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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SS

아다치와시마무라) SS-그 꿈을 덧그리며

아다치와시마무라 6권의 내용이 있습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스포일러 주의.

 

 

-if-

 

 

깊은 바다 밑바닥에서 내 몸을 끌어올린 것은 귀에 익은 무기질 음악이었다.

나는 소리의 발신원을 잡고 그 소리를 멈춘다.
일어나야지.
의식도 흐릿한 채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일어난다.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제시간에 맞춰 갈 수 없다.
맞춰 갈 수 없다고? 어디를?
방문을 열자 마침 토스터가 다 구워짐을 알리는 소리가 났다. 빵 냄새였다.

「좋은아침 아다치」
시마무라가 있었다. 부엌에 시마무라가 서있다.
아! 맞다 오늘은 시마무라가 준비하는 날이지.

나는 시마무라의 얼굴을 보자마자 삐침머리가 없는지 궁금해서 머리를 억누르며 시마무라에게 향한다.
「조.. 좋은아침 시마무라」
「응 잘잤어? 이제 다됬으니까 자리에 앉아있어」
그렇게 말하고 시마무라는 느긋한 움직임으로 머그잔 두 개에 커피를 내린다.

구워진 식빵에 버터를 쏙 얹어 내 곁으로 옮겨왔다.
「자 어서 먹어」
「고..고마워 잘먹겠습니다.」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시마무라가 집에 있다. 슬슬 익숙해지고 있을 텐데,

왠지 익숙하지 않은 것 같은 그런 위화감이 있다.

뭔가 옛날 꿈을 꾸고 그 기분을 아직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감각이 있었다.
「저기 아다치 오늘 저녁 뭐 먹고싶어?」

시마무라가 묻는다. 나는 반사적으로

「시마무라가 해준거라면 다 괜찮아」

그렇게 대답해 버린다.

이럴 때는 뭐든지 좋다고 대답하면 곤란하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나는 시마무라가 만든거라면 모두 좋다.
「으음 아!  역시 이건 물어봐도 소용없나?」
시마무라는 혼자 알아챈 듯 손바닥에 토옥 주먹을 떨어뜨리고 두드린다.

내가 뭐든 좋다는 애매한 대답만 해서 그런걸까...
「그럼 아 그래 오코노미야키!는 어때!」
왜 순간적으로 오코노미야키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마무라에게 미움받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풋 푸하하 그래 오코노미야키 응 좋아 그저께도 먹었는데 말이야
「엣 그랬...었나?
그래, 하고 시마무라가 웃는다.

나는 아직 잠이 덜 깬 것인지도 모른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기억이 희미하다.

그저께 저녁밥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보다 아다치 빨리 먹지않으면 늦을거 같은데?
시마무라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시계를 보니 확실히 그런 시간이 되어 있었다.

무엇을 기준으로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나는 서둘러 빵을 입안에 집어 넣고는 몸이 가는 대로 재빨리 옷을 갈아 입었다.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머리는 아직 맑지 않은데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알 수 있다.
과연 나는 어디로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을까. 마치 내 모습을 뒤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다.
그리고 현관에 서서 뒤돌아보니 시마무라가 배웅하러 와 있었다.
「그럼 다녀올께」
아, 기다려 아다치
시마무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작게 발돋음을 하면서 천천히...
내 이마에 부드러운 감촉이 스며들 듯 퍼진다.
「에엣 앗.. 시마무랏!」
시마무라는 에헤헤 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나에게 보내고 있었다.

나는 갑작스런 키스에 전혀 머리가 돌지않았다.
「저기 아다치...... 나중에 봐
「으 응...」
나는 끓을 듯한 머리를 움켜쥐고 문 밖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나중에 봐? 무슨 말이지? 그렇게 생각했을 때, 이미 나는 문을 열고...

 

 

 

진흙 속에서 기어오르듯 나는 몸을 일으켰다. 몸은 흙으로 도배된 것처럼 무겁다. 움직이자니 머리도 조금 아팠다.
그런 상태인데도 마음은 어딘가 따뜻하다. 뭔가 되게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의식은 반쯤 진흙 속이다. 그 따뜻함이 뒤에서 당기고 있는 것일까
나는 휴대전화를 들고 시각을 확인한다.

16시

나는 그 시간을 보고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낀다.
맞다. 나는 시마무라와의 전화를 끝내고 그대로 잠들어 버린 모양이다.

현실을 인정하자마자 꿈의 따뜻함은 사라지고 냉수에 몸을 부딪친 것 같다. 깊은 한숨이 내 몸에서 흘러나왔다.
무리도 아니다. 오늘 시마무라와 가기로 했던 불꽃축제가 비로 취소되었으니까.

모처럼 시마무라랑 단둘이서 가는 첫 불꽃놀이......그렇게 생각했는데.
내 마음에 드리운 그림자는 그 날의 경치를 떠오르게 한다. 오늘만큼은 신 같은걸 원망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날 시마무라 옆에 있던 그 아이에게는 기회가 찾아왔는데, 나는 그 기회조차 없다니. 정말 불공평하다.
짜증이 나서 그대로 자버린것이다. 오갈 곳 없는 부정적인 마음이 가시밭처럼 몸에 달라붙어 내 행동을 저해하고 있다.

불꽃축제라면 아직 몇번의 기회는 있을텐데...
다음에는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날 전화기로 들었던 시마무라의 차가운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아서 무섭다.

이번에 어떻게든 약속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절반 정도는 기세에 맡겼기 때문이다.

일단 브레이크를 밟아 잃어버린 속도를 되찾기는 의외로 어려운 것이다.
내 마음은 창밖으로 보이는 날씨만큼이나 흐리고 축축하게 내게서 모든 원동력을 빼앗아 가는 것 같았다.

