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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아다치와 시마무라 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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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일찍이 황금의 시간이 있었고」- ⑮ 『황금빛 과실』 여러 가지 일들을 갑판에서 떠올리고 있었다. 하루하루를 멍하니 살고 있나 했더니 의외로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어, 조금 기뻐진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것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도 몰랐던 기억들까지 하나둘씩 되살아나는 것 같다. 이건 어떤기억이지?. 빙글빙글 흩어져 있는 수많은 기억들이 시간 순서를 무시하고 모였다가 떠나기를 반복한다. 이런 걸 뭐라고 했더라......뭐...상관없나. 바닷물을 머금은 약간 거친 듯한 바닷바람이 머리카락과 뺨을 옅게 적신다. 해수면을 가르며 나아가는 배가 흔들리고, 간간이 소리를 낸다. 그 흔들림에 맞춰 몸을 흔들면 마치 생물의 등에 올라탄 것 같았다. 날아가지 않도록 모자를 누르고 강한 바람이 지나가..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일찍이 황금의 시간이 있었고」- ⑭ 『우주조차도 모르는』 학교에서 돌아오니 복도 한켠에 원숭이 한 마리가 정좌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다녀왔어」 이 녀석이랑 인사를 주고 받는 것에 위화감이 없어진 것은, 언제부터 일까. 야시로는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천을 펼쳐 그 위에 무언가를 늘어놓고 있었다. 신발을 벗으며 야시로쪽을 바라보니 언제나처럼 싱글벙글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원숭이 복장을 하고 있다. 그저 천에 솜이 들어가 있을 뿐인 꼬리가 생물의 꼬리처럼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또 무슨 일을 시작했나 싶어, 그 늘어놓은 물건들을 들여다본다. 「뭐야 이거」 얼핏 보면 돌이 많이 늘어서 있다. 전부 하나 같이 다른 모양에 다른 무늬의 돌들이다. 하나하나 비교해 보니까 눈에 쏙쏙 들어오는 ..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일찍이 황금의 시간이 있었고」- ⑬ 『맛 변화』 맛에 질린 것도 아닌데 가끔은 다른 요리라도 시도해 보려고 하는 변덕스러움도 인간다움에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란 무엇일까, 얕은 의문에서 더욱더 깊은 곳으로 생각에 잠기는 동안에 그날 밤은 지나갔다. 잠을 잘 자는 것은 나의 몇 안 되는, 의문을 품을 여지가 없는 미덕이 아닐까.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우리들의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차이나 드레스. 아다치는 올해도 분명 차이나 드레스를 입어줄 것이다. 차이나 드레스 차림의 아다치에게 접대 받는 것은 매우 즐겁지만, 가끔은 나도 뭔가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는 의식이, 몇 년째의 크리스마스에서 싹튼 것이었다.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평상시에는 나른함과 함께 전차에 흔들림에 몸을 맡기지만, 생각할 것이 있으면 조금이지만 졸음..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일찍이 황금의 시간이 있었고」- ⑫ 『파리파리 피로피로』 「여자친구와 데이트 중」 아다치에게 몸을 밀어붙이며 이~예이 하고 적당히 피스를 했더니 「후에이!」라고 기분 좋은 비명이 들려왔다. 몸을 뒤로 젖히며 아다치를 보았더니, 아다치와의 키 차이를 의식하게 된다. 평소에는 약간 구부정한 자세를 하고 있어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렇게 보니 조금 더 차이가 벌어진 것 같았다. 뼈가 삐걱삐걱 거리는 것만 같은 아다치를 보고 있자니 후훗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SNS에 허가 없이 올리지마」 「아..안하는데?」 「뭐, 모처럼이니까 이대로 찍을까?」 다시 한번 가볍게 이~예이를 외쳤다. 아다치는 어깨를 잔뜩 굳으며 어색한 피스를 만들었다. 오른쪽 뺨만 잡아 당겨진 듯이 웃고 있고 왼쪽은 그대로 있다. 재주가 좋은 건지 서투른 건지 잘 모르겠다. 「..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일찍이 황금의 시간이 있었고」- ⑪ 『우리가 한 일을 보답해 주는 따뜻함일세』 「놀러 왔어요~」 「그래 그래」 오늘은 드물게 현관 쪽에서 제대로 나타났다. 현관문을 통해 들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 포인트다. 언제 나오든 간에 열쇠라던가, 맨션의 방범 같은 건 일체 무시하고 있다. 아직 세상의 보안은 허술한 것 같다. 우주인의 침입 정도는 막을 수 있게 되어야 한다. 크리스마스이기에 당연한 듯이 찾아온 야시로다. 「지금 청소 중이니까 그 근처에서 얌전히 있어」 「한가롭게 놀고 있는 것은 특기에요」 「그으래~?」 흰색 인형 옷을 입은 야시로가 복도를 지나 이쪽으로 온다. 으~음 모르겠다. 「그 인형 옷 모델이 뭐야?」 「듀공입니다만」 「헤에~」 꽤 매니악한 초이스. 「얼마 전에 수족관에서 같이 봤어요」 「후우음..」 이제는 가족들의 일정에 동..