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치와 시마무라 SS2 「게이머즈 유료특전」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별다른 이유나 전조도 없이, 호감도가 눈에 보이게 되어 있었다.
이건 뭐, 가끔 찾아오는 그런 녀석일 것이고, 그 파도에 올라타는 게 내 역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종류의 불가사의한 현상은 하루가 지나면 사라진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기에, 겁내지 않고 자, 한 번 가보자 하며 이불에서 나왔다.
「잘 잤니 빨리 와서 밥 먹어」
부엌에서 엄마가 빈자리에 앉으라고 손짓으로 재촉한다.
자리에 앉고 나서 옆에 있는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나랑 달리, 벌써 자고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도 정리하고 머리도 묶은 상태였다.
자고 일어나도 쓸데없이 활기차 보이는 건 엄마를 닮은 걸까.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우유 든 컵을 손에 든 채 이쪽을 바라본다.
「뭐야 언니」
「아니... 오늘도 귀여운 내 여동생이네 싶어서」
「뭐?」
빈말로 호감도 상승을 노려봤지만, 수상하게 여겨질 뿐이었다.
「엄마 언니 이상해」
「핫하하하 항상 이상하잖아」
턱을 괴며 호탕하게 말하고 있지만, 이 엄마한테 만큼은 듣고 싶지 않다.
평일 아침이면, 나와 여동생이 나란히 앉고 그 맞은편에는 엄마와 야시로가 앉아 있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전에 본 적 있는 사자 파자마를 입고, 빵에 잼을 바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 이상한 생물은 우리 집에서 존재 하고 있다.
언제나
「시마무라 씨도 바르시겠습니까?」
「그럼 잘 먹을게」
이것도 호감도가 낮았다면 안 줬을지도 모르겠네 하는 생각이 스쳤다.
야시로의 호감도는 왠지 모르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침을 다 먹고 부엌을 나서려던 참에 엄마가 도시락을 내밀었다.
「자 도시락」
「응...... 그.. 항상 고마워」
마음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평소엔 말하지 않던 걸 일부러 입 밖에 내봤다.
엄마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이내 웃어 넘겼다.
「하하하 더 감사해라」
경박하게 웃으며 흘려보내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그 순간 엄마에게서 호감도가 3이 오른 게 보였다.
오오 이런 느낌이구나.
나에 대한 호감도가 변하면, 머리 위에 삐롱 하고 숫자가 딱하고 뜨는 것 같다.
그 숫자가 오를 때는 아마도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뜻이겠지.
안타깝게도 현재 수치는 표시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호감도가 상승 한 것 같아도 -500이 -497이 된 정도일 수도 있는 거다.
그래도 역시 아무리 솔직하지 않은 엉뚱한 엄마라도 감사를 받으면 애정은 깊어지는 법인 모양이다.
그렇군~... 솔직하지 못한 엄마의 속마음을 살짝 들여다본 느낌이라 조금 재미있었다,
하지만.
처음엔 재미있지만, 전부 다 보이게 되면 금방 무미건조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침을 먹고 기운이 넘치는 사자가 복도를 경쾌하게 뛰어다니는 게 보였다.
내 머리 높이까지 날고 있는 건 그렇다 치고, 이 녀석 호감도 올리는 건 꽤 쉬울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 시험해보기로 했다.
부엌에서 사탕을 가지고 와서 하나 건네 보았다.
「와아~」
우와, 평소엔 절대 볼 수 없는 자릿수의 숫자가 튀어 올랐다.
0의 개수를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억’ 단위였다.
사탕 하나로 약 7억 정도 호감도가 오른 모양이다.
그리고는 바로 사탕을 오독오독 씹어 먹어 삼키자 호감도가 6억 정도......스르르 내려갔다.
그래도 결국 1억 정도는 상승한 채로 남아 있는 셈이다.
뭔가 허술하네.
「뭐랄까 다 먹고 나니 시원하게 내려가네」
「호호호호」
쭈우우욱~ 하고 뺨을 잡아당겨 봐도 평소처럼 웃고 있을 뿐이었다.
자 그건 그렇고, 역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아다치겠지.