이럴 때 시마무라에게 전화가 오면 내 하늘은 로켓이라도 쏘아 올린 것처럼 순식간에 맑아질 텐데.
전화를 끊은 것은 바로 나였다.

불꽃축제가 중지되었다고 시마무라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순간 내 마음은 부정적인 마음으로 가득 차버렸다.

시마무라는 아무것도 나쁘지않은데, 슬프고, 괴로워서.내 입에서 내가 의도하지 않은 무언가가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끊어 버렸다.
시마무라는 어이없다고 생각할까.

지금 생각하면 아이의 떼, 나의 이기심 그런 나의 태도가 전화를 통해 전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시마무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 일은 없을것이다.

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때까지, 여름방학 동안에 시마무라랑 만나는 일도, 아마 없을 것이다.
몸이 다시 침대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느끼려는 찰나 초인종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이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상 아직 돌아올 시간이 아니다.

게다가 열쇠를 잊어버린 적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갑작스런 내방객을 귀찮아하면서도 느릿느릿 인터폰을 확인했다.
「누구세...요  시마무라!?」
빗속에서 우산도 쓰지 않고 서 있던 것은 틀림없이 시마무라였다.
「에...그게  와버렸어! 라고할까...」
시마무라는 뭐라고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손을 든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어쨋든! 빨리 들어와!」
나는 달려가 현관문을 열고 그대로 시마무라의 손을 잡았다.
「이야~ 흠뻑 젖어벼렸네 갑자기 쏟아져서~ 」
아하하 라고 시마무라가 애매하게 웃는다.

나는 일단 시마무라를 집 안으로 들어오게하고 목욕 타월을 건네준다. 엄마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마무라 그게.... 갑자기 무슨일이야?」
나의 사고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애당초 시마무라가 우리 집을 찾아온 이유부터 알 수 없다. 내가 갑자기 전화를 끊어서일까?

그렇다 치더라도 우산도 안 쓰고 걸어왔다니?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왔었는데
내가 자는 동안 빗줄기가 약해져 있던 시간이라도 있었을까.

시마무라가 그렇게까지 해서 나를 만나러 와 준 것은 기뻤지만, 어느 쪽인가 하면 약간의 당황과 미안함이 내 뇌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아다치를 만나러 왔다고 할까나?
오늘 시마무라는 뭔가 애매함이 많다. 역시 아까 전화가 잘못됐음에 틀림없다. 시마무라를 신경을 쓰게 하고 있는 것이다.
「미.. 미안 아까 전화때문이지... 그런거지...」
「에에.....어 그래그래 전화 전화....때문일까나. 신경쓰여서 말이야」

「미안」
역시 그런거였다. 시마무라가 와준 것 그 자체는 굉장히 기쁘지만  그 이상으로...

시마무라가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시마무라를 만나서 이런 기분이 들다니 처음이었다.
시마무라에게 더 이상 미움받는 것은 싫다. 폐라도 끼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 결과를 초래한 것은 나 자신.

그런 자신의 한심함에 짓눌리는 것 같았다.

질척이던 가슴 속 안개가 모양을 바꿔 목구멍까지 치솟고. 시마무라가 눈앞에 있는데도 마음은 아래를 향한다.
「아아아 이젠 답답해서 안되겠어 아다치 이리 좀 와봐
시마무라는 작게 소리를 지르더니 나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전혀 몰르겠지만, 시마무라에 오라고 하면 가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랬더니 화악. 젖은 머리의 차가운 감촉이 뺨을 어루만졌다.
「우아앗 시마 시마무... 아?」
머리가 돌지 않았다.돌 리도 없다. 시마무라에게 안겼으니까.
「옳지옳지......미안해 아다치」
시마무라는 그렇게 말하며 내 등을 토닥토닥 일정한 리듬으로 두드린다.
「난 말이야 아다치가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걸 보러 온게 아니야」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천천히 부드럽게. 이런 일을 당하면 곤란하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왜냐하면 오늘은 시마무라가 나 때문에 우울하고 불안하고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돼서 시마무라가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서.

「욱....시마....흐윽  시마뭇라아아아.....」

참을수 없었다.

아하하, 울지 마. 아다치. 괜찮으니까.
시마무라의 목소리는 매우 상냥했고 이렇게 달콤한 시마무라의 목소리는 처음이었다.



「좀 진정됬어?」
내 눈앞에 앉는 시마무라는 턱을 괴며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응」
내가 시마무라를 대접해야하는데 완전히 반대로 되어있었다.

어디서 꺼내왔는지 어느새 내 눈앞에는 두개의 컵과 데워진 우유가 내려져 있었다.
「옳지옳지 자! 그럼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하나...」
이번에는 팔짱을 끼고 음, 하고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역시 시마무라는 나에게 뭔가 이야기가 있어서 찾아온 것이다.

아까 그 아이를 달래는 듯한 태도가 좋아 시마무라는 상냥한 것 같지만 상냥하지 않다.

또 전과 같은 얘기를 하는걸까...
하지만 아까의 시마무라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 뭔가 설명하려고 하면 할수없는 그런 느낌이다.
「저기.....역시 미안」
일단 나에겐 사과할 일이 너무 많았다. 
아니, 그게 아니라 말야, 나한테 사과해도 의미가 없다고나 할까?
의미가 없다, 라고 말해도. 아까부터 시마무라와의 대화가 뭔가 잘 맞지 않는거 같다.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시마무라는 뭔가 설명한 듯, 음, 하고 더욱 신음한다.
「뭐 상관없나」
시마무라가 숫가락을 컵안에 넣으면서

아다치는 내가 미래에서 왔다고 하면....믿어?
갑자기 진지해졌다. 진지한 시마무라. 오늘은 여러 시마무라의 표정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게 아니라! 미래. 시마무라는 이렇게 말했다. 미래에서 왔다.

