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다치와 시마무라/아다치와 시마무라 99.9

아다치와 시마무라 99.9 「死間」- ①

사람을 찾고 있던 것인지 자전거를 찾고 있던 것인지 모르게 되어가고 있었다.

도시에서도 그랬지만, 그 주변은 짙은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누구 하나 관리하지 않아 원시적인 환경은 내키는 대로 이 별을 풍요롭게 하고 있었다.

인간이 줄어드는 것이 세계를 평화롭게 한다는 소리를 떠올렸다가 말았다가 하며,

자전거가 없을까 하고 머리를 흔들었다.

가끔씩 가야 할 길을 잊지 않기 위해 뒤돌아본다.

상징물처럼 우뚝 솟아있는 거목의 반대편에서 어느때와 다름없는 꿀색의 하늘이 보인다.

갈라진 구름이 흩어지듯 퍼져나가며 노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룰루루~」

「............」

「랄라라라라라라~」

「.............」

「호호호」

멈춰섰다.

「호?」

배낭에서 빼꼼하고 튀어나온 야시로가 내려왔다.

「무슨 일이죠?」

「가끔은 걸어다녀」

「왜죠?」

「그냥」

편해보였으니까.

「어쩔 수 없군요~」 라며 야시로가 총총걸음으로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참고로 이 녀석이 걸어 다니면서 숨이 차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땀조차 흘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광택도 사라지지 않았다.

신기하구먼... 이라며 하나하나 놀라는 것도 이제는 지쳐서 그러려니하고 넘기고 있다.

규격 외 생명체와 함께 여행을 계속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개라던가 데리고 다니는게 좀 더 그럴싸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개와는 대화가 안되고, 뭐... 이것도 이거대로 괜찮지 않나 하고 종종 생각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고 있는거죠?」

한동안 걷던 야시로가 물어본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자전거가 있는 곳으로」

타다 고장 난 자전거를 대체할 만한 것을 찾아서 깊은 숲속 같은 곳을 헤메이며 걸어다니고 있었다.

바람은 나무들에게 빨려 들어간 것처럼 끊어졌고,

공기는 열을 품고 부풀어있는 것처럼 무겁다.

숲이라고 말은 했지만, 이 근저도 예전에는 마을이 있었을 것이다.

건물의 잔해가 있는 것이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건물 근처에서 생활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고, 나를 키워준 사람도 그렇게 말했었다.

그러니 이 주변에도 운이 좋으면 자전거가 남아 있을지 않을까 하며 찾고 있긴 한데.

「자전거 말인가요?」

야시로는 찾는 척도 안 하면서 뚜벅뚜벅 걸어 나가고 있다.

「필요한가요?」

「필요합니다.」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을 찾는다고 하지 않으셨는지요?」

「찾은거지요」

뚜벅뚜벅 걷던 야시로가 눈길을 보내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 바로 만나러 가면 되잖아 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녀석은 모를까, 모르는 거겠지 하며 포기한다.

「만나려고 자전거를 찾는거야」

「왜죠?」

「아차 싶으면 바로 도망가려고」

뛰어서 도망가는건 지리에 빠삭하지 못한 나에게는 한계가 있다.

자전거라면 그냥 스트레이트로 달리면 추격당할 가능성이 낮다. 라고 말은 했지만 야시로는 이해하지 못했겠지.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잖아?」

나에게 사정이 있는 것처럼 상대방에게도 사정이 있다.

당연한 것이다.

야시로는 「호호우」 라며 어찌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반응한다.

「치토씨는 이상한 사람이네요.」

「너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아」

하하하라며 헛웃음이 나온다.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인지 아닌건지 잘 모르겠어요」

「끄응...」

싱글벙글 웃으며 다 꿰뚫어본 것처럼 말하는 녀석이었다.

때때로는 속이 깊은 녀석이라고 착각이 들 뻔할때도 있다.

「아 지금 떠올랐어요」

「음?」

야시로가 나에게서 거리를 두더니 한바퀴 돌았다. 그러고 방향을 정한 듯이 멈춰서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오오 어디로 향하시나이까 정체불명의 생물체시여」

「잠시만요」

손을 흔들더니 야시로가 숲 속 깊은 곳으로 향해 갔다.

따라가려고 했지만 미끄러지듯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작은 뒷모습을 쫓아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정체불명의 생물체라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구만」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거지 라며 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멈춰서서 머리를 긁었다.

야시로와 함께 있는 이유라던가 여행하는 동기는 확실히 없었다.

그냥 어쩌다보니라는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을 뿐이다.

