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다치와 시마무라/아다치와 시마무라 99.9

(13)
아다치와 시마무라 99.9 「 と 」 「우~물 우물」 분명 부자연스러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걸 즐기는 자신이 느껴져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옆에서 도넛을 양손에 들고 있는 그 녀석에게 세상의 봄이 왔다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하고, 뭐, 이 세상 어디에나 봄이긴 하지만, 자동차가 지나가고 남은 따스한 공기에 계절을 느낀다. 주상복합건물의 벽에 기대어 서서 온화한 공기를 코 끝으로 훑어본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네요~」 「있었던가?」 밖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언제나처럼 어느새 곁에 있는게 야시로다. 오늘은 새옷을 입고 있다. 무슨 새일까하고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겨우 먼지를 뒤집어쓴 도감의 기억에서 왜가리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상한 조합으로 머리의 후드 부분을 떼어내고 노란 헬멧을 쓰고 있었다. 아니 쓰고 있다기보다는 그냥 머리..
아다치와 시마무라 99.9 「Sun Halo」 가끔 멈춰서서 아무데도 가지 않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당장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나는 나름대로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 낯선 도시가 조금씩조금씩, 건물의 사이사이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알고 있는 장소로 변해간다. 그러다 보면 무미건조하고 남의 일처럼 보였던 건물의 벽과 문명의 잔재에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황갈색 하늘 아래, 끝자락이 그을린듯 타버린 구름을 들이마시듯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쓸쓸할 정도로 맑은 공기가 내 안을 오가는 감각에 손가락 끝이 저려왔다. 오늘도 그녀와 둘이서 이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다. 둘로 나뉘어 작업하다보면 문득 마을 건물에서 드리워진 그림자가 눈에 들어올 때면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귀를 기울여도 멀리서 건물이 무너지는..
아다치와 시마무라 99.9 「Abiding Diverge Alien」- ② 밤이 오고 이불에 들어가 눈을 감으면 자연스럽게 아다치가 보인다. 『그런 연유로 내일은 TV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이미 TV 있는데』 아다치가 작은 TV를 가리킨다. 『그걸로는 안되는 것도 있어』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노는구나...』 아다치가 지긋이 몰아세우듯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우면서도 곤란함을 나타낸다. 『아다치도 같이 놀래?』 『나는 괜찮아』 다른 쪽을 바라보며 삐진 아다치가 작게 속삭였다. 『또 놀 수 있으면 좋겠다』 『응』 동의했더니 약간 기분이 풀린 건지 이쪽을 바라보았다. 『옛날 TV가 필요 한거구나』 『응. 발전하는 것만이 해답이 아니라는 걸지도』 아다치는 살짝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나는 그런 아다치를 기다리며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네 라고 생각했다. 그런 ..
아다치와 시마무라 99.9 「Abiding Diverge Alien」- ① 나를 키워주었던 사람은 「너한테서는 오래 살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라고 말했다. 「너는 뭐랄까 오래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와 그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는 폐허에서는 어디에 있든 바람이 흙냄새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려나」 「믿어봐 죽어가는 녀석들을 잔뜩 봐왔으니까 하는 소리야」 「그럼 믿을게」 「응」 그다지 붙임성이 없던 그 사람이 살짝 끄덕였다. 어느샌가 마을에 찾아온 그 사람은 내 부모님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사실 여부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만 곁에 있었기에 혈연은 딱히 의미가 없었다. 자생하는 과일이나 식물을 늘어놓고는 어떤 것이 먹을 수 있는지, 어느 부분을 먹을 수 있는지, 조리법, 계절 등 자세하게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그밖에도 다양한 것들을 특히 혼자서 살아가기 위한 지식을 ..
아다치와 시마무라 99.9 「ムラ」- ③ 「아다치씨는 온천에는 안 오나요?」 갑작스러운 물음에 깜짝 놀란다. 방도 보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있는지 아는걸까? 「너는 정말...」 「네 제가 어떻다구요?」 「.....대단하네」 「와-」 칭찬받은 야시로가 그냥 기뻐한다. 들어 올린 손의 움직임으로 생겨난 파도가 나에게 온다. 「아다치는... 나를 기다리고 있어」 어깨에 손을 대며 현실을 직시한다. 「그럼 빨리 가야 하겠군요」 「...그렇겠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이상한데서 내 등을 밀어주는 녀석이다. 예전부터 그런 부분은 있었지만 이상한 녀석이군 하며 살짝 웃는다. 전부 꿰뚫어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건지. 「으므?」 어느샌가 다시 묶여있는 머리의 나비를 손가락으로 파닥파닥 날개짓하게 했다. 그리고나서 탕에서 나와 복도 앞의 매점에서 ..