미래에서다. 그렇구나, 그것 참 고생이 많군요. 그게 아니라 뭘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 거야, 난.

어쩌면 놀림을 받고 있는지도 몰라. 시마무라는 가끔 내 이해 밖의 이야기를 할때가 있다. 아니, 가끔이 아닐수도....

그치만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외야에서 공을 던졌다. 아니 관객석정도 인가?.

시마무라가 던진 공이라고는 하지만 캐치하기 어렵다.
「어.. 그게 무슨말이야 미래에서 라니?」
「아~ 역시 그렇지」
시마무라도 역시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쓴웃음을 짓는다.

그러자 시마무라는 생각난 듯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를 일으켜세웠다.
「이것봐 내가 키 더 크지 않아?」
이것봐 이것봐 하고 시마무라는 자기 머리 위로 손바닥을 슬라이드시키고 내 머리에 툭 손을 얹어 왔다.

과연 시마무라의 성장을 깨닫지 못했다. 내가 여름방학에 시마무라랑 만나지 않은 사이에...
「아다치... 역시 믿지 않는 얼굴이네
아, 아니야 그런 건 아니야...
아니진 않았다. 설득하기엔 미묘했다.

솔직히 시마무라가 더 크다고 하면 그런 생각도 들고 안드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정도 차이다.

별로 시마무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너무 엉뚱해서 내 뇌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확실히 자세히보니 시마무라가 조금 어른스러워진 것 같은.....이것 또한 미묘하다.
어라 그러고 보니 아다치 집에서도 머리핀을 하고 있구나
「아 응 시마무라에게 받고 나서부터 계속....」
시마무라가 신기한 듯 내 옆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는다.

나는 시마무라에게 커플 머리핀을 받은 이후 왠지 모르게 머리핀을 끼게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시마무라에게 받은 소중한 것을 그렇게 툭 꺼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평소에는 편의점에서 산 평벙한 머리핀을 하고 다녔다.

시마무라 앞에서도 몇 번인가 하고 있던 적이 있지만,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일까. 그건 충격이었다.
「뭐어 이건 일단 재쳐두고」

넘어가버렸다.

「아다치 휴대폰 좀 빌려줘」
시마무라는 조금 신이 났는지 텐션이 약간 높아진 느낌이다. 시마무라가 나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건 드문 일이다.

「상관없긴한데.... 뭐에 쓰려고?」
「일단 봐봐」
그렇게 말하면서 시마무라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내 휴대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아다치의 휴대폰 비밀번호는......」
지금 뭔가 굉장히 불길한 말이 들린 것 같은데
「오 됐다 됐다」
「에엣.. 어떻게 아는거야!」
「아하하핫、어떻게 알다니 나하고 아디치는 1.....2.... 7년...정도 사귀고 있으니까」
말 한 후에 시마무라는 아 8년이었나? 라고 투덜거리고 있다.

정말 내 휴대폰 비밀번호를 해제해버린 것 같다.

시마무라는 그대로 불안한 조작으로 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자, 하고 그대로 건네줬다.
화면에는 수화기를 본뜬 아이콘 아래에 시마무라라고 표시된 화면이 있었다.

그렇구나, 시마무라는 시마무라에게 전화를 걸었구나 어?

시마.. 시마무라! 이거 에? 어떻게 된거야 시마무라는 눈앞에 있는데....어어..?」
시마무라는 그저 웃으며 이쪽을 응시할 뿐 전화를 받을 기색은 없다.

방에 울리는 콜 소리는 내 휴대폰에서 울리고 있는 것 밖에 없다.
『네네 여보세요』
시마무라가 전화를 받았다.어라, 그치만 시마무라는 눈앞에 있고 머리가 어떻게 되버릴거 같았다.
『......아다치?』
전화 너머에 들린 시마무라의 목소리에 의식이 이끌려 전화를 받는다.
「시마무랏! 그게 잘못! 잘못 눌러버려서!」
이렇게 순식간에 변명이 나오다니,스스로도 잘 했다고 생각한다.
『아~.... 잘못 걸은 전화라고?』
「어어... 응응! 잘못 걸었어! 그뿐이니까!」
내가 허둥대자 눈앞의 시마무라는 그것을 보고 껄껄 웃고 있었다.
그것과는 반대로, 전화 너머의 시마무라는 것은 매우 냉정하다고 할까 당황한 기색이었다.
『흐으음.... 그럼 끊을꼐』
「아 응응 미안! 정말 미안 그..그그럼.. 」
그렇게 말하고 나는 통화 종료의 빨간 버튼을 에잇!, 하고 눌렀다.
어때? 이걸로 내가 미래에서 왔다고 믿어줄꺼야?
「믿.. 믿을께 믿는다니까!」
나는 이제 용서해 달라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또 이러면 심장이 몇 개 있어도 모자랄 것 같다.
「흐뭇!  그럼 용서하지
시마무라는 자랑스럽다는듯이 코를 흐응!거렸다. 귀엽다

나는 내가 처한 기묘한 상황이 서서히 내 뇌를 기어다니며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 세계에는 지금 시마무라가 두 명 있다. 미래와 지금의 시마무라가 있다.

여기까지 정리되어 생각해 온 부근에서, 푸왓!하고 나의 뇌내에 퍼진 것은,

미래로부터 온 시마무라에게 하고싶은 질문 여러 가지였다.
시마무라가 미래에서 왔다는 게 사실이라면 많이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하지만 그 기분과 동시에, 들어 버려도 좋은 것일까, 라는 마음도 있어서. 어려운 것은 모르겠지만.