「잠시만이라고 했으니 기다려볼까」

짐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앉았다. 앉았더니 더 온도가 높아지는 것 같았다.

「어차피 서두른다해도 멀리까지는 못가니까」

무언가에게 패배했을 때처럼 뒤쪽으로 쓰러졌다.

빽빽하게 자라난 풀 끝자락에 스쳐 뺨을 베인건지 살짝 통증이 느껴졌다.

열을 품은 머리카락과 풀이 뒤엉키니 내가 이 땅의 일부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이대로 누워버리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뭐, 그럴 틈도 없이 야시로가 곧장 돌아왔지만.

나무를 뚫고 나오듯이 멈추지 않고 달려온다.

그 작은 손에는 아까는 없었던 열매가 쥐어져있었다.

「아아... 배고프다는 걸 떠올린건가...」

어이가 없어서 웃고 있었더니 가까이 온 야시로가 이쪽으로 열매를 건네주었다.

「오?」

이 먹보가 상상도 못할 행동을 한 것에 놀라며 일어났다.

「오늘은 치토씨와 만난 기념일이랍니다.」

「헤에」

「제대로 세고 있었으니까 맞을겁니다.」

열매를 받았다. 항상 먹던 빨간 과일이었다.

「확실히 이런 시기였던 것 같네」

날씨의 변화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날짜나 계절이 잊혀지려고 하지만, 공기의 감촉은 기억 어딘가에 있었다.

찜통같은 더위가 살갗에 느껴지는 이 시기에, 나는 그것을 떨쳐내려고 위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그것을 보았다.

「기념일이라는 건 중요한 거랍니다.」

「흠 그런거야?」

「라고 그러더라구요.」

모르는거냐... 웃고있는 야시로를 바라보며 숨을 내뱉으며.

「기념일이라...」 라고 속삭이며 열매를 베어물었다.

 

 

 

「아 내 생일이다.」라며 당일에 깨달은 것만으로도 이번엔 빠르게 눈치챈 것이다.

어째선지 매년 늦게 떠올렸었다.

생일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심심한 생일이란게 뭘까?

「뭐랄까 이렇게 금색으로 된 소원을 비는 종이같은 걸 쓰게 해주는 정도로 대담한...」

스스로 생각해도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어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20살까지 생일이라하면 이런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20번이나 했으니 말이다.

「음...」

이러쿵 저러쿵해서 나는 20살이 되었다.

「내가 20대라니... 내가?」

실화인가 라며 무심코 허공에 대고 질문하고 있었다.

대답이 돌아오는 일은 당연히 없었다.

증명할 방법도 없고, 볼을 꼬집어보거나, 제자리에서 뛰어보거나, 허리를 돌려 보았지만

어제까지의 나와 다른 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뭐 상관없나」

달력을 살펴보며 오늘이라는 날에 꽃 모양 동그라미를 그렸다.

꽃 모양이 제법 느낌 있게 그려져서 20살이라는 것을 느꼈다.

잘 그려진 모양에 만족하며 자, 이제 뭘 해볼까라며 방 안을 어슬렁거린다.

쉬는 날 치고는 빠르게 일어나버렸다. 창 밖을 보니 확실히 아침이다.

살짝 눈부신 아침햇살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확인한다.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아다치가 나한테 연락하는 것을 잊다니 별 일이네...」

중얼거리면서도 살짝 부끄러웠다. 자의식과잉이 심했던걸까.

이름만 봤을 때는 아다치가 봄에 태어나는 게 좀 더 어울렸을 것 같다.

나는 이름에 달이 들어가니까 가을이려나.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낮이 긴 여름에 푸른 하늘 반대편에서 살포시 보이는 달이 좋다.

그거 좋지...하며 관계없는 것을 생각하며 아침밥이나 먹자 하고 방에서 나왔다.

20살이 되고, 처음 밟아본 복도는 잘 살펴봐도 별로 달라진게 없었다.

「아 깜박했다.」

핸드폰은 항상 가지고 있으려고 되돌아갔다. 아다치에게서 연락이 올지 모르니까.

돌아가니 개어둔 이불 사이에서 작은 엉덩이와 다리가 삐져나와있었다.

아까까지는 분명 없었는데.

「너 뭐하니?」

목소리에 반응하듯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발목을 붙잡고 뽑아냈다.

거꾸로 매달려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이쪽을 바라본다. 머리카락이 아래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딱히 의미는 없답니다.」

「그럴 줄 알았어」

물론 그런 곳에 숨어드는 건 야시로밖에 없다. 아니 어쩌면 엄마도 그럴 수도 있다.

