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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SS

아다치와 시마무라) SS-신세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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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재빨리 방을 향해 가방을 내던지고 편의점에서 사온 물건이 든 비닐봉지와 위장용 공부도구를 가지고 2층으로 향했다..

「너 또 토마토 주스야?」

거실에서 얼굴을 내밀고 온 엄마에게 들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엄마는 이상하게 날카롭다.

「그렇게 좋아했어?」

「뭐... 그렇지 마이붐이야」

더 이상 얽히면 귀찮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를 빠르게 끝내고 계단을 뛰어오른다.

위협하지 않도록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문을 닫고 콩콩 두 번 노크를 한다.

그게 신호.

그리고 코타츠에서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온 것은 틀림없이 아다치였다.

「으음... 어서와 시마무라」

「다녀왔어. 토마토 주스 사왔어」

「아아... 고마워」

눈앞의 아다치는 졸린 듯 크게 하품을 하고 눈을 문지른다.

아다치를 위해 커튼을 치고 어둑어둑한 방에 나는 작은 전구를 켠다.

그러자 아다치는 인상을 찌푸리며 꾸물꾸물 코타츠로 파고든다. 마치 거북이 같다 아다치.

아니, 지금의 아다치는 거북이 정도의 나약한 생물이 아니다.

토마토 주스에 태양광을 피해야 하면 무엇일까.

내 눈앞에 있는 이 아다치는 흡혈귀인 것이다.

나는 그 아다치를 이렇게 2층 공부방에서 간신히 숨긴것이다.

일의 발단은 며칠 전. 잊을수 없는 자정 정각이었다.

그날은 드물게 잠이 오지 않아서 빈둥빈둥 몸을 뒤척이고 있을 때.이 아다치가 온 것이다. 창밖에서 콩콩 두 번.

나와 아다치는 심야에 놀러 가는 사이였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나도 드디어 진짜 불량이 되는 건가, 하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였다. 그 외모와 아다치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놀랐다. 

이 아다치는 자신이 흡혈귀라는 말했다. 덧붙혀서 전혀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한다.

전혀 이야기를 이해할수없었지만 친구를 내버려두고 자러 돌아갈 수도 없어서 슬쩍 2층으로 데려왔다.

아다치 자신도 갑자기 이 세계로 날아가 버린 이유는 모르는 듯, 돌아가는 방법도 모르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 나를 의지해 온 모양이다. 일단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장소를 찾았던거 같다.

어째서 나인가.하고 생각했지만, 내가 아는 아다치의 편향이 생각나서 묘하게 납득하고 말았다.

자기 집에 가면 되잖아, 라고 물었더니, 이 세상의 나를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했다. 그런가 보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도 아다치가 있다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었다.

평범하지 않는 특별한 느낌이 나에게 약간의 고양감을 주고 있었다.

「어제는 뭐 알아낸거 있어?」

「음~ 그럭저럭?」

아다치는 코타츠 안에서 꾸물꾸물하며 나른하게 대답한다.

흡혈귀는 야행성답게 매일 밤 내가 잠들 때쯤 집을 나와 내가 일어나기 전에 돌아온다.

밤마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저기 저쪽의 나는 어떤 느낌이야?」

저쪽이란 이 송곳니가 난 아다치의 세계를 말한다. 아다치가 흡혈귀라는 말을 듣고 왠지 모르게 그런 건가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물어보고 싶은 것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음~ 늑대?」

「나는 늑개인거냐」

「응 보름달 보는 거 좋아한다고 했거든」

늑대, 늑대인간이란 놈일까? 보름달을 보면 변신할 수 있다는 늑대인간

아다치의 말투로 보아하니 달을 보고 영화처럼 날뛰는 일은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달을 보고 기뻐하다니

호게츠라는 이름을 보면 묘하다고 할까.아니, 저쪽 나도 호게츠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다른 애들도 있어?」

「응, 여러 가지. 근데 여기랑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집 위치도 똑같기도 잖아 그렇게 말한 아다치는 다시 코타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신기한 세계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여기랑 별반 다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그쪽에서도 나랑 아다치도 잘 지내는 것 같고.

「이쪽의 나는 시마무라 집에 자주 오지 않았어?」

이번에는 아다치의 질문이었다.

확실히 이 아다치가 오고 나서는 아직 온 적은 없다.

그렇지만 이 아다치가 있는데 이쪽 아다치를 집에 초대하는건위험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자주와 얼마전에는 자러 오기도 헀고」

「그렇겠지」

뻔했다는 듯 건성으로 대답. 왜 물어본거야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안 마셔? 토마토주스」

나는 모처럼 사온 토마토주스를 가지고 코타츠 동맹에 가담했다.

그러자 아다치는 얼굴을 내밀어 내 무릎을 끌어당긴다. 지난번 우리 같다. 서로 반대지만

문득 아다치의 얼굴을 바라본다.