만약 물어보면 여러 가지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 본 TV 프로그램에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내가 그런 대답이 보이지 않는 질문에 대해 끙끙거리고 있는데, 시마무라도 그것을 알아차린지 내 머리를 진정시키려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왔다.
「아다치는 기운이 넘치네~ 믿는다면 다음에는 나에게 무엇을 물어볼까 생각하고 있었겠지?
맞습니다. 라고 나는 무심코 눈을 돌린다.

그렇다고 치고 이 시마무라는 아까부터 내 마음에서도 읽을 수 있는 것일까.
「마음은 읽을 수 없는데?」
「......역시 읽고 있어
아하하 아다치가 알기 쉬울 뿐 그뿐이야 고교생인 아다치는 이렇게 알기 쉬운 애였구나
시마무라가 즐거운 듯이 웃는다. 이런 점은 변하지 않았구나하고 왠지 감탄하게 된다.

그게 아니라. 일단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이 있다.

미, 미래의 시마무라......씨는... 어째서 나를 만나러 와 준거야....?
일단은 여기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시마무라씨인가. 아다치에게 그렇게 불리는 건 왠지 낯 간지럽네
「미 미안」
그치만 아마 이 시마무라...씨는 연상일테니...
「어~으음 그게 있잖아 불꽃축제 취소됬지?
응. 사실은 오늘이었지만, 비가 와서 중지됬어
그렇다.

말도 안 되는 일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잊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시마무라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던 시마무라가 미래의 시마무라라고 한다면,

이 세계의 나와 시마무라의 관계성은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았다.

굳이 말한다면 잘못 전화했을 뿐이다.
「흐으으음 그거 큰일이네」
「어..? 큰일...인거야?」
「응... 큰일인지는모르겠지만 아무튼 큰일났어」
엄청 큰일인가보다. 사실 나에게도 그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내가 아다치와 불꽃축제에 간 것은 오늘이었으니까
그, 그런거야?
그렇습니다
시마무라는 팔짱을 끼고 끙끙 고개를 끄덕인다.
이러다가는 미래가 달라질지도 몰라.
그런 시마무라는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미래가 바뀐다. 미래의 시마무라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것은 나와 시마무라 사이에는 미래가 있다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더 이상 기쁠 게 없었다. 물어보고 싶다. 듣고 확인하고 싶다.

나와 시마무라 사이에는 확실히 미래가 있다고. 확실한 미래가 있으면 믿을 수 있으니까.
시마무라......씨는 원래대로라면 오늘 나와 불꽃놀이를 보러 갔을 것이고, 그게 나와 시마무라의 미래에 관계된다는 그런 거야?
그다지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뭐 그런 거지
시야가 확 트이는 것 같았다. 있어, 시마무라토 나의 확실한 미래가.  그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 미래를 위해서 지금 이 시마무라가 눈앞에 있다.

나를 만나러 와 주었으니까.
「아다치 얼굴에 다 들어나고있어...하아...」
「아니야 히..히마무아앗...」
시마무라는 내 볼을 양손으로 잡고, 쭈우욱 쭈우욱
「아하하 고교생의 아다치는 정말 귀엽네에~」
미래의 나에 대해 듣고 싶었지만, 시마무라가 정말 즐거운 듯이 내 얼굴을 가지고 놀아서 저항하지 못 했다.
「이다치는 이상한곳에서 감이 좋네에~」
뭐 어때~   내 뺨은 시마무라의 손에서 해방된다.
「자아 아다치는 한가지 해줬으면 하는일이 있어」
「싯.. 시마무라를 위해서 라면! 뭐, 뭐든지
일보 전진하다 꼬꾸라지다. 하지만 이 기분은 진짜다.
나랑 불꽃축제에 가서 같이 불꽃놀이를 보고와~
「그 그뿐이야......?」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지극히 당연한 미션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이렇게, 뭔가 장대한 것이 있을까 하고 자세를 취한 바로. 맥이 빠지고 만다.

물론 나는 이 시마무라 씨를 만나기 전까지는 시마무라에게 다시 불꽃축제에 초대하는것을 포기하고있었지만...

지금이라면 시마무라와 나의 미래를 위해서 그런 것쯤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음~ 그것 뿐만이 아니지만...... 이 이상은 말할 수 없어 나머지는 아다치가 하고 싶은 대로 일까~
그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시마무라랑 불꽃축제에 가서 뭔가를 이뤄야 할 것 같다. 뭐지?
뭐, 뭔가 어드바이스라던가
내가 자신없이 우물쭈물 하고있었는데..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 것
그렇게 말하고 시마무라가 웃는다. 나는 시마무라의 말대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겉도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는 한다. 시마무라는 분명 그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 가기로 했던 불꽃축제도 무엇을 할지는 너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참이다.
하지만 불꽃축제에 시마무라를 초대한다는 것은 역시 조금 무섭다.

어쩌면 이미 이전에 시마무라 옆을 걷고 있던 그 아이가...그래, 이 시마무라씨라면, 가르쳐 줄까?

그 아이는 대체 시마무라와 어떤 관계인지 알려줄지도 모른다.
저기, 시마무라......씨에게 한가지만 묻고 싶은게 있는데...
나는 마치 선생님 눈치를 보는 아이처럼 조심스레 물어봤다.
「뭐 상관없어 대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말이야
전에 나와 불꽃축제에 가기 전에 함께 불꽃축제에 갔던 그 아이는......시마무라의
아아, 응. 그애 말이구나
뭐냐고 묻기도 전에 시마무라가 짐작했는지 말을 가로채갔다. 시마무라의 표정은 또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응, 그건 말이야, 시마무라씨가 아니라 시마무라 호게츠에게 물어봤으면 좋겠어
「무 물어 볼수가 없어서 물어보는건데...」
아까부터 둘다 일본어가 이상하다.
「나도 대답한적이 없기도하고」
대답한 적이 없다는 것은 결국 내가 그 아이에 대해 알아내지 못한다는 말인가.

