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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새로 쓴 SS

아다치와 시마무라 13 「멜론북스 유료 특전」

 

「朱倉」

 

 

 

 

 

머리를 부딪친 기억은 없으니, 퍼뜩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눈을 비비고 나서, 곧바로 눈을 크게 떴다.
머리와 목덜미가 싸하게 굳어지며, 잠기운이 단번에 달아났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풍경보다 먼저 방의 냄새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에 익은, 낯선 방.
손으로 침대를 짚어 엉덩이를 띄운 자세 그대로, 나는 혼란에 빠졌다.
선반에 장식된 부메랑이 이곳이 누구의 방인지 말해 주고 있었다.
아다치의 방.
그런데 도대체 내가 왜?


어젯밤에는 평소처럼 내 집 이불 속으로 들어간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아다치는 없고, 이 방엔 나 혼자뿐이다.
꿈이 아닐까 의심하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바닥에 발을 딛는 순간, 위화감이 확 덮쳐 왔다.
어깨 아래로 마치 빗물에 젖어 들듯, 평소와는 명백히 다른 이질감이 선명하게 번져 갔다.
몸을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마치 낯선 행성에 떨어진 듯한 당혹감이 밀려왔다.
무심코코 손바닥을 들여다보고, 다시 손등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내 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허둥지둥 방 안에서 거울을 찾았다.
화장 도구 사이에 섞여 있던 손거울을 집어 들었다.
거울을 들여다본 나는「와......」하고 외마디 탄성을 흘리며 숨을 삼켰다.
거울 속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아다치가 비치고 있었다.


「이건 흔히 말하는...... 아무튼 그거네.」


아다치의 몸 안에 내가 들어와 있다.
팔다리를 요란하게 휘저어 보았다.
확실하게 피로가 느껴지는 걸 보니, 꿈은 아닌 모양이다.
그럼 아다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설마 이 몸 안에 함께 잠들어 있는 건가?


「어~이 아다치~」


아다치의 목소리로 아다치를 불렀다.
내 입에서 아다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건 형용할 수 없이 기묘했고, 귀에 닿는 소리의 울림도 조금 달랐다.
평소보다 목소리가 낮게 깔리는 느낌이다.
아다치 귀에는 자기 목소리가 평소에 이렇게 들리는구나.
참으로 희한한 체험을 다 해 본다.
반응은 없다.
아다치 성격에, 만약 나와 한 몸에 갇혔는데 태평하게 잠이나 자고 있을 리가 없다.
그 점에 관해서만큼은 아다치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그러므로, 아다치는 여기에 없다.


그렇다면 이건 빙의가 아니라, 서로 몸이 뒤바뀐 쪽일까.
내 몸 안에, 아다치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거 괜찮은 걸까.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다.
하지만 아니라면 그건 그것대로 무섭다.
내 몸에 누가 들어 있는 건지 모르니까.
부디 인격 전이가 나와 아다치 사이에서만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 경우라면......아니, 그래도 충분히 문제긴 하지만.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채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뺨을 쓰다듬으며 낮은 신음 소리를 냈다.


「뭐지, 별로 안 귀여운데」


아니, 미인인 건 여전한데 사소한 표정 같은 게 영락없는 나라서 위화감이 든다.
역시 아다치의 알맹이가 있어야 비로소 아다치라는 걸까.
으음, 하지만......나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아다치의 목소리로 평소에 도저히 시킬 수 없는 대사를 내뱉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사실을 깨닫자, 마음속에서 장난기가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칭찬은 평소에도 과할 정도로 받고 있으니, 이번에는 반대로 가 보자.


「 으음, 그러니까...... 시마무라 바보! 쓰레기! 인간 말종! 」


생각보다 타격이 컸다.
아다치 입에서 그런 심한 욕설이 튀어나오는 걸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어서, 실제로 듣고 나니 꽤나 동요하고 말았다.
아다치는 마음만 먹으면 욕설만으로 나를 벼랑 끝까지 몰아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노선은 중지하자.
그럼 이건 어떨까, 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에 ~ 시마무라, 나랑 놀고 시퍼어? 그럼 용돈 줘~」


나쁜 아다치를 연기해 보니, 욕설보다 훨씬 더 직격으로 마음에 꽂혔다.
심지어 쓸쓸하고 허전해지기까지 했다.
내가 모르는 아다치의 모습에 덜컥 불안감을 느낄 것만 같아서.

