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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SS

아다치와시마무라) SS-엔드롤은 아직 너무 이르니까

어른이 된다는 게 뭘까.

요즘 그런 둥둥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 같은 의문을 머리에 떠오르게 되었다.
고교 동창회의 안내가 집에 와서 망설이지 않고 결석으로 답장하든지, 답장마저 하지않고 쓰레기통에 처박을지.

둘 중 하나라고 끙끙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문득 어떤 일이 신경 쓰여, 나는 지금 이 장소에 있다.
옛날에는 학교에 가는데 나름대로 옷무새에 신경쓰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오늘 적당히 넘길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떠올랐기에 결국 예정보다 조금 늦게 왔다.
히노라든가 나가후지라든가, 한동안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고 있을까, 그 정도는 궁금하다.

궁금하지만 내가 여기까지 찾아오는 이유로는 다소 역부족이다.

나답더라고 할까 야박한 녀석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기에 어쩔 수 없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이런 곳에 온 것일까. 어른이라고 불릴 나이가 되면서 귀찮은 일만 늘려가는 것 같다.

인생이란게 이런거라고 얼굴이 안보이는 어른들이 말하는거 같아서  조금이라도 항변해보고 싶다.

나는 문을 열고 주위를 둘러본다. 분명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거는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어.

갑자기 뒤에서 어깨를 두드려서 깜짝 놀랐다.
「여어~ 시마~쨩 아닌가~」
응, 히노구나. 오랜만이야
뭐야, 그 얄팍한 감동은
좀더 기뻐하라고 히노는 팔꿈치로 나를 쿡쿡 찌른다.

학창시절에 제대로 된 교제를 하지 않은 나다.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녀석은 히노나 나가후지 정도이니 고맙다고 하면 고마웠다.

이렇게 넓은 회장에 홀로 있다니, 온 것을 금방 후회하고 돌아갔을 테니까.
「요즘~ 어때?」
「으음~ 뭐어... 설렁설렁.....일까나?」
의문형이었다. 요즘 어떠냐고 물어도 특별히 말할 일도 별로 없으니 용서해 달라.
「아~ 시마무라답네~」
「나답다니.. 넌 어떤데?」
확실히 히노의 집은 대저택으로 꽤 좋은 집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뭐~ 나도 설렁설렁이지~」
히노는 여전히 익실맞았다. 변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나도. 이녀석도. 뒤에서 온 여기저기 큰 녀석도
「오~ 시마쨩이다~」
역시 변하지 않았어.
「이야~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으음.....그래?」
나가후지의 숨김이 없는 그 말은 조금 공감이 갔다. 나도 여기 올 줄 몰랐고...
「뭐어... 건강해보여서 다행이네」
「응 너희들도」
「흐움!, 히노가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너는 저번에도 만났잖아
히노와 나가후지가 둘이서 티격태격 하기 시작해서, 아 그립구나, 하고 생각했다.
둘은 소꿉친구로 둘만의 거리감이 있고 그곳에 내가 있다. 나와 둘이 다르다. 그게 싫은 것은 아니다.

히노도 나가후지도 좋은 녀석이고, 이건 이거대로 즐겁다.

 

그치만 이게 아니다.



히노와 나가후지가 잠시 티격태격대다가 나가후지가 휘청휘청 어디론가 간 것을 히노가 쫓아갔다.
나도 이렇다 할 것도 없이 회장을 서성거린다.
회장에는 옛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유상무상의 남녀들로 넘쳐난다. 그 중에 내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는 얼굴은 없다.

누가 반 친구였는지는 더더욱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허공에 매달린 두 손으로 그 근처의 음식을 야금야금 집어먹으면서, 이건 맛있다, 이건 미묘하다고 생각하며, 내 속에 떠오르기 시작한 공백감을 얼버무리며 시간을 보내 본다.
역시 내가 오기엔 너무 얄팍했다. 사람들과의 연결고리가 말이다.