시마무라는 어딘가 자신의 깊은 곳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는 듯한 부분이 있다.

시마무라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있는 것은 싫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시마무라가 변해 버리는 것도, 다른 누군가와 웃고 있는 것도 전부. 생각만 해도 기분이 나빠진다.

이렇게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시마무라는 말했지만... 나에게는 시마무라가 전부니까.
아다치는 역시 곤란한 아이구나
「어.. 어린아이 취급은 그만해줬.....으면 합니다.」
내 표정을 보더니 시마무라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것만으로 마음이 점점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는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이 시마무라와 있으면 굉장히 침착해진다.

내가 알고 있는 시마무라와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그렇다.

그것은 이 시마무라가 어른이고, 아마 나와의 같이 있는 거에 익숙하고, 내가 모르는 시간을 계속 많이 보내왔기 때문이다.내가 모르는 시마무라다.
그건 싫어. 난 시마무라랑 같이 어른이 되고 싶다.
「으응 그래도... 그렇네 나의 제일 소중한..... 소중한 사람은」

「......응」
시마무라는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옳곳게
「분명 아다치가 될 테니까 나를 믿어줘
눈앞의 시마무라 씨는 천진난만한 소녀 같은 미소로 그렇게 말했다.



「그럼 힘내 아다치」
시마무라가 슬슬 가야할 시간이라고 해서 현관까지 온 것은 좋았지만 역시 헤어지기엔 너무 아쉬웠다.
「조..조금더 있을수있다던가......안돼?」
미안해 나도 저쪽에서 아다치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다치는 내가 없어지면 싫지?
저쪽에서... 그건 한마디로 미래의 일이다. 미래의 나다.

그런 말을 들으니까 미래의 나에게서 시마무라를 빼았는다는 것은 가혹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내가 만난 시마무라가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시마무라씨와 더 함께 있고 싶었고, 내가 가야 할 길을 가르쳐 주었으면 했다.

그렇지만, 그럴 수는 없는 것이겠지...
시마무라, 나 열심히 할게. 그러니까 또 만날 수 있을까...?
「응 아다치가 열심히 해주면 말이야」
시마무라는 또 내 머리에 손바닥을 툭 얹고 이번에는 가볍게 웃으며 몸을 돌린다.
「그럼 안녕 아다치」
「응 다.. 다음에 또 봐」
안녕이 아니라 다음에 또 보자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시마무라니까.
또 보자. 응, 기다릴게.미래에서 기다릴게.
시마무라가 뒤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시마무라가 문을 열고. 난 그걸 그냥 보고만 있었다.
조용히 문이 닫혔을 때 역시 견디지 못해 곧바로 현관을 나섰지만 그곳에 시마무라씨의 모습은 없었다.
「......기다리고 있어 시마무라」
나의 결의는 빗소리에 섞여 사라진다. 그래도 내 가슴 속에 다시 켜진 불빛은 더욱 그 힘을 더하는 듯했다.
시마무라에게 그런 말을 듣는다면 나는 뭐든지 할 수밖에 없다. 시마무라의 제일 소중한...

그것이 어떤 형태인지는 알 수 없다. 나와 시마무라는 다른 사람이니까, 가지고 있는 것도, 무엇도 전부 다르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모양이 아닐지도 몰라. 그래도 시마무라가 믿어달라고, 그런 말을 들으면 나는 믿는다.

시마무라가 보여 준 미래의 그 앞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수화기를 본뜬 아이콘과 시마무라라고 표시된 화면을 기도하듯 바라보고 있었다.몇 번 콜이 울리고
『여보세요 아다치?』

『싯..시마무라!  나.. 나하고!  불꽃놀이 보러가자!!!』
내 안의 푸른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 지나 다음 불꽃놀이 당일이 왔다.

시마무라씨는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렇게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한번은 접었던 시마무라 노트와 다시 노려보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는 생각의 결론에 도달하는게 빨랐던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게 쉽게 되지 않았다.

나는 시마무라랑 같이 불꽃놀이도 보면서 예쁘다라고 같이 느끼는 그뿐만이 아니라고 시마무라씨는 말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래서 결국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는 답을 찾는 걸 그만두고 다시 노트를 닫았다.
결국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제대로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해도 이미 늦은 것이다.
나는 지금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자신에게 타이르고 약속 장소에서 시마무라를 기다렸다.
그리고 나는 불꽃놀이보다 더 빛나는 시마무라를 발견했다.

나의 초점은, 시마무라만을 파악해, 다른 것은 모두 핀트가 맞지 않게 된 것처럼, 흐릿하게 번진다.
손을 흔드는 시마무라에게 손을 흔들면서 곁으로 달려간다.

평소와는 다른 경단머리에 꽃무늬 유카타. 나를 맞이하는 그 미소가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귀.. 귀여워」
「그래?」
인사라든지 그런 건 다 날려버리고 무엇보다 전하고 싶은 그 한마디에 모든 걸 담아.
「귀여워!」
조금 전까지 자신의 사명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에 빠져 있었던 일 따위는 까맣게 잊고 내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자기 안에 그릇이 있다면 이미 넘쳐나기 직전이다.
「기분이 나쁘진 않은걸?」
그렇게 말하는 시마무라는 미지근한 물에 적신 듯 그 볼을 느슨하게 하고 있다.