「어라..... 아다치? 안색이 안좋네...」

흡혈귀에게 혈색이 나쁘다느니 하는 것도 솔직히 말해도 되는가 싶지만...

낮에 봐 온 이쪽의 아다치와 아무래도 비교 하게 된다. 게다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피곤해 하고 있는 느낌이다.

「흐음......별로 그런거 같지는 않은데」

여전히 아다치는 거짓말이 서툰거 같다. 아다치의 눈이 이쪽의 아다치가 거짓말 할때 처럼 흔들리고 있다.

흡혈귀 아다치는 내가 아는 아다치와 달리 상당히 침착하다. 아다치와 처음 만났을때는 이랬지 하고 그리워질 정도다.

하지만 이런 점은 변하지 않는 것이 정말 아다치인 것 같다.

「정말~?」

그렇게 묻자 검연쩍다는 듯 일어나 토마토 주스를 마셨다.

「맛있어?」

「그럭저럭일까나」

한방약이라도 마신 얼굴이였다.

아다치는 토마토 주스를 마시고 잠들어 있으면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거짓말일 수도 있고. 역시 인간의 피가 필요하지 않을까.

막 왔을 때는 아다치도 이 시간에는 일어나서 빠릿빠릿했던 것 같은데 어제부터 해가 질 때까지 계속 졸려 하는거 같다.

「저기 아다치」

「왜에?」

「마시게 해줄까? 내피」

입을 열고 나온 말은 스스로도 조금 의외였다. 뭐 그래도 아다치라면 물려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안 돼, 그건, 안 돼.....라고 할까, 사양하겠습니다......」

오. 드믈게 이 침착한 아다치가 아다치스러운 행동을 보여줘서 조금 재미있어졌다.

아다치가 아다치스러운 행동이라니 뭔소리래...

「왜? 아다치가 기운차리면 좋겠는데」

아다치가 흡혈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게 궁금해서 조금 들이댄다.

「아니, 뭐랄까... 이쪽의 시마무라에는 민폐를 끼치기 싫기도하고...」

이쪽의... 저쪽의 시마무라에는 사양 안하고 있는건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괜찮아 상관없어~ 얹혀 사는 이상으로 더 폐가 될 일은 없어~」

「......시마무라는 역시 약간 짖굳은 그런 부분이 있어...」

「도와주려고 하는건데...」

그렇게 말하고는 아다치는 삐쳐서 획 돌아버렸다. 으아아아

도망 치고 있는 사람을 보면 쫒아 가고 싶은게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일까...

이쪽의 아다치는 항상 나를 쫓아 달려오는데, 이 아다치는 조금 다르다. 그것이 아무래도 근질근질해서 참을수가 없다.

이상해진 김에 가져온 숙제 프린트를 집어들고 쓱, 검지 위를 미끄러뜨린다.

서서히 손가락 지나가 따끔따끔한 통증이 활보한다. 의외로 날카롭구나 하고 그 번진 붉은색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공기가 건조함을 느끼는 가운데 내 가슴은 은근히 습도를 높여간다.

표면장력을 발휘하고 있는 피를 흘리지 않도록 천천히 나는 아다치를 향해...

「아다치」

라고 불러보았지만 여전히 삐쳐있는 상태였다.

「다른 이야기야 이쪽 봐줘」

다른게 전혀 아니다 그래도 아다치는 단순해서인지 이쪽을 돌아본다.

나는 그 손가락을 아다치의 입에 쑤셔 넣었다.

「음우웁」

「마셔」

아다치의 얼굴이 이쪽의 아다치처럼 이리저리 바뀐다. 역시 아다치는 이래야지

그러나 아다치는 내 손가락을 문 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약간 반항적인 그 눈빛이 나를 몰아붙인다. 고집이라도 부려서 안 마실 생각인 것 같다

나는 다시 손가락을 쭉 내밀어 아다치의 혀에 직접 그 피를 적혔다.

아다치의 어깨가 튀고 달콤한 목소리가 내 고막을 친다.

지금까지 아다치의 말이 안 되는 목소리는 많이 들어봤지만 이런 야한음색은 처음이었다.

소리가 뇌로 스며들어 내가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불꽃처럼 뜨겁고 선정적인 느낌.

덩달아 내 몸도 달아 오르는것 같았다.

부드러운 그 혀를 더 더듬고 싶어졌다. 하지만 아다치는 혀를 들어올려서 내 손가락은 아래턱으로 떨어진다.

그 박자에 꿀꺽, 아다치의 목을 울린다. 계속해서 한 번, 두 번. 내 피가 이 아다치를 구성하는 일부가 되어 간다.

달콤한 손가락 저림은 옅은 쾌감과 조금 비슷한거같다.

아다치의 눈은 서서히 축축해져 갔다. 아마 아다치는 숨을 쉬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이대로는 조금 불쌍해서 천천히 그 손가락을 뽑아낸다. 그러자 갑자기 손끝에 아다치의 혀가 휘감아온다.