옛날부터 그럴 줄은 알았는데, 설마 고3년 동안 제대로 된 사이가 히노와 나가후지뿐이라니.
나는 회장의 가장자리 창가에 기대서 달라붙은 소외감 같은 걸 벽으로 옮겨가듯이 입에 담았다.

역시 안 온건가?
찾고 있었다. 나보다 조금 키가 크고 머리색은 염색하지 않은 검은색 그리고 좀 고양이 같다.
왠지 잊혀지지 않고 있다. 일부러 이런 곳에 찾으러 오다니, 지금까지의 나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것이다.

관계가 끊어져 버린 과거의 지인의 그 후가 궁금했던 일 따위는, 아마 없을 것이다. 있다해도, 이렇게 해서 뭔가 행동으로 옮긴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기억속에 있는 체육관 2층은 아늑하고. 조용한곳이였는데 왜 안가게 되었냐 하면 분명히 기억은 있었다.
히노와 나가후지가 2층에 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는걸 원하지 않는다고 그때는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건 나뿐만이 아니였을것이다.

체육관의 2층은 우리들만의 장소가 아니게 되었고 진급하면서 반도 갈라졌다.
에초에 크게 신경 안써도 됬을것이다. 

단지 자유롭게 날던 두 마리의 나비가 우연히 같은 꽃 꿀을 빨러 온 것처럼 우리는 만난 것이다.

그것이 견고한 결합이 되려면 시간과 운, 여러가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이제 와서 찾으려 하다니, 나도 미쳤다.

하지만 혹시나 라고 생각하니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다.
재미없는 일상에 변화를 찾아서...

그런데 다시 만났다. 창가에서 발견한 그녀는, 그 무렵에 비해 머리가 길어서... 하지만 전혀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아다치와

 

 

 

「시마무라......?」

내 얼굴을 본 순간 꽤 자연스럽게 나온 말에 실은 그쪽도 나를 찾고 있던 것일까? 아니다 지나친 자만심이다.
「아다치.. 맞지? 오랫만이야」
확인하듯이 그 이름을 입에 담는다.

이쪽도 잊고 있었다는 설정치고는 좀 막힘없이 나왔다고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나와 아다치 사이에는 많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먼지 덮인 보물상자를 다시 발견하고는 살며시 열쇠로 열면 먼지가 흩날리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시마무라 머리 까맣게 염색했네」
아다치의 첫마디는 나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구나, 아다치 안에서의 나의 이미지는  염색을 하고 있었을 때 그대로 멈추어 있는 것인가.
「그건그렇고 아다치도 머리 길렸잖아」
아다치도 내가 알고 있는 아다치 그대로가 아니다.

머리는 어깨보다 조금 기르고 화장도 학생 때에 비하면 탄탄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 예뻤다.

시원하게 정돈된 얼굴 생김새에 투명하고 하얀 피부에 회장의 시끄러움 정도의 반짝임이 속눈썹에 반사되어.

내가 알고 있던 아다치보다도 훨씬 더...

「그.....런가...」
길지않은 침묵에 빠졌다. 서로의 거리감을 못 재고 있다.

나는 아다치를 찾아 여기에 왔을 텐데, 만나면 어떻게 할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어... 음  잘 지냈어?」
「에..... 잘 지냈던거 같아」
아다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그 거동이 왠지 재미있다.
아다치도 변하지 않은 느낌?
「......무슨 뜻이야?
내가 조금 웃어봐 라고 하면 그다지 좋은 의미로 들리지 않는데라고 아다치가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아다치답다고 생각해서 오랫만이네」
「그거 아까도 말헀잖아」
아다치가 굳어 있던 표정근을 무너뜨리고 웃는다.