그러자 시마무라는 무엇인가 생각난 듯 손바닥에 주먹을 포옹 하고 두드렸다. 그리고 뒤늦게 생긋 웃었다.
「아다치도 귀여워」
똑같았다. 그때랑 그때 만난 시마무라와 같은  뇌를 녹이는 듯한 달콤한 목소리였다.

맞다 나는 오늘 시마무라와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이라고 지금의 자신에게는 도저히 실현될 수 없을 것 같은 소리를 한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서로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떻게든 시마무라의 손을 잡고 포장마차로 향한다.

인파에 압도당하면서도 타코야키 사과 사탕 등을 사먹고 포장마차를 만끽하며 돌아다닌다.

다음은 오코노미야키라도 먹을까 하고 줄을 서 있을 때였다.
아~ 아다치 나 좀...화장실에.
그럼 나도 같이...
「괜찮아, 아다치는 줄을 서 있어. 바로 요앞일거야
나로서는 한시도 시마무라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지만 시마무라에 다시 줄서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가장 큰 이유를 말해버려서 얌전히 있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의외로 오코노미야키는 완성되는데 시간이 걸리네,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그와 동시에 시마무라와 헤어진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나에겐 시마무라와 함께 불꽃놀이를 본다는 중요한 미션이 있다.

시마무라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것이 불안해서 나는 다가온 내 차례를 포기하고 줄에서 벗어났다.
지금의 나에게는 오코노미야키 따위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급하게 시마무라가 향했을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디서 왔는지 갑자기 파도 같은 인파에 휩쓸려 떠내려간다.

아뿔싸, 곧 불꽃놀이가 시작되는것 같다 이 사람의 흐름은 분명 불꽃놀이에 이끌려 이동을 시작한 사람들의 흐름이다.
나는 어찌저찌 사람과 사람 사이를 누비며 화장실로 향한다. 하지만 거기에 시마무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을까 하고 조금 기다려 보았지만 시마무라는 나오지 않았다.
위험해 엄청 위험해 시마무라와 떨어져 버렸다.

혹시라도 다시 돌아갔을까 하고 나는 서둘러 오코노미야키 포장마차까지 달렸다.

러나 어딜봐도 사람 투성이, 포장마차의 거리는 모두 비슷해서 마치 미로라도 헤매고 있는거 같았다.
곧 불꽃놀이가 시작하려한다. 초조함만 더해져서 달려도 달려도 어디에 도착할 수 없게 되버린거 같다.

땀으로 앞머리가 이마에 달라붙어 유카타도 피부에 달라붙기만 하는 불필요한 천으로 느껴진다.
시마무라, 시마무라, 어디에 있어? 나는 시마무라하고 불꽃놀이를 봐야하는데. 시마무라씨랑 약속했어.

시마무라와 나의 미래에 도착하기 위해서...
하지만 내가 도착한 곳은 포장마차에서 조금 떨어진 공원이었다.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도.. 그냥 떨어진 것만이 아니다.

나와 시마무라의 미래가 달려있는데. 나는 다음에 또 달리기 시작하려고 한 번 멈춰서 쭈그리고 앉는다.
……어쩌지. 불꽃놀이는 벌써 눈앞에 다가왔는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런 곳에서 아무리 뛰어다녀도 시마무라 한 사람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그까짓 것은 안다.
모처럼 시마무라가 미래로부터 와주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기도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또 그 시마무라씨가 찾아와 나를 이끌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바란들 어쩔 수 없는데. 숨이 거칠어져 움직일 것 같지 않은 몸에 달라붙은 유카타 옷자락을 움켜줬다.

「아~! 다치!」

소원이... 이루어진건가.

뒤쪽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시마무라가 있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미래의 시마무라씨가 아닌, 이 세계의 시마무라였다.
「시마무라」
나는 그 사실에 몹시 안도하며 비틀비틀 시마무라의 옷자락을 잡는다. 이젠 절대 곁을 떠나지 않아.
「이제야 찾았네 그건 그렇고 전화정도는 받아줘도 되잖아?
씁쓸하게 웃는 시마무라에 나는 퍼뜩, 휴대폰을 본다.

너무 초조해서 존재를 잊고 있었다. 언제 만졌는지 소리가 나지 않게 되어 있었다.
「미..미안 시마무라 그게...」
음  보면 알 수 있어 나를 찾아줬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시마무라는 내 이마의 땀을 닦는다.
뭐, 좀 더 침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미..미안
「이하하 아다치하고 오면 이런 일이 있구나
시마무라는 웃고 있었다.

나는 무엇이 웃긴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시마무라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불안에서 해방되는 것 같았다.
이 인파 속에서 시마무라가 나를 찾아준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시마무라와 나 사이에는,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실 같은 것이라도 연결되어 있는 것인가. 스스로도 뻔뻔스럽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지금 이순간 확실히 시마무라와 나의 실타래는 짜여졌다. 왜냐면 이걸로 이제 같이...

「아 불꽃!
시마무라가 저기봐 내 손을 잡아당겨 비스듬히 위를 가리킨다.

밤하늘에 핀 붉은 꽃은 동시에 고막을 흔드는 무거운 소리가 들려온다.
「와아......」
시마무라가 감탄의 소리를 지른다. 사람들의 목소리에 호응하듯 또 불꽃이 튀어오른다.
「커디널 레드에 다크 크림슨 다음은 번트 시엔나야!」
나는 잘 모르는 단어를 나열하면서 시마무라가 들떠 있었다.

색깔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 정도는 알겠다. 우리는 그 선명함에 매료되듯 사람의 바다로 한 걸움 한 걸음 걸어갔다.
하지만 내 시야에 비치는 것은 시마무라의 옆 얼굴뿐이었고 불꽃이란 그저 빛에 지나지 않았다.