이런 건 좋지 않아, 하고 깊이 반성한다.
그만두자.
지금은 아다치인 이상, 아다치에게 완전히 몰입하자.
아임 아다치. 하우 아 유.


「아임 파~인......」


방을 나선 뒤에도 익숙지 않은 몸이라 걷기가 불편해서, 한 걸음씩 신중하게 확인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아다치 쪽은 내 방이 1층이니 계단을 오르내리며 곤란할 일은 없겠지.
다 내려온 시점에서 사람 머리가 보이기에, 무심코 입을 열었다.


「좋은 아침~」


아침에 집 안에서 누군가와 마주치면 상대를 보지도 않고 인사하는 습관이 들어 버린 탓이다.
아다치 어머니가 흠칫하더니, 완전히 동작을 멈춰 버린다.
사고가 정지한 듯한 표정 그대로, 일단 반사적으로 인사가 돌아왔다.
땅을 기는 듯한, 딱딱한 목소리. 노려보는 듯 날카로운 눈매, 세상에 낙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입술.
아다치가 아니었더라도 조금 겁을 먹었을 법했다.


「잘 잤니...」
「..... 주무셨어요..」


아다치 어머니의 동요가 가라앉지 않은 틈을 타 슬금슬금 자리를 떴다.
아다치네 집 구조를 잘 모르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그저 직진했더니, 복도 끝에서 부엌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청결한 부엌은, 이른바 ‘생활 냄새’라는 것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
공기가 서늘해서, 평소에 잘 쓰지 않는다는 게 전해져 오는 듯했다.
넓이는 우리 집과 별반 다르지 않을 텐데, 묘한 빈틈과 아주 약간의 쓸쓸함이 감돌았다.
우리 집이 지나치게 시끄러운 탓일지도 모른다.
당연하게도 식탁 위에 아침 식사 따위는 차려져 있지 않았다.
뒤쫓아온 아다치 어머니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눈치를 보듯 물어왔다.


「아침, 오늘은 먹을 거니?」
「어, 그게...... 역시, 됐어, 요」


역시 평소에는 아무것도 안 먹는구나, 아다치.
일단 또다시 도망친다.
2층으로 돌아와, 벌써부터 아다치 노릇을 하는 게 어렵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저쪽도 대혼란에 빠져 있을 테니, 나한테 전화를 걸어 볼까.


「...... 아니, 안 되겠네」


아다치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 깨달았다.
비밀번호를 모른다.
저쪽도 내 휴대전화는 못 쓰겠지.
...... 아다치라면 어떻게든 비밀번호를 뚫어 버릴 것 같긴 한데, 라는 생각이 한순간 스치고 지나갔다.
직접 만나서 합류하는 수밖에 없겠다.
그렇게 되면 교복으로 갈아입고 우리 집에 들르면 되려나.
가능하면 이런 일은 휴일에 일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한탄하며 옷걸이에 걸린 교복을 집어 들었다.
잠옷을 훌러덩 벗어 던지고, 교복이 같은 학교라 다행이라 생각하며 재빨리 갈아입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치마를 입어 보니, 아다치의 가는 허리와 훌륭한 몸매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평소에는 옷에 가려져 있던 곳도 확실하게 미소녀였다.
미소녀에게는 빈틈이 없다.


교복 리본을 묶는 김에 거울 앞에 서니, 아다치가 자신의 얼굴을 흥미롭다는 듯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게 나구나’ 싶어 미소녀가 된 사실에 감동하고 만다.
하지만 ‘이 몸은 이제 내 거야! 돌려주지 않겠어!’ 같은 마음은 요만큼도 들지 않는다.
나는 생각보다 나 자신을 좋아하고, 게다가 아다치가 되어 버리면 아다치의 반응을 볼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나는 아다치가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 미소녀가 매일 아침 어떤 준비를 하고 등교하는지 잘 모르겠다.
화장 도구는 잔뜩 구비되어 있는데,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몰라서 ‘같은 여고생 맞나?’ 싶은 감상만 든다.
그렇다고는 해도 고등학교 입학 때는 조금 의욕을 부렸었지만, 점점 귀찮아져서 간소화해 버렸다.
그래도 최근에는 뭐, 아다치라는 여자 친구 옆을 걸으며 창피를 주지 않도록 조금 공을 좀 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에헤헤~, 하고 아다치의 몸으로 혼자 수줍어해 본다.