이상한 느낌이다. 단지 아다치를 발견했을 뿐인데, 조금 고양되어 있다.
보아하니, 아다치도 혼자인 것 같다. 뭐 하러 왔냐고 물어 버리면 도망쳐 버릴 것 같았다.
지금의 나에게 물어볼 수 있는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라고 생각해본다.
뭔가 그립네
뭐가?
도망쳐 왔다는 느낌
도망쳤다. 바쁘게 지나가는 일상에서, 이 회장의 혼잡으로부터. 이번에는 체육관 2층이 아니라 회장 끝으로

이렇게 두 사람은 창가에서 등을 맡기고 지난 청춘을 사랑하는 이들을 부감하고 있다. 적어도 우리는 저쪽이 아닌 것이다.
「시마무라도...」
아다치는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한 눈을 하고 한숨처럼 내쉰다.

그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아다치는 도대체 무엇을 찾아 이곳에 온 것일까.

나는 모르겠다, 물으면 알려줄거라고 생각도 안든다.
하지만, 어더치도 취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다치가 나와 같았던 것에.
「저기 아다치」

지금 숨을 쉬어버리면 말이 막혀버릴거 같았다.

 

조금만 더 말이야, 도망쳐 보지 않을래?
말해 보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도 있다. 이것은 나 나름의 낚시다.

「그래서 어디갈껀데?」
아다치는 자동차 키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고 마지막에는 손바닥으로 받아 낸다.
「아다치 차있었구나」
권유해 놓고 말하지만 여기서부터 걸어서 전철을 타고, 거기서부터 어디로 갈까 생각해야만 하는 것은 조금 무리였기 때문에 다행이었다.
「내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아다치는 익숙한 솜씨로 차에 시동을 건다.

나는 면허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버지와 같은 행동을 하는 아다치를 무심코 쳐다본다.
아다치에게 맡길까하는데...
아다치가 조금 어른스러워 보여서 맡기고 싶어졌다. 차를 운전하는 것도 아다치이기도 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정해야하는건가?

아다치를 곁눈질하면 조금 생각하는 듯한 내색을 하고, 좋아, 하고 핸들을 잡는다.
「그럼 적당히 달려볼께」
아다치가 열쇠를 돌리자 아다치호는 윙윙거리며 천천히 움직였다.

시동걸때는 익숙해 보였지만 운전을 시작하면 정차라든지 운전에 버릇이 있어 아버지의 운전이 얼마나 매끄러웠는지를 실감한다.
그래도 이 힘찬 주행법이 왠지 아다치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아다치는 학생 때도 자전거를 탔던가?
혹시 내 운전 거칠어?
에... 어..음 뭐...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미묘한 대답...」
아까부터 코너를 돌때마다 내가 오, 라든지, 아, 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좋아해, 아다치같아서
「그게뭐야」
이상해 라고 아다치가 웃는다. 아다치와의 대화는 이 차처럼 가끔 멈추었다 하면 다시 전진한다.

멈춰 있을 때는 빨리 가고 싶은데 나도 아다치도 모르게 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만다.

지금 생각하면 서로 서툴렀다고 생각한다.
그 어색함에 기름을 끼얹지 않은 채 계속 달린다.

최근은 어땠는지, 뭐하고 있었는지 아무래도 대화는 얕은 여울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먼지가 쌓이기 시작한 이유라든지, 그런 것도 지금은 접어두자
문득 창밖을 보니 어느새 바다가 보이고 있었다.
「오~ 바다잖아」
「응 회장이랑 가까운거 같아서」
「헤~....에」
아다치의 답변으로 미루어 볼 때, 설마 여기가 목적지인건가?

겨울바다에 들어가기엔 좀 이르고 게다가 밤이야 아다치.

수영복도 없고 샌들도 없고 갈아입을 양말도 없다.
아다치는 바닷가 길을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밤길을 비추는 거리를 하나 둘 추월해 차가 들어갈 것 같은 부근에서 속도가 떨어진다.


실화냐 아다치.