그 빛은 시마무라에 반사되어 시마무라를 물들이는 형태가 된다.

마치 이 세상에서 그곳만 잘라낸 것처럼 현실성이 사라져 간다.

조금 전까지 초조함과 불안에 지배당했던 내 마음이 환상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경치는 내 뇌로, 고동에, 색을 입혀 간다.

몸에 녹아드는 소리의 파장이 내 안에서 넘치는 색을 증폭하며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날 불을 지핀 푸른 도화선을 타고 일곱 색으로 변한 불꽃이 튀어오른다.


「정말
 좋아
 해~!」

 


순간 내 뇌리에 번쩍번쩍 빛 같은 것이 터지고 내 생각과 동시에 터진 불꽃이 내 망막을 차지해갔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문 앞에 서 있었다. 나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여기는 왠지 잊어버리고 있던, 이전 꾼 꿈의 계속… 아니, 아니다. 미래다. 여기는 나와 시마무라의 행복한 미래.
그렇구나, 이거였던 것이다. 시마무라와 내가 불꽃놀이를 봐야하는 이유, 시마무라씨가 나를 만나러 와준 이유

「시마무랏!」
나는 돌아서서 시마무라를 불렀다.
「어라? 아다치 ......그렇구나 또 만났네」
시마무라는 활짝 웃으며 내 눈을 사로잡는다.그 눈은 상냥하고 따뜻하다.
「시마무라 나.....」
열심히 했어.노력했어. 모처럼 다시 만났으니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다. 못 들은 것도 칭찬해 줬으면 하는것도 많다.
나는 시마무라에 다가가려고 손을 뻗는다.

하지만, 그 손길이 닿는 일은 없었다.

시마무라는 눈앞에 있는데도 현관과 복도가 뒤틀려 일그러진다.
「시마무라!」
「아다치!」
우리는 서로를 향해 달린다. 하지만 둘의 거리가 좁혀지지는 않는다.
「시마무라! 기다려줘 만나러 갈테니까!」
나도, 미래에서 기다릴게! 그러니까 달려! 아다치 내가! 꼭..


뒤쫓아갈테니까...!!

 

 

그 목소리가 내 안에서 메아리쳤을 때 불꽃은 불똥이 되어 흩어진다.

그건 응 고마워...

옆에서 들린 시마무라의 목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고맙다, 고맙다고 했다.
나는 뭐라고 했지 나는 매우 좋아한다고 시마무라를 아주 좋아한다고. 

그렇게 인식하는 순간 내 안에서 여러 가지가 뒤엉킨다.

지금까지의 나, 미래의 나. 그리고 시마무라. 시마무라에게 전해버린 것이다. 

온몸에서 뭔가가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실제로 온몸에 이상한 땀이 배어나고 먹은 것도 역류할 것 같은 기세였다.
시마무라가 다가온다. 나는 뒷걸음질 한다. 달려! 그렇게 들렸다. 말하지 않아도 지금의 나에게는 그것밖에 없다.

나는 땅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앗 어디에!」

뒤에서 들린 시마무라의 목소리도 못 들은 척 계속 달린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지금을 지나 내일의 끝으로
밤 속에서 바람을 가른다. 하늘을 수놓는 빛과 소리가 내 시야를 지나간다.

세계를 감싸는 듯한 어둠과 무산되어 가는 수많은 빛.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달려간다.

목표는 그 앞에 있는 단 하나의 빛.
나는 볼 수 있다. 시마무라와 나의 미래가. 나는 시마무라와 그 훨씬 앞으로 가고싶다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답은 이미 얻었으니까......

 

 

덜컹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찾아온 바람은...

「다녀왔어」
오늘도 아다치를 데리고 찾아온다.
「어서와 아다치」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마중나가면 아다치는 단숨에 전원을 끈 듯한 얼굴이 된다.

이 아다치와 만나는 것은 조금 오랜만인 것 같기도 하다. 꼬박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밥 다됐는데 먹을래?」
「응..... 이건 오코노미야키?」
「응 오코노미야키」
그저께도 먹지 않았나?
대나무총이라도 얻어먹은 듯한 아다치의 반응이 무엇보다 재미있다.

뭐 아다치가 보기에 그 의문도 당연한 것이지만.
아다치가 말했잖아, 오코노미야키가 좋다고
어, 그래?
역시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있잖아 시마무라」
「왜?」
오늘 아침의 나 왠지 이상하지 않았어?
「뭐가?」
나는 아다치의 질문의 의도를 이해했지만, 아다치의 진지한 표정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면 아다치는 화를 낼까.
뭐랄까......별로 기억이 안나서...잠이 덜 깬 것 같아
그도 그럴 것이다. 오늘 아침 아다치의 몸을 빌린 것은 고등학생인 아다치이기 때문이다.
「으음 그냥 잠이 덜 깬거 아니야?」
분명 고교생 아다치도, 의식은 아마 이 아다치와 반반 정도였을것이다.

오늘 아침의 아다치는 어느 쪽의 아다치라고 말할 수 없는 미묘한 상태였던 것 같다. 
그래도 야시로가 말하길, 그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나와 이야기를 하고, 뭔가 강한 접촉(이번에는 이마에 키스 해줬다)을

하는 것이, 내가 과거로 가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건은 이거대로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완전히 의식이 나와 사귀기 전의 아다치 였다면, 이마에 키스 하는것만으로 엄청 달아 올랐을것이다.
그렇지? 정신을 차려보니 전철을 타고 있었어
피곤한거 아니야? 오늘은 일찍 자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럴지도」
아다치는 왜 오코노미야키지..? 라고 오늘 아침의 자신의 발언을 의아해하고 있는지 투덜투덜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아다치는 가방을 놓고 상의를 벗자마자 내가 만든 오코노미야키에 젓가락을 댄다.
「맛있어?」
「응 시마무라가 해준거라면 전부
오늘 아침과 같은 말을 하네. 귀여워 아디치의 이런 점은 옛날부터 변하지 않는구나 하고 실감한다.

