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파묻혀서』
본인이 풍기는 부드러운 인상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 이름을 듣고 조금 지나서, 머리 속에 떠오른 이름은 히라가나였다.
시마무라.
성 말고는 이름은 모르는 동급생.
우연히 체육관 2층에서 만나서 아마도 서로가 서로에게 왠지 모르게 끌려서 만나고 있다.
그런 날들이 2일 3일이 겹치고 겹쳐 오늘이...... 몇 번째 날일까?.
여름은 아직도 맹렬하게 빛나고 있고, 흐르는 땀이 등과 옷에 달라붙는다.
의식하면 불쾌하기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멍하니 최대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밀폐된 공간의 공기를 들이마시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목이 타는 것 같았다.
미지근해진 페트병의 물을 조금 입에 머금고 나서 움직인 김에 옆에 있는 시마무라를 보았다.
염색했을 금발이 체육관의 차분한 하얀 벽을 배경으로 하니 조금 눈에 띈다.
하복을 벗고 양말도 벗어버린 시마무라는 이런 환경에서도 졸음을 기억하고 있는지 머리와 눈꺼풀이 흔들리고 있었다.
바라보고 있더니 나도 전염돼서 눈을 감을 것 같았다.
깨있더라도 할 일은 없지만, 분명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을 텐데도 못 본 척하고 교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모두가 수업을 듣는 시간에 수업과 전혀 관계없는 곳에 있는 것이 이상하게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 고양감과 비슷한 것을 나는 잘 설명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거북하다.
서투르고,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하고, 불안해진다.
혼자 있는 게 더 잘 맞는 사람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지금은 시마무라와 함께 있다.
「아다치이......」
시마무라가 뭐라고 말을 건넨다.
목소리는 서로의 눈꺼풀처럼 느슨하게 졸고 있다.
「왜에?」
눈은 움직이지 않고 입술만 희미하게 움직였다.
「학교......」
나른해 보이는 시마무라의 목소리는 거기까지만 들린 후 잠시 침묵이 흐른다.
그 사이로 조금씩 약해져 가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스쳐갔다.
「아 역시 안돼」
「말하다가 중간에 끊으면 좀 궁금한데..」
「궁금해 하는 건 좋아 그럼 또 다시 이곳에 올 거잖아?」
꿈을 한번 핥는 듯한 약간 부드러운 말투.
즐거움에 탁구공처럼 살짝 튀어 오르고 있다.
시마무라도 의외로 둘이서 있는 것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그렇다면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라고 납득했다.
학교에 뭐 하러 왔어 라든가 그런 말을 하고 싶었을거라고 짐작했다.
학교에 와서 수업은 안 듣고 왜 이런 곳에 있어 라던가.
무엇이 싫어서 교실에 등을 돌렸는지, 그때의 생각과 사소한 저항은 이미 기억이 애매모호했다.
시마무라 역시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는 이유가 없다. 교실에 가지 않을 이유도, 이곳에 올 동기도 없다.
그러니 분명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이곳에 올 이유가 있다면......뭐랄까......활기를 띌 수 있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렇게 하자, 이렇게 하자, 이렇게 하나라도 지침이 있으면 조금은 더 수월할 것 같았다.
그것이 상식이나 규칙에 어긋나는 일탈일지라도.
조금이라도 더 여름에 파묻혀서 여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거기서 기어 나왔을 때, 분명 나는 또다시 혼자서 걸어가야 할 테니 말이다.
『여름에 파묻혀서』 끝
'아다치와 시마무라 >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백은의시간이 있었으며」- ④ (0) | 2024.06.30 |
---|---|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백은의시간이 있었으며」- ③ (0) | 2024.05.30 |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백은의시간이 있었으며」- ① (0) | 2024.05.27 |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일찍이 황금의 시간이 있었고」- ⑮ (1) | 2024.03.21 |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일찍이 황금의 시간이 있었고」- ⑭ (1) | 2024.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