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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백은의시간이 있었으며」- ①

『내가 올려다보는 밤에는』
 

 

사이좋게 즐겁게 지내라고 하셨다.

시마무라의 아버지에게, 시마무라 하고.

도망치듯이, 실제로 도망치면서 거실에서 나오면서 그 말을 곱씹어 본다.

안방으로 돌아와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낙담이 동시에 밀려온다.

시마무라는 지금 목욕을 하고 있는데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다.

방 한가운데에 정좌 하면서 먼저 사이가 좋은지 생각해본다.

좋다.

 

꽤나, 제법, 나름대로......엄청, 조금 지나친 평가인가?

그래도 엄청 사이 좋다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근거를 떠올리자,  귀가 뜨거워졌다.

일단은.. 좋다고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 좋다.

다음은 즐겁게다.

마음이 들뜨는 것을 즐거움으로 표현한다면, 틀림없이 나는 즐거움에 둘러싸여 있다.

시마무라와 만나고 나서 즐겁지 않았던 적이 없다.

울기도 하고, 소리 지르기도 하고, 난동을 부리기도 하고, 모든 걸 내뱉으면서 소리 지르기도 했지만,

시마무라에게 진심이 전해진 것들이라고 생각하면 지금에 와서는 즐거움 쪽에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사이가 좋고 엄청 즐겁다.

오오.. 확인하고 나서 조금 감동했다.

이정도면 딸을 잘 부탁한다고 말을 들었는데, 괜찮을 것 같다.

안심하고 추위에 한 번 몸을 떨고 나서 주위를 둘러본다.

시마무라의 탁자 위에 장식하듯 놓여 있는 것은 투박해 보이는 돌이다.

얼마 전에 달의 돌이라고 보여 준 적이 있다.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마무라는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았다.

달.

영원히 닿을 것 같지 않은, 아무도 없는 별.

시마무라와 둘이서라면, 달 표면에 내팽개쳐져도 죽을 때까지 살아 있을 수 있다.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서, 죽어 갈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소망이란 것을 궁극적으로 어디까지나 순화시켜 나간다면, 시마무라와 단 둘이 되는 것이겠지.

환경이라든가 그런 게 아니라, 시마무라.
시마무라만 있으면 된다.

「.....................」

가끔은 내가, 조금은, 시마무라에게 나의 모든 것을 너무 많이 쏟아붓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도 부족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푹 빠져 있는 내가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사랑이나 호의가 부족하다고 생각이 든다.

관심의 양이라든지, 호기심이라든지, 그런 것이 남보다 결여되어 있는 자각이 있다.

그래서 그 부족한 사랑을 모두 쏟아야 한다는 생각에 더더욱 앞만 보고 달려드는 것 같다.

그래서 어쩔 수 없다.

내가 올려다보는 밤에는 그 달 밖에 보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아무것도 없는 밤을 계속 바라보기만 하는 삶은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잘 부탁해에!

갑자기 뛰어든 시마무라가 뜬금없이 즐거워 보여서 선제 공격 당했다.

무엇에 잘 부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마무라의 아버지에 이어 또 잘 부탁 한다고 들어 버렸다.

 

오늘은 그런 날인 것 같다.

 

어떤 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시마무라는 나보다 훨씬 더 즐거워 보인다.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올려다보는 밤에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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