하지만 이렇게 시행착오의 흔적이 보이는 걸 보면 나를 향한 사랑이 느껴져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부끄러움이 겹쳐 뺨을 붉힌 채, 싱긋, 활짝 웃어 보았다.
이건 안 되겠다. 내 웃는 방식이라 아다치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표정이란, 마음의 형태 그 자체구나 하고 이해한다.
역시 아다치에게는 아다치가 어울리네, 하고 잘 알 수 없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때, 뒤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려와서, 아~,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나처럼 갑자기 등 뒤에 나타나서는, 게다가 저쪽이 한 발로 콩콩 뛰며 놀라게 하는 녀석이었다.


「시마무라 씨 아닙니까」
「아, 역시 넌 알아보는구나, 」


태연하게 출현해 대화를 나누는 너구리를 보고 있자니 조금 안심이 된다.
가방과 함께 녀석을 안아 들고 방을 나섰다.
아다치가 야시로를 안고 있다는, 평소라면 볼 수 없는 상황이 조금 우습다.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너 무슨 짓 했어?」
「호호호 평소에 아무것도 안 하고 밥만 축낸다고 평판이 자자합니다만」
「그건 그렇지」


이 녀석의 코즈믹 파워 때문도 아닌 모양이다.
내 추리력으로는 이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아니, 대체 왜? 같은 부분은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겠지, 아마도.


「뭐, 이런 건 내일이 되면 대개 원래대로 돌아오니까!」
「와아~」


근거도 없이 낙관적으로 단정 짓고, 일단 시마무라네 집으로 가 보기로 했다.


「난 우리 집 갈 건데, 넌 어쩔래? 이대로 같이 갈래?」
「오늘은 할머니 댁에 초대를 받아서 그쪽으로 가 볼 생각입니다.」
「 아, 맞다. 너구리였지.」


자 가거라, 하고 들판에 풀어주듯 너구리를 놓아주자, 와아 하고 집 안쪽으로 달려간다.
어떻게 갈 셈인가 싶어 기가 찼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됨과 동시에 기척이 사라졌다.
아마 워프라도 했겠지.
엇갈리듯 아다치 어머니가 부엌에서 나와, 이쪽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저기, 다녀, 오겠습니다」


평소에 이런 말을 하긴 할까, 하고 의아해하면서도 인사를 건네자 아다치 어머니도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다녀오렴...... 아직 이르지 않니?」
「아, 응, 아, 응, 아, 아, 아, 네」


본색을 들키기 전에 넘어질 듯한 기세로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려 했다.


「잠깐. 자전거 열쇠」
「아, 고맙~.....습니다...」


아다치 어머니에게 두고 갈 뻔한 자전거 열쇠를 받아 들고, 이번에야말로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그 타이밍을 잰 것처럼, 집 앞으로 달려오는 사람그림자가 있었다.
아, 나다.
내가 숨을 헐떡이며 아다치네 집 앞까지 찾아왔다.
무릎에 손을 짚고 이쪽을 보더니, 얼굴을 씰룩거린다.
이~예이, 하고 춤추듯 포즈를 취해 보이자 얼굴이 더욱 일그러진다.
새우등을 한 나는, 평소보다 키 차이가 더 나는 것 같았다.


「저기 당신은.....누구인가요?」


굽은 등과 물어보는 투를 보고 내용물이 누군지 확인하고서 안도한다.
다른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건 싫지만, 아다치라면 뭐 괜찮나 싶은 기분도 든다.
아다치는 나보다 더, 나를 정중하게 다루고 존중해 줄 테니까.


「어.. 아다치인데」


안심한 김에 슬쩍 심술을 부려 본다.
평소의, 내가 아닌 사람을 대할 때의 아다치스러움을 의식해서 약간 무뚝뚝하게 대답하자, 아다치......헷갈리네, 아다치가 흠칫 몸을 떤다.


「시, 시마무라......맞지?」


이렇게나 불안해하며, 매달리듯 눈동자가 흔들리는 나 자신을 나는 모른다.
정말로 아다치가 내 몸을 움직이고 있구나 싶어, 기묘한 기분이 든다.


