여기가 밖이 아니었다면 방바닥을 뒹굴고 있는 중이었을 것이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침실뿐만 아니라 동거를 시작하면 모든 것을 시마무라와 함께 하는 것이다.

세세한 생활의 모든 것을 시마무라와 함께 나누게 된다.
그것은 분명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시마무라의 일면과 버릇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는 불안은 없고 가슴에 소용돌이치는 것은 비약적인 기대감뿐이다

참고로 나는 단 한 번도 시마무라에게서 내가 싫어할 만한 점을 발견한 적이 없다.

정말 없다, 전적으로 긍정이다.

왜냐하면 시마무라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있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은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의 시마무라다.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는 것은 다른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나는 옛날부터 좋아하는 것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집착할 만한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시마무라는 그런 나를 깜짝 놀랄 정도로 빠져들게 한다.

아아 내가 좋아하는 것은 시마무라구나 라고 실감하게 해준다.

계속 찾아 헤매던 것을 고등학교 때 발견하게 되었다.

그 때에 내 인생이라는 것이 정해져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안 먹어?」

계속 가지고 있을 뿐 입을 대지 않는 프렌치 크룰러에게 시마무라의 시선이 쏠린다.

도넛도 그렇다.

먹으면 달다고 생각한다.

맛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마음이 싹튼 적은 없다.

분명히 내 마음에는 뭔가 결정적인 것이 결여되어 있다.

하지만 시마무라는 그런 나에게도 상냥하게 미소를 지어주는 것이다.

그 사실을 문득 깨닫고 가끔씩 혼자 울기도 한다.

「아,, 아아앙」

내밀어 본다.

「어라 고마워」

시마무라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 없이 목을 쭉 뻗어 프렌치 크룰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반대로 내가 당할 때는 대개 목덜미가 뻣뻣해져서 아파하는데 말이다.

「달콤하다는 건 좋지~?」

「아 응」

프렌치 크룰러의 맛을 행복하게 음미하던 시마무라가 같은 눈, 같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설탕의 달콤함이 내 가슴을 태웠다.

둘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물리적인 의미 이상으로 와닿는 것이 있었다.
내 마음에 시마무라가 살게 된 것 같은 그런 도달한 감각이 있었다.
나에게 시마무라 밖에 없는 것처럼 시마무라에게도 나를 많이 의식해줬으면 좋겠다

질식할 정도로 나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시마무라만 있다면 우주의 끝에서 둘만 있어도 상관없고, 반대로 시마무라가 없다면 나는 살 곳이 필요가 없다.

반드시 찾으러 갈 것이다.

죽어서라도 어디든, 어디까지라도.

그것이 별의 반짝임의 저편에 있든 하늘 너머 천국에 있든 말이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나는 달려갈 것이다.

시마무라와는 언제나 같이 시작하고 싶다.

무언가를 발견하고 무언가를 얻고 시작하고 함께 나아가고 싶다.

발견하는 것, 얻는 것, 시작하는 것은 물론 시마무라에 관한 것이다.

시마무라 이외의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결국 불가능했다.

나에게 있어 세상의 벽과 천장과 바닥은 시마무라에서 뻗어나간 윤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시마무라라는 세상 속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이 바로 나다.

그곳에서 어디에도 갈 수 없고, 가지 않아도 된다고 인정하고 나서 나는 틀림없이 행복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자랑할 수 있다.

이런 게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시마무라는 펜을 놓고 손가락에 희미하게 생긴 그 붉은 자국을 한 번 쳐다보고 나서 말했다.

「그렇네.. 나도 아다치와 같은 기분이야」

짖어대듯 부딪히던 거친 호의가 이렇게 부드럽게 서로 주고받게 되자 입꼬리가 떨렸다.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말이 빛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한 알 한 알씩, 그 빛의 알갱이를 손바닥으로 받아 들여 간다.

같이 살고 싶다고 했을 떄 시마무라는 조금 곰곰히 생각한 뒤에 『그것도 좋겠다』 라고 웃었다.


내가 밤에 잠자리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것은 그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를 언제든지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와 시마무라 둘만의 공간. 

성. 

나라.

체육관 2층에 앉아있던 시절부터 내가 원하는 것은 똑같았다.

나는 변하지 않는 인간인지도 모른다.

변화를 거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마음도, 생각도, 계속 변하지 않고 싶다.

꿈으로 만든 종이학이 지금 막 날아오르려고 하고 있었다.

 

 

『두 사람만의 나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