아다치의 호감도가 얼마나 오르는지....보이는 걸까?
...... 봐도 되는 걸까~?
망설이면서 학교로 향하는 길에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빠르게 걸어 나란히 서자. 역시 빨간 테두리 안경이 잘 어울리는 나가후지였다.
발소리로 눈치챘는지 이쪽으로 돌아본 나가후지가 미소 짓는다.
「여어 시마마마마마마마마」
「다시 한 번 말해줘」
「후훗 시마마마마마마마마마마마마마마마」
아마 "마"의 개수가 달랐던 것 같다.
인사를 마치고, 그대로 둘이 함께 걷는다.
나가후지랑 단둘이 있는 건 드문 일이다.
이 녀석의 호감도 역시 야시로에 비견될 정도로 수수께끼라고 생각된다.
올릴 수 있으려나?
「뭐야 시마마~」
귀찮아졌는지, "마"가 단번에 사라졌다.
게다가 뭐야 라고 물어놓고는 바로 나가후지가 먼저 움직였다.
「이예~이~」
「이예~」
엄지를 치켜세워오길래, 나도 맞춰서 치켜든다.
으흠! 하고 나가후지가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머리 위를 주목해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안 오르네.. 세운 엄지손가락을 슬며시 내렸다.
허공을 맴도는 엄지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만지며 뭐 어때 하고 다음 대화로 넘어갔다.
「히노랑은 아침에 같이 안가?」
「히노랑은 집이 다르니까~」
당연한 얘기를 명랑하게 말하고선, 이어서 덧붙인다
「미래에는 또 모르지만」
「헤에......」
굉장한 얘기를 하는 것 같긴 한데, 딱히 놀랄 일은 아닌 느낌이었다.
나가후지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히노네 집에 눌러살 것만 같다.
「그 다정한 눈빛은 뭐야 시마마~」
「히노하고 같이 있지 않은 나가후지는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후후훗 나가후지가 기쁜 듯이 콧대를 높였다.
그리고는 머리 위에 2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게 정말로 나에 대한 호감도인지는 모르겠다 싶어서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나가후지는「히노를 찾으러 갈게!」하고 달려가버렸다.
찻았다가 아니라 찾으러 간다는 게 정말 나가후지답고 그게 또 호감이 갔다.
그래서인지 나의 나가후지에 대한 호감도가 살짝 올라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다시 혼자가 된 뒤, 교문 앞에서 아다치를 발견했다.
아다치는 일찍 와서 내가 아직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정말이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그래서 나도 요즘엔 학교에 좀 더 일찍 오려고 하고 있다.
아다치 덕분에 더 건강해진 거 같다.
그 아다치는 눈이 마주치니 후와왓 하고 꽃이 피듯이 입가가 살짝 풀린다.
아다치도 의식하지 않으면 제대로 웃을 수 있는 거 같다.
아다치의 웃는 얼굴을 이끌어내는 게 나라고 생각하니 헤헤헷 하고 괜히 으쓱해진다.
그보다도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버렸다.
다가오는 그 짧은 순간 동안에도 아다치의 호감도가 점점 올라가는 게 보인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머리 위에서 숫자가 삐롱삐롱 춤을 추고 있다.
그 오름폭이 한 자릿수나 두 자릿수 정도가 아니라, 두 자릿수는 기본이고 가끔 세 자릿수도 섞여 있다.
흐으음...
「시마무라 좋은 아침」
아다치가 자연스럽게.....웃으려다 약간 실패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이건 늘 있는 일이지만 인사하는 중에도 물론 호감도 상승은 멈추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에 호감도가 오를 요소가 있는 거지? 하고 나도 모르게 두리번거리며 이유를 찾게 된다.
확인할 수 없는 얼굴을 빼면, 나머지는 전부 평소와 다름없는 나였다.
「시마무라?」
「아.. 응 좋은 아침~」
싱긋 웃으며 인사를 건네자 아다치도 맞추듯이 히죽 웃었다.
아 또 올랐다.
「흐음」
그 상태로 학교 안으로 들어갈 때도, 실내화를 갈아 신을 때도, 교실까지 향할 때도 계속 호감도가 삐롱삐롱 뛰어 오르고 있다.