어쩌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에 사자잠옷을 입은 그 녀석이 뱅그르르 돌며 내려왔다.

어제는 동생이 사온 닭 잠옷이었다. 사실 그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굿모닝입니다.」

「그래 그래 굿모닝」

야시로가 「음음...」하며 달력을 올려다보았다.

「동그라미가 쳐져있는데요?」

「오늘 생일이니까」

「오우...」

일단 반응 해보았다라는 느낌이었다. 뚜벅뚜벅 이쪽으로 다가온다.

「시마무라 씨의 생일인가요?」

「그래. 그것도 20살이야」

검지와 중지를 치켜들었다. 브이자 마크 사이로 야시로의 푸른 눈동자가 보였다.

별이 우주를 헤엄치듯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겨우 20살인가요. 아직 시마무라 씨는 젊네요~」

「너한테는 못 당한다니까. 너 생일은 언제야?」

어쩌다보니 물어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생일이란건 있냐고 물어볼 뻔했다.

있을 것이 뻔한데 어째선지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존재였다.

「생일 말이죠...? 에... 그게...」

짧은 손가락을 굽히며 뭔가를 세기 시작한다. 한번 다 접고 나더니 귀찮아진 듯 손가락이 전부 폈다.

「오늘이라고 하죠 뭐」

「오늘이라니」

「시마무라 씨랑 같네요!」

「하하하...」

순수하게 튀어 오르는 야시로를 보고 있자니 뭐, 상관없겠지 라고 생각했다.

「작은 시마무라 씨에게 자랑하고 와야겠어요」

양손을 앞으로 하고 달려나가더니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생일을 자랑해서 어쩌려는건지...」

누구에게나 있는 흔해 빠진 것인데. 하지만 그 녀석에게는 역시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전화를 손에 잡고 부엌으로 갔다.

「더워...」

복도에서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봄같지 않은 열기를 느꼈다.

「아 잠깐만」

그러던 도중 거실에서 목소리가 들려와서 멈춰섰다.

뒤돌아서서 살펴보니 엄마가 TV 앞에 서있었다.

해달모양 쿠션을 껴안고 뒹굴거리던 엄마가 기운차게 일어났다.

「너 생일이라며? 다 들었어.」

「그걸 누가 말해줘야 아는 시점에서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어 머 니 ?」

「물론 농담이지~」

푸하하하 하며 웃는 엄마는 적당히 무시하려 했더니 「여기 앉아」 라고 바닥을 두드렸다.

「아침밥은...」

「나중에 나중에」라며 다시 두드렸다. 이래저래 시끄럽게 재촉하는 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앉으니, 「자 누워봐」 라며 머리와 어깨를 잡아당겨서 그대로 눕혀졌다.

헬스장을 다니는 엄마의 강력한 힘에 저항 조차 못하고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엄마한테 무릎베개를 한 것같은 모습이 되어 위를 보게 하며 물어봤다.

「왜?」

「생일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 같은 느낌이지?」

라고 말은 하지만... 엄마의 손이 내 머리를 훑으며 귓불을 잡았다.

「축하하고 있는거랍니다~」

「아이고 고마워라」

축하받는 느낌이 그닥 들지는 않지만 일어나려고하면 「에잇」 하며 눌러버리기 때문에 강제로 축하받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쓸 기회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엄마의 무릎에 마지막으로 누워본게 언제였을까? 여동생이 이런 모습을 본다면 아마 놀릴 것 같아서 불안하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으니 엄마의 손가락도 덩달아 안절부절 못하듯 움직이며 정수리를 발견하고는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그만하지 못할까!」

「아, 흰머리 찾았다」

「뽑아 줘」

「싫어. 어른이 됐다는 증거로 남겨둘거야」

기분 좋지 못한 증거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엄마는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앞쪽의 TV에서는 핑크돼지와 리포터가 비춰지고 있었다.

「이렇게 옆으로 보니 너도 커졌구나」

그렇게 말하며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딸이 20살이라... 나이를 먹었다는거구나」

하아아... 하며 한숨을 깊게 쉰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어느 쪽이든 미묘하게 고민하게 되는 부분인가보다.

「오늘은 아다치랑 나가는거야?」

「아직까지는 그럴 예정이 없는데」

말을 꺼낸다면 아다치는 분명 그렇게 제안할 것이다. 하지만 어째선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기다리고 있다.

만약 날이 지나도 아무 일도 없다면 내년까지 잊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분명 내년도 나는 지금과 똑같이 아다치를 기다릴 것이다.