이번에는 내가 이상한 소리를 지를 것 같았다. 손가락을 끌어당길 때마다 그 부드러움이 손가락을 쓰다듬어 간다.

허리 주변이 들떠서 등뼈 주위를 전류가 빠져나갔다. 불과 몇 초도 안 되는 그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진다.

내 손가락이 아다치에게서 떨어져, 푸하, 하고 아다치가 호흡을 재개한다.

축축한 손가락을 보니 상처가 아물어있었다..이런 것도 할수 있구나

아다치 쪽을 돌아보니 숨을 막힌 것이 괴로웠는지 호흡이 거칠어졌다.

「미안해 아다치 조금 지나쳤던거같아.」

냉정해지고 고개를 숙인 아다치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아다치?」

순간 아다치가 내 양쪽 어깨를 잡고 덥쳐온다. 가까워... 코끝이 맞닿을 만한 거리.

아다치의 거친 숨이 느껴진다. 아다치의 눈은 붉어져 있었고, 그 진홍색이 나와는 다른 생물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지금까지의 아다치는 나를 배려했을 뿐 본래 사람과 흡혈귀는 포식 관계에 있다는 것을 그렇게 가르쳐 준 것 같았다.

「미안 시마무라」

아다치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는다.

「잠깐만!」

나는 반사적으로 아다치의 어깨를 밀어낸다.

의외로 힘이 들어가지 않아 아다치는 쉽게 물러났다.

아다치는 잠시 멈췄다가 눈 색깔이 파란색으로 변해간다.

그러자 다시 아다치의 어깨가 뛰면서 정신을 차렸는지 아다치의 손길도 멀어져 갔다.

「미.. 미안!」

「아~....응 나도...」

아다치가 거절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 놀랐을 뿐. 그걸 전하고 싶었지만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아..음 정말 미안해!....나... 나중에 다시 올께!」

「에엣.. 아다치? 기다려!」

아다치가 이번에는 거북이를 졸업하고 토끼처럼 재빨리 코타츠를 나와 창문으로 날아가 버렸다.

다행히 해는 이미 저물어 있었다.

「기다려줘~」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책상 위에 엎드렸다.

「나중에...라니」

조금 실패했을지도 모른다고 머리를 탁상에 부딪쳤다.

침전된 의식을 건져 올린 것은 살을 찌르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었다.

눈을 떠보니 예쁜 달과 활짝 열린 창문에 밤바람에 나부끼는 커튼.그리고 아다치가 거기 서 있었다.

「어라 아다치......?」

아무래도 아다치를 기다리다가 잠들어 버린 것 같다.

나는 추위를 참으며 일어서서 아다치의 옷을 잡았다.어쩐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미안 시마무라 깨웠나봐...」

「응」

달을 바라보는 아다치의 옆모습은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가는거야?」

웬지 그런 느낌이였다.

「응. 실은 피가 부족했을 뿐...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했어」

그렇구나 내가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준 셈이다.

내 피를 빨면 저렇게 되어버리니까 말하지 않은 것뿐이다.

「그렇구나. 외로워지네」

「그, 고마워요, 시마무라.이것저것. 그리고 미안해」

「별로 싫었던 것은 아니야...깜짝 놀랐을 뿐」

「응 그럼 화해하자」

그러자 아다치가 내 시선 겹쳐서 다가온다.

갑자기 아다치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왼쪽 뺨 주변으로 부드러운 감촉이 번졌다.

코를 스친 아다치의 머리에서 아다치 냄새가 났다.

아니, 그게 아니라.

「......어?」

뭘 당한거지 지금.... 아다치 한테???

「어라... 설마 처음이야?」

그 아다치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말투가 여러 가지를 상상하게 했다. 아다치는 처음이 아니야? 그럼 누구랑? 언제?

「흥 아니...!」

거짓말 아니야 볼에 뽀뽀 정도면 당한 적은 있다. 아마 십몇 년 전쯤에...

「그렇다면 이쪽의 나에게는 사과하지 않아도 되겠네」

이쪽의 나에게는 터무니없는 선물이었다. 떠나갈 무렵에 확 수류탄이라도 던져진 것 같았다.

아다치는 처음이 아니라면 누구냐고 물었더니 나라고 했다 저쪽의 나

엥?

「또 보자, 시마무라」

「앗! 아다......치!...」

내가 부르는 소리에도 아다치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떠나는 새는 뒤를 어지럽히지 않는다. 인가...

아다치가 날아간 자리에는 파문이 일면서 내 마음의 안식을 산산조각 내고 갔다.

나를 뒤흔들고 가버렸구나 아다치 아니, 저 아다치에게는 평범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와 있어도 침착하고 평정, 마치 초기 아다치

그것보다 아다치가 나쁘다.

「하아...... 아다치는 바보」

형체를 가질 것 같은 큰 한숨이 나오고 머리를 싸안는다.

당분간 이쪽 아다치의 얼굴은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끝」

 

 

 

SS출처: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6367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