혹시 나, 살아만 있어도 호감도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상태인 건가? 아다치, 너무 나를 응석받이로 만드는 건 아닌가
이렇게 쉽게 호감도가 오르면, 나는 아무것도 안 하게 될지도 몰라.
안 돼, 그건 안 좋아.
……하지만 멈추는 방법도 모르겠어.
아다치의 마음이 전부 다 보이고 있어라고 말할 수도 없어서 조용히 교실 자리로 향해 앉는다.
교과서를 꺼내는 동안에도 시야 밖에서 호감도가 상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매일 이렇게 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점점 아무 말도 못 한 채 부끄러워진다.
시선이 느껴져 힐끗 아다치 쪽을 바라보니, 곧바로 눈이 마주쳤다.
아다치는 처음엔 놀란 듯하더니, 이내 소심한 눈빛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작게 손을 흔들자, 또 머리 위에 제법 큰 숫자가 떠오르는 게 보였다.
무슨 행동을 해도 호감도가 오르니 자신감을 가지면 되는 건지, 아다치를 걱정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정면을 보고 내 뺨을 살짝 꼬집는다.
이런 말도 좀 그렇지만, 내 얼굴 정말 아다치 취향이구나 싶다.
그 점에 있어선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될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아다치 같은 미인이랑 비교하면, 내 자신감은 쏙 들어가버린다.
지금의 나에게 미인이라는 기준은 분명 아다치 일 것이다.
예전에 만났던 절세의 미인보다도, 나한텐 역시 아다치다.
아다치 최고.
나도 호감도가 한 300쯤은 오른 거 아닐까 싶다.
턱을 괴고 있는데 얼굴이 뜨거워졌다.
수업 중에도 선생님의 목소리나 칠판 긁는 소리 사이로 삐롱삐롱 호감도가 상승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제발 수업 좀 제대로 들어 아다치!
이래도 나보다 성적이 훨씬 좋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나저나 과연 아다치의 호감도라는 건 떨어질 일이 있긴 한 걸까?
굳이 떨어졌으면 하는 건 아니지만,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이 있기나 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뭐 평범하게 생각하면 심한 짓을 하면 되겠지.
욕을 퍼붓는다든가, 갑작스럽게 뺨을 친다던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렇게나 순하고 애틋한 아다치한테 그런 짓을 하다니,「무리입니다!!」하고 미국인처럼 엄지척을 해버렸다.
그렇다면, 아다치의 호감도는 앞으로도 영원히 올라가기만 하는 운명인 걸까.
아니, 그렇게까지 비정한 짓은 못 하더라도, 예를 들면...... 으음, 쉬는 시간에 아다치 주변을 빙글빙글 돈다든가.
「시..시마무라?」
「얍!」
뜬금없이 몸을 부딪쳐 보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냥 어깨를 옆에서 툭 밀 정도다.
아다치는 다리가 풀린 듯 무릎을 꺾으며 비명을 질렀다.
어깨를 부딪친 거 이외의 부분에서 호감도가 오른 것 같다.
여름에 녹아버린 플라스틱처럼 흐물흐물해진 아다치가 자세를 바로잡으면서, 당황한 눈길을 보낸다.
당연한 반응이긴 한데... 자, 이걸로는 어때?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 작전으로 눈을 마주치며 어필한다
아다치는 볼을 붉히며 시선을 피한다.
그리고 왜 인지 또 호감도가 올랐다.
내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 되지만 그렇다면 비장의 수를, 하며 아다치의 얼굴에 손을 뻗는다.
아다치의 뺨을 옆으로 살짝 아프지 않을 정도로 당겼다.
아무 이유도 없는 폭력에 노출된 아다치를 향해 「 자 이번엔 어때? 」 라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후엣?」아다치는 갑작스런 장난.....아니 폭력에 당황하며, 불안한 눈빛으로 눈동자를 흔들고 있었다.
「후후훗」
아무 이유 없이 웃으며 압박하자 아다치가「후효헷」하고 어딘가 답답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그래도 맞춰주려 애쓴다.
그리고 삐롱.