「헬스장에서 자주 만나?」

「응?」

「아다치 엄마」

「에? 아~ 응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지」

「...응?」

우리 엄마치고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왔다는 부분이 살짝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경 쓸 필요가 있는건가 하고도 망설였다.

「아니야 엄청 사이좋아. 절친이라구!」

「그래...?」

「그보다 뭐 먹고 싶은 거는 없어?」

말을 돌린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지금은 그냥 넘어가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먹고 싶은거라...」

「좋아하는 거라도 상관 없어」

「그럼 계란후라이나 오코노미야키... 야키소바같은게 좋으려나」

분명 엄마라면 전부 알고 있을 것들만 있었다.

「흐-음」

생각보다 싱거운 답변이 돌아와서 당황했다.

「에, 만들어주는거 아니었어?」

「음-」

뭐지 저 반응은.

「평소에도 만들고 있고」

「그건 그렇긴한데」

「다 섞어볼까?」

「단순해」

어떤 일을 할 때 한가지 밖에 머릿속에 없을 것 같은 엄마가 쾌활하게 웃는다. 그러더니 내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영혼을 만지듯 부드러운 손길에 곤란해하고 있자니, 엄마가 앞쪽으로 몸을 기울여 내 얼굴을 바라보려 하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네가 갓난 아기였을 때가 잠깐 떠올라서」

그렇게 말하며 미소짓는 엄마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며, 기억 속 깊은 곳을 떠올려보았다.

「자는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었지」

「뭐를?」

「훌륭한 사람이나 부자가 되지 않아도 되지만 배려심 있는 강한 아이로 자라줬으면 이라고」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하지만 하하하 라며 웃어넘겨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를 바라본다.

「강해졌어?」

「강한게 뭔데?」

「들어본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엄마는 눈을 한번 깜빡이고, 입 주변의 긴장을 풀고 얼굴을 들어올렸다.

「강하다는 건 아마 어떤거에 다가가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

정말 보기 힘든 진지한 엄마가 생일날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리쬐는 빛을 따라 엄마를 올려다 보았다.

엄마는 아직 작은 아이를 바라보듯, 나를 다정한 눈길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럼... 그런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삼아볼까나」

앞으로의 나는.

「그러렴」

다시 한번 엉덩이를 두드렸다. 사람을 악기처럼 취급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신기하게도 지금은 화가 나지 않는다.

「20살이라」

다시 한 번, 엄마가 중얼거렸다.

「에잇」

「꺅」

갑자기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바늘로 찌른 듯한 아픔이 두피에 느껴졌다.

「아 정말」

「머리카락을 뽑아봤습니다~」

「흰머리?」

「그냥 머리카락」

「어이어이...」

엄마가 나에게 자랑하듯 보여주려고 얼굴 앞에서 손을 펼쳤다.

춤을 추듯 떨어지는 머리카락은 제대로 흰 색이었다.

예전에 누군가가 쓴 수필에서 20살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를 읽었다.

마을을 걷기만 해도 마치 다른 세상이 보이는 것처럼 적혀있었다.

따라해보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나도 걸어보기로 했다.

「깡총깡총」

이런 혼잣말이 새어나올 정도로 사람과 마주치지를 않는다.

역으로 향하는 길은 어제 봤던 길과 변함없었고, 구름이 적은 하늘은 아침해가 살짝 눈부실 정도로 비추고 있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숨결을 내뱉으며, 빛나보인다던가하는 그런 기적같은 일은 없었다.

당연한 현실만이 있을 뿐이다.

집에서 얻은 알 수 없는 충만한 느낌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음...」

때때로 전화를 확인한다. 아다치에게는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다. 뭐 상관없지만.

바라는게 있다면,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한다.

아다치 너라면 할 수 있어!

「나도 뭔가 귀찮아지고 있는건 아닐려나...」

투덜거리면서 전화를 집어 넣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하는 만큼 나는 아다치에게... 뭐라 해야하나...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나보다. 멀리 멀리 바뀌어 가고 있다.

예전의 자신과 확연히 다른 것은 지금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아다치가 오지 않는다면 변함없는 거리가 그곳에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나를 변하게 하는 것은 20살이 되었다는 그런 것이 아니라 아다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된다. 좋든 나쁘든 그녀가 몰아온 파도에 그저 농락당하며 먼 바다로 밀려나게 되겠지.

아다치는 그만큼의 기세를 가지고 있다. 너무 세서 가끔 벽에 머리를 부딪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