아다치와 시마무라 99.9 「ムラ」- ②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온천여관에 온 아다치는 유카타로 갈아입을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TV를 키려다 리모콘에 미끄러져 자칫 창문에 부딪힐 뻔 했고, 당황해서 그걸 잡으러 가다가 테이블 끝에 정강이를 세게 부딪힌 뒤 끓인지 얼마 안 된 우러나지도 않은 뜨거운 물을 원샷하고서는 괴로워하더니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그 몸에 짊어진듯한 표정으로 이러한 현실에 맞서려는 용맹한 자태로 우뚝 서려고 일어선 순간 현기증을 일으켜 기어코 쓰러지고 말았다. 「세상이 핑돈다...」 작은 일본식 방의 다다미에 널브러진 아다치가 앓는 소리를 내었다. 「이야 훌륭했어」 궁지에 몰린 영웅이 계속 싸워나가는 것 같았다. 「시마무라가 뭐라 하는지 모르겠어......」 「귀울림이 심한가 보네」 「그런게 아니라........
아다치와 시마무라 99.9 「ムラ」- ① 「여기에 다른 사람은 없어?」 「없어」 나만 살아남았다며 그녀는 웃었다. 「나도 그래 그래서 마을을 나와서」 그녀를 보았다. 「여기에 왔어」 「응」 그렇게 나는 그녀와 만났다. 하지만 내가 돌아다니던 곳에서는 보이지 않았을 뿐, 마을 바로 근처에는 큰 구멍이 있었다. 무언가 뚫고 들어가서 폭발한 뒤 생겨난 것 같이 커다란 구멍에는 주변의 물이 흘러 들어가 폭포가 만들어져있었다. 처음 안내받았을 때, 들여다보니 다리가 살짝 떨렸다. 「떨어지면 죽겠네」 폭포물이 고이는 곳은 어둠과 하나가 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귀를 틀어막고 싶어질 정도로 물소리가 시끄러웠다. 지금까지의 여행길에서 들었던 소리가 너무 조용했던 탓인지 적응되지 않았다. 귀를 막고 있으니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선 채로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다치와 시마무라 99.9 「死間」- ③ 밤, 방의 창문을 열고 작은 정원을 바라본다. 히노의 집과 비교하면 정말 비좁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인다. 집이라는 곳의 역할을 완수하고 있다. 가만히 마을 저편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계속 시간을 지새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사이로 보이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의 색, 목소리,말.아다치. 목욕 후 달아오른 피부가 살짝 가라앉고 난 뒤의 온도 차가 불러오는 기분 좋은 잠기운. 그것과 비슷한 것이 내 안을 감싼다. 「...............................................」 신기한 만족감이 옆구리에 하나 더 남아있는 것 같았다. 「즐거워 보이네요.」 갑자기 머리 위에서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퐁 하고 빛나는 가루가 내려온다. 머리 위에 찰싹 달라붙은 그것의 무..
아다치와 시마무라 99.9 「死間」- ② 그럼 지금 걷고 있는 의미가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서도 꾸역꾸역 다리를 움직이다 보니 「오 시마쨩이잖아」 약간 낮은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라는 실례되는 반응을 하며 아래를 내려본다. 히노였다. 올해 같이 스무 살이 될 히노의 키는 고등학교 시절과 전혀 달라 보이지 않았다. 붉은색의 일본식 옷을 입고 작은 손을 흔들고 있다. 길거리에서 볼 때는 일본옷을 입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건 히노의 역할이 늘어서 일수도 있고, 그냥 취미일 수도 있다. 일단 말을 걸어왔으니 저쪽으로 향했다. 「한가해보이네」 「쉬는날이니까 한가한게 좋겠지」 할 일이 있으면 못 쉬니까. 「그것도 그러네」 라며 히노가 긴 소매를 걷듯이 팔짱을 낀다. 일본옷에 맞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당고머리를 하고 있었다. 히노가 ..
아다치와 시마무라 99.9 「死間」- ① 사람을 찾고 있던 것인지 자전거를 찾고 있던 것인지 모르게 되어가고 있었다. 도시에서도 그랬지만, 그 주변은 짙은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누구 하나 관리하지 않아 원시적인 환경은 내키는 대로 이 별을 풍요롭게 하고 있었다. 인간이 줄어드는 것이 세계를 평화롭게 한다는 소리를 떠올렸다가 말았다가 하며, 자전거가 없을까 하고 머리를 흔들었다. 가끔씩 가야 할 길을 잊지 않기 위해 뒤돌아본다. 상징물처럼 우뚝 솟아있는 거목의 반대편에서 어느때와 다름없는 꿀색의 하늘이 보인다. 갈라진 구름이 흩어지듯 퍼져나가며 노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룰루루~」 「............」 「랄라라라라라라~」 「.............」 「호호호」 멈춰섰다. 「호?」 배낭에서 빼꼼하고 튀어나온 야시로가 내려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