맞닿아 있어서 그런가 삐롱삐롱삐롱.
「후」
이제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나쁜 짓도 떠오르지 않으니 항복이다.
호감도를 떨어뜨릴 방법은 없는 것 같았다.
아니 떨어지면 그건 그거대로 슬프다.
그렇게 생각하며 정신을 차렸다.
계속 올라가는 편이 좋은 게 당연하다.
아다치의 마음속에서는 끝이 없는 사람이 휘몰아쳐 거품을 일으키고, 폭발하여 그게 저 얼굴빛으로 드러나는 거겠지.
무한한 사랑을 담아낼 수 있는 아다치는 어쩌면 하나의 우주인지도 모른다.
아다치가 우주 라면...나도 좀 더 높이 바라봐야겠지.
더 높은 숫자를 한 번이라도 좋으니 띄워보고 싶어졌다.
평범하게 행동하면 한 번에 오르는 수치는 세 자리 정도에 그치는 것 같아서, 좀 더 큰 폭으로 상승하는 걸 노려보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수업 시간 내내 수업은 뒷전인 채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아다치가 성적이 좋은 건 미스테리지만. 내 성적에 대해선 딱히 의문이 들지 않는다.
나도 참 단순한 녀석이구나 하고 웃음이 났다.
정말 내가 그렇게 단순한 애였다면, 그게 가장 편했을 텐데.
그런 고민 속에서, 결국 평소처럼 또 방과 후가 찾아왔다.
「오늘은 저기...... 시간 돼?」
짐을 챙겨 다가온 아다치가, 머뭇머뭇 말을 꺼내며 분위기를 살핀다.
물론이지 하고 그 권유의 손길을 잡는다.
「좀 생각해 둔 게 있는데 오늘은 도넛을 먹으러 갈까?」
「어? 으응」
아다치가 내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었던가, 하고 되짚어보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아다치야,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돼」
「......무슨 소리야?」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에도 삐롱삐롱은 계속됐다.
아니. 나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닌데……하고 조금 민망해졌다.
그 정도 호의를 받을 만한 여자가 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하며 턱을 문질렀다.
역 근처에 있는 도넛 가게에 도착해서 나와 아디치 것, 그리고 여동생들에게 선물로 줄 도넛을 두개 더 고른다.
「오늘은 내가 살게」
계산하기 전에 그렇게 말하자, 아다치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무..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에? 아냐 없어」
「그럼 내가 낼께......」
「괜찮다니까」
아다치와 손에 있는 지갑을 제지하고 계산을 위해 아다치 앞으로 나선다.
계산을 마치고 쟁반을 든 채 아다치를 바라본다.
「고마워.....」눈이 마주친 아다치는, 조심스레 마음을 내비치듯 작게 기뻐하고 있었다.
내 기세를 약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호감도는......삐로롱 정도였다.
실패인가.
7억은 무리더라도 700만정도는 오르지 않을까 하고 내심 기대했지만,
애초에 아다치는 식사에 흥미가 없으니까. 그럴 리도 없겠지.
사주는 걸로 쉽게 호감도를 얻는 전략은 별로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났다.
어렵네에.. 아다치가 관심있는건 하나밖에 모르고.
그렇다 나다.
조금은 부끄럽지만, 그래도 당당히 말해보자면...아다치의 모든 마음은, 결국 나에게로 향해 있다.
그렇다면 도넛이 무슨 소용이냐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건 그거다.
자리를 잡으며, 역 안의 풍경을 천천히 바라본다.
아직 퇴근길 인파가 몰려들기 전이라, 사람들의 발길도 드문드문할 뿐이었다.
「아, 좋은 일 있었어」
쟁반을 내려놓으며 아다치를 향해 돌아본다.
「아다치랑 데이트 중이야」
활짝 웃으며 브이 하고 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조금 의식하면서, 본심을 예쁘게 포장해 봤다.
그 말을 들은 아다치는,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쟁반을 툭 손에서 흘리듯 내려놓으며, 어깨를 작게 떨었다.
「후 후훗 후후」
아다치의 붉어진 두 뺨은 분명 내 입가메 맴도는 미소화 닮아 있을 것이다.