 


이런 시기에 그것도 고등학교의 아주 짧은 시간밖에 연결되지 않았던 사람과 간 곳이 바다라니

뭔가 이상해 절대 이상해! 이상하지만 그것이 아다치였지라는 생각에 고양되어 차에서 뛰쳐나갔다.
「추워...」
밤의 추위가 살갗을 찌른다. 이런 장소에 올 생각 따위는 없었기 때문에 얇게 입고 온 것을 후회한다.
「어디라도 상관다고 한게 누구더라」
「아하하 응 좋아 어디든 아다치와 함께라면」
아다치는 대나무총이라도 맞은 듯한 얼굴을 하고 얼른 눈을 돌린다.
먼지를 뒤집어 쓴 줄 알았던 보물상자는 열어보니 의외로 내용물은 시간이 멈춘듯 했다.
나와 아다치 사이에는 그다지 공백이란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 마저 든다.

마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서. 말로 한다면 즐겁거나 그런 것일까.
나는 기세에 맡겨 신고 있던 구두와 양말을 벗어 던졌다.

모래사장은 몇 년만일까? 발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모래 알갱이가 들어왔다.

거칠게 부서진 조개껍질은 조금 아프다.
「시마무라 뭐하고있어?」
들어갈까 봐 바다
「에.... 이렇게 추운데?」
「여기에 데려온건 아다치잖아」
어이어이 하고 아다치를 잡아 당겨 본다.

늘어뜨린 낚싯줄을 따라온 것은 의외로 거물로, 그대로 쭉쭉 끌어올리고 싶어진다.
아다치는 뛰어가면서 재주껏 구두를 벗고 양말도 어떻게든 집어던지고 바다에 따라 들어갔다. 
「차가워~」
「아앗 잠... 잠깐! 시마무라!」
물에 닿는다. 기억에는 없는 아다치의 높은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웃으니까 아다치의 얼굴이 순식간에 삐진 아이처럼 되어버렸다..
「우왓 아차차」
물보라가 나의 치맛자락을 적신다.
「....복수야」
「했겠다!」

나도 아이처럼 신나서 손으로 물을 떠서 아다치에게 뿌렸다.

「너야말로!」
「아하하하하하하~!」
피하고, 물에 맞고, 물보라가 또 튀어오른다.

바다 위에서 둘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이런 나이에 밤바다에서 여자 둘이 물싸움을 하고 있다.

옆에서 보면 뭐하나 싶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것, 관계없는 일이었다.

이 경치를 참관하는 사람도, 탓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내일 일은 잊고 그저 도망다니는 아다치에게 물을 뿌려줄 생각만 한다.

뛰어다니며 뛴 물이 자신의 치마를 적시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도 눈 감고.
무엇인지가 빛나고 있었다.
일상의 바쁨과 무채색에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밤바다가 이렇게 이쁘다는것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의 수도, 머리 사이를 빠져나가는 바람도 냄새도 전부

 


아다치의 주위만이 그 모든 것을 떠올린 듯 채색해 간다.

 


「저기 아다치」
한바탕 날뛰며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바다는 말이야. 어디로 연결되어 있을까?
멀리 수평선을 가리키며 말한다.

아다치에게 전부 맡기고 온 것이기 때문에, 일본 지도를 봐도 여기가 어디인지, 나는 모르겠다.
「에 음.... 샌프라?」
샌프란시스코 말이야?
「어어 거기거기」
「꽤 참신한 줄임말인데?」
질문에 대한 대답보다 이게 더 재미있다. 맞는지 아닌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가보고싶어?」
「......시마무라랑 간다면 가보고 싶달까...」
「샌프라인가...」
친구랑 가기엔 좀 멀다는 생각도 들지만 뭐 상관없을려나 상대가 아다치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회색빛 날들을 바꿔줄 무언가를 계속 찾고 있었다. 그건 의외로 가까이 있어서.
이번에는 쇼케이스에 장식 하지 않는다. 벽장 안쪽에 끼워 넣지도 않는다.

손질이 귀찮아져서 다시 뚜껑을 덮지 않도록 소중하게



엔드롤은 아직 너무 이르니까.

 

 

「끝」

 

 

SS출처: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6864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