「아다치인데요」
「.........」
「미안 미안. 상황이 이러다 보니 그만」


냣하하~ 하고 웃자 눈앞의 내가 형언할 수 없는 미묘한 각도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마, 속이 빤히 보이게 웃는 자신의 얼굴이 기분 나빴을것이다.


「이야아, 큰일이 났네」
「어, 응......어떡하지......싶어서」


달려오느라 숨이 차서인지, 내 얼굴이 묘하게 붉다.
마치 아다치 같다.


「괜찮아, 이런 건 내일이 되면 원래대로 돌아오니까」
「그, 그런 거야?」
「그런 거야!」


또박또박 말하는 아다치라니, 내가 해 놓고도 위화감이 엄청나다


「그럼~ 학교 갈까?」


전거 열쇠를 돌리며 제안하자, 아다치가「응......」 하고 나치고는 꽤 귀엽게, 고개를 푹 숙이며 반응했다.
으음, 알맹이가 아다치면 나라도 왠지 애교가 느껴지는구나.
자전거를 끌고 나와서, 오늘은 내가 운전, 하며 안장에 걸터앉았다.


「괘...괜찮아? 운전할 수 있어?」
「할수 있어, 그야, 아다치 몸인걸 」


아무렇지도 않아, 하며 아다치를 뒤에 태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페달을 밟는 첫발이 무겁다.
하지만 일단 흐름을 타자, 다리가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바퀴가 내 몸과 연결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굴러갔다.


「근데 일어났더니 이런 상태라 깜짝 놀랐어 」
「그러게」
「아다치, 내 몸으로 장난치거나 했어?」
「헤봇」


농담으로 물어봤더니, 뺨이라도 맞은 듯한 비명을 내 목소리로 질렀다.
천천히 달리며 뒤를 돌아보니, 내가 딸꾹질을 하며 눈을 부릅뜨고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바쁘네, 나.


「...... 어, 한 거야?」
「..................저기, 바람. 바람 때문에, 안 들..려......」


내 등을 콩콩콩 계속 두드리며 주장을 해 온다.
확실히 아다치는 바람 같긴 하지만.
내 몸‘으로’ 장난, 이 아니라 내 몸‘에’ 장난, 이라는 반응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교복을 입고 있는 셈이니, 내 몸으로 갈아입으면서 아다치가 멀쩡할 수 있었을까.
상상하고 나니, 이번에는 이쪽 뺨이 간질간질하다.


「.....아 그리고 아침밥은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게 좋아......」
「네......」


그 뒤로 학교까지는 그저 앞만 보고 말없이 운전했다.
건전했다.
학교에 도착해 교실로 향하고, 자리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려는데, 나......헷갈리네, 아다치가 교복 자락을 집어 온다.


「왜에?」
「시마.....아..다치 거기 내 자리」
「아, 맞다」


자리도 반대구나.
이거 실례했습니다, 하고 아다치의 자리로 향한다.
그렇게 앉아 보니, 자리가 영 불편하다.
의자 다리 하나가 짧은 것처럼, 자세와 의식이 기울어질 것만 같다.
그렇게 진정되지 않는 건 자리가 달라서인 탓도 있겠지만, 또 하나 짚이는 게 있다.
배가 고픈 것이다.
아침을 거른 몸이 허전함을 호소하고 있다.
아다치는 이걸 딱히 고통스럽다고 느끼지 않는 걸까.
아다치는, 여러 가지 아픔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필기구를 꺼내 노트를 펼치자 위화감이 생긴다.
뭐지, 하며 칠판을 베끼려다 글자 선이 비뚤어지는 걸 보고 깨닫는다.
아 맞다. 하고 펜을 왼손으로 고쳐 쥐었다.
아다치는 왼손잡이다.
역시 육체에 경험이 새겨져 있는 걸까,
하지만 내 의식은 그것과 불일치한다.
왼손으로 매끄럽게 글씨가 써지는 것도, 이건 이거대로 위화감이 있었다. 그리고 칠판 글씨가 조금 잘 안 보인다.
자리상으로는 아다치 쪽이 교탁에 더 가까운데.
나는 내 자리에서도 시력에 관해서는 불편함이 없었으므로, 아다치에게 이기고 있는 몇 안 되는 요소를 발견하고 말았다.
아다치도 평소보다 선명한 시력으로 마음껏...... 칠판이 아니라 나를 보고 있는 듯했다.
대각선 뒤쪽에서 아다치의 시선이 눅진하게 느껴진다.
뭐, 나를 봐 봤자 겉모습은 아다치지만.


