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효과』
그러고 보니 내가 먼저 놀러 가자고 권유한 적이 있었나 싶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수업 전 짧은 쉬는 시간에 턱을 괴고.
뭐 평소보다 건설적인 행동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아다치한테 놀러가자고 한 기억이 없다.
칠판에 적힌 것을 노트에 옮겨 적다가 문득 그런 사실을 깨달았다.
연락도 내가 먼저 하는 경우는 적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는 반성할 일인가, 우선 이 부분부터겠지.
내가 먼저 권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아다치는 항상 불안해하며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부덕의 소치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연락하지 않아도 아다치가 꽤 잦은 빈도로 전화나 메일로 연락을 해왔기 때문에,
내 쪽에서 연락을 하지 않아도 별문제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건전한 것일까?.
건전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건전함으로 무엇이 무너진다면 아다치는 망설이지 않고 불건전함을 택할 것이다.
머리까지 울리는 교실 안의 소란스러움 속에서 한 곳, 움푹 패인 곳에 눈을 돌린다.
같은 교실의 아다치는 내게서 떨어져 있으면 정말로 조용해서, 옆모습을 보면 거기만 기온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살짝 내려앉은 눈매와 겨울 교복의 색조가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
이런 부분이 나와 눈이 마주치면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부자연스럽게 볼이 느슨해지니까......뭐랄까......
편애?......아 이건 좀 다를지도.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없지만, 아다치는 나를 정말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내가 그렇게 좋은 사람인가? 라는 생각도 가끔 든다.
나도 아다치와 놀러 나가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어떤 기분일 때 아다치와 놀러 가고 싶은 것일까.
물론 만나서 노는 것은 좋다.
좋아~는 항상 있다.
하지만 그건 수동적인 감정에 가깝고 내가 먼저 좋아! 라고 스스로 움직인 순간은 아직 내게는 없었다.
왠지 모르게 거의 매일 만나고 있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역시 매일 만나고 있다는 부분이 나의 욕구를 소소한 걸로 치부하게 하는 거 일지도 모른다.
일주일 정도 만나지 않으면 마음의 메마른 부분이 아다치에게 젖어 들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아다치를 만나지 않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하하 하고 살짝 웃고 나서, 정말 무리인 것은 아닐까, 하고 무너지던 턱을 고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일주일 동안이다.
일단 학교에서 무조건 만나기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에는 논외다.
여름방학 기간도 아다치가 3일에 한 번씩은 만나고 싶어하기 때문에 빈틈이 없다.
일주일 동안은 힘들구나, 라고 새삼 느낀다.
여행을 간다던가? 아니 아다치랑 같이 여행 갈 것 같다.
일주일 동안 만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해도 절대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유를 설명해도 고개를 붕붕 흔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니까......무리다.
자 그럼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이나 사회인...... 그래, 분명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나는 분명 아다치와 함께 있을 것이다.
아다치는 나에게 달려올 것이다.
계속 고등학생인 그대로, 학교와 서로의 집을 오가던 그런 기분으로.
앞으로도 나는 아다치의 여자친구인 것이다.
그런가아.. 아직 눈에 들어오지 않는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미래를 생각한다.
이대로 계속 사귈 수 있을까, 나와 아다치.
헤어질 생각은 없지만, 만약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아다치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서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솔직히 좀 무섭다.
아다치와는 앞으로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당연하게 여자친구의 관계가 계속될 것이고, 그 마음이 아다치에게서 끊기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즉, 나는 이제 아다치와 만나지 않는 날이 없을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평생.
「.........진짜로?」
고등학교에서의 만남과 교제가 꽤 장대한 것이 되어 버렸다.
평생.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죽을 때까지 아다치. 어쩌면 죽어서도 아다치일지도 모른다.
진로니 취업이니 뭐니 말하기 전에 일생일대의 일이 하나 정해져 있다니, 굉장하다.
굉장하다 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여기서부터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아다치와 함께라는 수식어가 붙을 것이다.
아다치와 나.
아다치와, 시마무라.
「...........................」
아다치는 동급생이고, 혈연관계도 아니고,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만난 적도 없고, 서로 이름으로 부르지도 않고, 선택해서 함께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고, 생활권이 다르고, 별명도 없고, 가족도 아니고, 친한 친구도 아니고, 소꿉친구도 아니고, 개도 아니고, 속옷 색깔도 모른다.
완전한 타인이다.
타인이었다.
아다치와 처음 만났을 때, 이런 관계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
하지만 체육관에서 우연히 만나고, 아다치가 나를 좋아하게 되고, 나도 좋아하게 되었다.
우연이 연쇄적으로 이어져 누군가의 뒤를 쫓아간다.
그 끝에 도착한 곳의 이름은.
「운명~ 인거겠지......」
턱 괴는걸 그만하고 군청색 하늘을 바라보며 그 말을 떠올린다.
그렇네요. 라고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다음 쉬는 시간, 눈이 마주친 아다치가 자리에서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다가온다.
평생인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애매모호한 길이를 생각하며 느긋하게 손을 흔든다.
오랜 인연을 맺는다면.
오늘은 내가 먼저 방과 후에 놀러 가자고 권유해 볼까 한다.
『지속효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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