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일찍이 황금의 시간이 있었고」- ⑩ 『지속효과』 그러고 보니 내가 먼저 놀러 가자고 권유한 적이 있었나 싶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수업 전 짧은 쉬는 시간에 턱을 괴고. 뭐 평소보다 건설적인 행동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아다치한테 놀러가자고 한 기억이 없다. 칠판에 적힌 것을 노트에 옮겨 적다가 문득 그런 사실을 깨달았다. 연락도 내가 먼저 하는 경우는 적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는 반성할 일인가, 우선 이 부분부터겠지. 내가 먼저 권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아다치는 항상 불안해하며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부덕의 소치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연락하지 않아도 아다치가 꽤 잦은 빈도로 전화나 메일로 연락을 해왔기 때문에, 내 쪽에서 연락을 하지 않아도 별문제 없이 지낼 ..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일찍이 황금의 시간이 있었고」- ⑨ 『너가 할 수 없는 것 』 저녁식사와 목욕,수면,아다치로 채운 체력을 다음날 조금씩 써가면서 버틴다. 평일의 회사 근무라는 것은 대체로 소모되기만 하고 무언가가 늘어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일 자체는 청소 만큼이나 좋아하고, 청소만큼이나 싫어한다. 즉 그다지 흥미가 없다.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딱 잘라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학교 다닐 때의 공부와 별로 다르지 않다. 나의 즐거움은 회사 안에서 찾을 수 없다. 뭐..원래 그렇게 성실한 편도 아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오늘은 아다치가 만들어준 도시락을 펼친다. 냉동식품의 가짓수가 적어서 기특하네 하고 칭찬해버린다. 「시마무라 씨는 도시락은 직접 만드나요?」 「오늘은 동거인이 만들어 주었습니다」 지나가던 동기 여자가 내 책상을 들여다보더니 헤..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일찍이 황금의 시간이 있었고」- ⑧ 『첫 번째』 올해는 연말연시 전화가 없구나 싶었는데, 평소처럼 아다치가 집에 찾아왔다. 설날 이른 아침, 볼이 약간 붉게 물든 아다치. 마치 해가 다 아직 뜨지 않아 땅이 붉게 물든 것처럼 보이는 아다치다. 「여어」 하품이 나오는걸 억누르면서 짧게 인사하자 아다치가 「여.. 여어」 약간 어색하게 따라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 「새해 복 많이 받아」 항상 그렇듯이 당황한 아다치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신발을 벗은 후 가지런히 정리 후. 「아.. 너무 빨리왔나?」 졸려 보이는 나를 보고 살짝 불안한듯하다. 「빨리 온건 아닌데 조금 늦었다고 해야하나?」 「엥?」 「아다치한테서 전화 올 줄 알고 조금 늦게까지 기다렸거든」 그래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조금 늦었다. 이런 저런일을 조금 생략하고 전하자, 아다치..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일찍이 황금의 시간이 있었고」- ⑦ 『선택 받을 만한 여자』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저 아름다움 그 자체.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존재였다. 어떤 부분이 아름다운가 하면, 어디라고 콕 찝을 수 없다. 모든 부분이다. 이런 무슨 얄팍한 어휘력인가. 잠자고 있는 얼굴이라 사실 말할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지만, 우선 약간 촉촉 보이는 흑발이 좋다. 머리카락 끝의 섬세함이라고 할까, 천연의 윤기라고 할까, 본인이 어느 정도 손질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머릿결에서 나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 조금은 무방비 상태로 열린 입도 평소의 분주함을 잊고 자꾸만 시선을 빼앗긴다. 어린 시절에 사탕 대신 핥고 있는 듯한 옅은 입술. 거기서 궁지에 몰려 표현할 수 없는 기괴한 소리를 가끔씩 내뱉을 줄 누가 알았을까. 뭐바야아거리거나,나아느으..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일찍이 황금의 시간이 있었고」- ⑥ 『보라! 크리스마스의 빛은 따뜻하도다』 집에 돌아가면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미녀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이게 우리의 크리스마스였다. 「어서와」 「오~ 다녀왔어 오~~」 은은한 조명에 비친 드레스의 파란색이 눈부시다. 신발도 벗지 않은 채 현관에서 멍하니 감상하게 된다. 입는 게 익숙할 터인 아다치도 나의 시선이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보여주기 위해서 입은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그렇지 않아」 차이나드레스의 트임이 신경 쓰이는지 옷을 잡아당긴다 아다치는 여전히 때때로 철학적이다 아다치와 함께 살게 되고 나서 몇번째인가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그렇다. 아다치의 차이나 드레스 차림이다. 첫 해에는 도대체 어떤 이유로 입고 왔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면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