학교 수업이라는, 움직임이 없는 시간을 고맙게 느낄 때가 올 줄은 몰랐다.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가 허점을 드러낼 일도 적으니까.
어떻게든 방과 후까지, 아다치의 윤곽 정도는 남긴 채 지낼 수 있었다.
오늘은 아다치에게 아르바이트 예정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방과 후 데이트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니 나는 솔직히 조금 해 보고 싶었지만,
서로 얌전히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내일 안 돌아오면, 어, 어떡하지」
「열심히 살아야지!」


손톱만큼도 위로가 안 되는 긍정으로 아다치의 말문을 막아 버린 뒤, 귀갓길에 올랐다.


「다녀왔습니다~......」


혼자라 길을 약간 헤매면서도, 어떻게든 해가 지기 전에는 아다치네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문을 열고 조심스레 인사해 보았지만, 집 안은 그 어둑함과 함께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아다치 어머니는 일 나갔으려나.
현관 불을 켜고, 밤에 대비한 뒤 2층으로 향한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서성거리다가 침대 위에서 무릎을 안고 앉았다.
아침에는 경황이 없어서 의식하지 못했는데.


「이 방, 오락의 개념이 거의 없네」


소설이나 만화 같은 종류가 책장에 없고, 일단 텔레비전은 있지만 근처에 리모컨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집에는 여동생도 있고, 그 외에도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이족 보행의 희귀 생물을 포획해서 심심풀이를 할 수 있다.
그런 당연한 일들에 대해, 무릎을 끌어안은 채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아다치는 이 방에서 뭘 하며 지내는 걸까.
귀가 아플 듯한 정적 속에서,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를 생각하고, 내가 걸어 줄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다.
돌아가면 좀 더 적극적으로 전화를 해 주는 게 좋을지도, 하는 생각이 들어 버린다.
가만히 내 연락을 기다릴 아다치를 생각하며, 엄지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음~......」


다루는 데 익숙해진 몸으로 침대에서 뛰어내려, 펜과 종이를 챙겨 부엌으로 달린다.
서두를 필요도 없지만, 시간의 흐름이 너무나 더뎌서 저항하고 싶어진다.
부엌에서, 아다치 어머니에게 남길 메모를 적는다.


『내일은 아침밥을 먹고 싶으니, 부탁드립니다.』


오지랖인가 싶으면서도 아다치의 건강을 위해 아주 조금 쓸데없는 참견을 했다.
이 집은, 가능성이 적다.
자신 말고는, 움직이는 것도 관계 맺는 것도 없다.
이게 매일이라니, 아다치가 나를 갈구하는 의미를 상상하게 된다.
아다치 어머니도, 아다치도 나쁜 건 아닌데.
그래도 역시 외로워, 하고 나라면 생각해 버린다.
아다치는 좀 더 다른 걸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 아다치와 나는 다르다.
맞물리지 않고, 타인이고, 곁에 있고.
그러니까. 계단을 오르며, 지금부터 내일까지 이어질 홀로 지낼 긴 시간을 생각하며, 기도한다.


「내일은, 아다치와 만날 수 있기를.....」

 

 

 



다음 날 아침에는 역시나, 아무런 설명도 없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해냈다, 하고 귀환을 기뻐하며 복도를 달려 부엌을 들여다보았다.
언제나처럼 엄마가 앉아 있었고, 하지만 꼬고 있는 발끝이 초조한 듯 흔들리고 있었다.
벽을 노려보는 눈매 그대로, 이쪽을 본다.
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크게, 정말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아침~」


상대를 잘못 본 건 아니겠지, 하고 전신을 확인한 뒤 인사한다.
그리고 우리 엄마? 는 명백히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더니, 주저하다가, 이윽고

 

「.....................잘잤니」


땅을 기는 듯한, 딱딱한 목소리.
노려보는 듯 날카로운 눈매, 세상에 낙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입술.
어제 보았던, 그 어머니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서.
아, 이번에는 이쪽이 바뀌었구나 하고 즉시 깨달았다.


「엄마, 도시락 고마워!」
「하?」


아다치 어머니였다.
하지만 평소에도 워낙 종잡을 수 없이 이상해서, 가족 중 누구도 딱히 신경 쓰지 않은 채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