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째 즈음의 시작』
말하고 나서, 떠나고 난 후, 그래.. 그렇구나 싶었다.
살고 싶으니까 같이 살기로 한 것이다.
한 번 입에 담으면, 지금까지는 그저 운반되는 화물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과 거리감이었던 것이 내 품에 안길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느낌이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다든가 그런 흐름이었다든가.
그런 것도 분명 있었지만, 내가 선택했다는 실감이 더해져 간다.
그렇게 되면 점점 더 의식이 들뜬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명확하게 보여서 「아, 그렇게 되겠구나」 라는 기쁨 같은 것이 밀려온다.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어 아다치의 얼굴을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분이 되지 않았어도 결국에는 보러 갔을 것이다.
달력에 적어두었던 먼 여행 일정을 확인한 것 같은 설레임, 들뜬 기분.
이미 한밤중인데도 복도를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평소와 같은 집,여느 때와 다름 없는 풍경, 늘 지나온 복도와 평범한 밤.
하지만 앞으로 무언가 시작될 것을 예감하는 그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뭔가 좋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 표정이네요」
유카타 차림의 야시로와 마주쳤다.
계절이 겨울인데도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태연히 유카타 한 장만 입고 있다.
여동생에게 받은 것인지, 종이팩에 담긴 사과주스를 꿀꺽꿀꺽 빨아먹고 있다.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는 반짝반짝 빛나는 그 눈동자가 가까이 있는 나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너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그것 참 다행이네요」
츄루루~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각자 목표하는 장소로 스치듯 지나갔다,
야시로에는 그런 게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하고 웃었다.
손바닥에 남아있는 물색 빛이 채 가시기 전에 성큼성큼 계단을 오른다.
손끝에 희미한 빛을 머금은 채, 그 손으로 문고리를 잡아 2층 문을 힘차게 열었다.
방에 들어서자, 정좌하고 있던 아다치가 그 자세 그대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여전히 아다치는 요령좋음과 서투름이 혼재되어 있다. 그래서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 시마무라인가......」
「잘 부탁해에~!」
기세 그대로 인사를 건네자, 아다치는 먼저 어정쩡하게 고개를 기울인 채 굳어졌다.
잠시 눈이 벽을 향한 채 고정되어 가만히 있는다.
갑자기 나타난 내가 왜 이렇게 활기찬지, 무엇에 잘 부탁한다고 했는지 생각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아다치가 알아차린듯한 반응을 해서, 으흥~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모르는 아다치도 좋지만 알고 있는 아다치도 좋다.
즉, 모두 전부다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보를 다 처리한 척하며 이해를 포기한 듯한 아다치가 애매모호하게 두 손을 번쩍 든다.
「이.. 이예~이!」
「헤이~」
헤이헤이 헤~이.
『몇 번째 즈음의 시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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