고등학생인 아다치를 만나서 새삼스럽게 생각했지만, 아다치는 그 때부터 나를 상당히 좋아했던 것 같네 조금 부끄럽다.
그렇다 치더라도 그 아다치는 잘 해냈을까. 그때의 나는 아다치에게 그다지 상냥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엔 한순간이었지만, 두 번째로 이곳에 돌아왔을 때는 뭔가를 이룬 것 같은 그런 눈을 하고 있었던 것 같고,

내게 잘 고백한거 같다.

야시로에게 물어봤지만 여느 때와 똑같이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나도 어떻게 됬는지는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순서도 엉망이었다 .내가 과거에 간 것은 오늘 새벽

아다치가 자고 있는 사이에 야시로에 끌려가서.겨우 돌아왔다고 생각했더니 아침이였다.

아다치의 이마에 키스하지 않으면 과거로 갈 수 없다든가, 보통은 반대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도중

아다치는 나갔다고 생각했더니 금방 돌아왔고, 구불구불해진 현관은 정신을 차렸더니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다음에 야시로가 오면 좀 더 제대로 설명을 부탁해야겠다.

해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일단 우리에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고, 그 아다치도 잘 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억지로 납득해 보았자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 아다치가 고백한 것이 두 번째 불꽃축제가 되었다는 것은 그 세계만 변화한 것일까? 과거를 바꾸러 간 것이 나니까,

내 기억은 그대로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아다치는 어떨까 어쩌면 내가 가진 추억과는 다른 추억으로 변해버린 것은 아닐까.
야시로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그건 조금 무섭다.
「저기 아다치」
「응?」
고등학생 때 말야, 처음으로 불꽃축제에 갔었잖아.
「응 갔었지」
「처음 가려했을때 비가 왔던가?
만약 아다치의 기억이 변해버렸다면 첫 불꽃축제에 비가 와서 취소됐던 날을 떠올릴 것이다. 내가 만나러 간 것도
그러나 아다치는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를 보면서 대답을 했다.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 미안 역시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라고 말하는 대신 딱 잘라 말했다.

아다치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며 묵묵히 식사를 이어가고 있다.

다행이다, 눈앞의 아다치는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아다치다.

그렇다는 것은...
나는 야시로에게 말을 듣고 불꽃축제가 취소되어 비정상적인 과거를 원래의 레일로 되돌리기 위해 아다치를 만나러 갔다.

만일 미래와 과거가 하나의 레일 같은 것으로 연결돼 있다면 과거를 바꾸면 미래도 달라지는게 아니였던건가?
옛날에 본 TV 프로그램인가 뭔가에서 들었던거 같다.

 과거를 바꾸면, 미래도 바뀌고…이런걸 뭐라고 말했을까. 타임......대구(タラ)...독스?
시간에 물고기에 개가 동시에. 생각한 사람은 유쾌하다고 생각했다. 와하하하하. 이게 아닌가?
적어도 내가 과거에서 한 일은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세계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저쪽 세계에서도 확실히 아다치는 살아 있고, 아마 나도 살아 있고, 아다치와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다.

나의 기억이 어디까지 정확한지는 나도 알수없지만. 그 아다치는 내 기억에 있는 고등학생 아다치와 차이가...

아니, 있었다. 그 아다치는 머리핀을 하고 있었다.
분명히 나에게 받고 나서라고 말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아다치는 쓰기 위해 일부러 일반 헤어핀을 산 적은 아마 없다.
어쩌면 그 아다치는 내가 평소 하던 머리핀을 흉내를 내려고 하고 다녔다는 말인가. 정말 귀엽다, 참으로 아다치스럽다.

아다치 같지만 내가 알고 있는 아다치와는 다른 점이었다.

그렇다면 불꽃축제가 취소된 것 외에도 그 세계에서는 여러 가지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금으로선 내가 생각할 것은 아닌거같지만.
근데 그렇게 되면 그렇구나.

내 앞에 있는 아다치는 내가 고등학생인 아다치를 만나러 간 것을 전혀 모르는 셈이다.

내가 겪은 기묘한 모험도, 아다치와 맺은 약속도. 미래에서 기다린다니...그 약속은 거짓말이 되어버린걸까?

그 머리핀을 한 아다치가 생각난다.
그래도 분명 그거면 좋았을 것이다.

아다치와 만나고, 저쪽의 나와 그 아다치도 우리처럼 잘해주면 그걸로. 또 언젠가 그 아다치도 만날 수 있을지도...
아아 근데 그렇게 되면 지금 눈앞에 있는 나의 아다치는 삐질까?

아다치와 공유할 수 없는 추억이 하나 늘어난 셈이니까. 그건 정말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렇게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나의 아다치는 모르는 것이다.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가족에게 말해도 믿어 주지 않을 것이고,

야시로에게 이야기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역시 나에게는 나의 아다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눈앞에 있는 아다치라면 믿어줄 것 같다.
「저기 아다치」
「이번에는 무슨일이야?」
아다치는 젓가락을 멈추고 나에게 오늘 뭔가 이상해 라는 눈빛을 보낸다.
아다치는 내가 오늘 시간여행하고 왔다고 하면...믿을꺼야?

아.. 이번에는 증명할게 하나도 없는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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