뾰로로롱
약간은 분위기와 맞지 않는 효과음이 허공을 울린다.
방금 한 말, 내 나름대로 꽤 용기 낸 거라 뺨이 달아오를 정도였는데 호감도는 네 자릿수엔 닿지 못했다.
아다치라고 해도 네 자릿수 호감도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네 자릿수 사랑이라는 건 도대체 어떤 감정일까, 어떤 모습일까, 문득 그런 상상을 해본다.
그렇다면 내가 아다치에게 품고 있는 호감도는 도대체 몇 자리 수쯤 되는 걸까.
고개를 들어, 눈부신 도넛 가게의 천장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런 답도 없었다.
「예를 들어 아다치는 말이야, 내 호감도 보고싶어?」
도넛의 설탕을 그대로 씹는 듯한 진한 단맛을 음미하면서, 슬쩍 아다치에게 말을 던진다.
「호감도?」
전혀 감이 안 오는 단어인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도넛을 작게 잘라 입에 넣는 아다치의 모습은 마치 작은 새 같았다.
아다치는 오락 쪽에 약하니, 이런 단어는 생소한 모양이다.
「음... 내가 아다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수치로 나타낸 거랄까?」
「보..」
즉답을 하려던 아다치는 순간 굳더니 도넛을 조심스레 내려놓고는「끄으응…」 하고 신음하듯 고민한다.
그 정도로 진지하게 고민해버리면, 나도 괜히 도넛을 먹던 손이 느려진다.
그래도 안 먹는 건 아니야. 맛있으니까.
우물우물하고 있는 사이, 아다치가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이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그 사이에도 호감도는 계속 삐롱삐롱 쌓여간다.
정말 대단하네……그 아낌없는 사랑에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보는 게 두려운 마음도 있어」
「음 그럴 수도 있겠네」
이렇게 마음을 가볍게 먹고 있는 나, 아니, 무슨 일이 생겨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지금의 내 상태가 특별한 거겠지.
아다치의 사랑을 숫자화하면 좀 더 알기 쉬워서 오히려 더 분명해졌고 그게 왠지 안심이 되었다.
「시마무라의 마음을 알면 안심되겠지만, 차라리 모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내 마음도...있는 것 같아」
흠, 하고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그 말의 뜻을 살피자,
아다치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고개를 숙인다.
「사마무라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 있었던 내 감정이 식어버리는 게..... 그게 제일 무서울지도..」
「.................................」
아... 그렇구나
바로 그거였지......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다치의 그런 필사적인 마음이 있었기에 분명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준 거니까.
그 감정을 소중히 하려 애쓰는 아다치를 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러니가 이 능력은 역시 오늘로 사라져도 괜찮다.
우리에게는 더는 필요 없는 거니까
「삐로롱~」
「에?」
「지금 아다치랑 이야기한 걸로, 호감도가 50 올랐어」
이 능력이 사라진다 해도 이렇게 직접 호감도를 전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아다치는「50...」하고 입 안에서 그 숫자를 굴려보다가, 뜻을 이해 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잠시 내려놨던 도넛을 다시 집는다.
그 달콤함에 어울리는 몽글몽글한 미소를 마침내 띄우며.
「삐..삐로롱 시마무라랑 데이트해서... 그 호감도??가 127이 올라갔어...」
「......푸흣」
그 말투의 귀여움과 그 숫자의 정확함에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다.
믿을 수 없어, 의도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연? 아다치는 사랑을 관리하고 있는 것일까?
언제나 나를 놀라게 하고 자극을 주는 그런 아다치에게 또 한 번 감동했다.
왜냐면.
아다치가 말한 그 숫자와 내 머리 위에 뜬 수치가 정말이지 완벽하게 일치했으니까.
그리고
「자 선물이야」
「와~호이~」
사전에 예상했던 19억을 훌쩍 넘어서 무려 50먹의 숫자가 찍혔다.
다 먹고 나니 정확히 49억이 내려갔다.
너무 커서 실감 안 나는 이 수치의 오르내림이 왠지 모르게, 조금은 즐거웠다.
와아아이~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