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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아다치와 시마무라 SS 「일찍이 황금의 시간이 있었고」- ⑭

 

 

 

『우주조차도 모르는』

 

 

 

학교에서 돌아오니 복도 한켠에 원숭이 한 마리가 정좌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다녀왔어」

이 녀석이랑 인사를 주고 받는 것에 위화감이 없어진 것은, 언제부터 일까.

야시로는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천을 펼쳐 그 위에 무언가를 늘어놓고 있었다.

신발을 벗으며 야시로쪽을 바라보니 언제나처럼 싱글벙글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원숭이 복장을 하고 있다.
그저 천에 솜이 들어가 있을 뿐인 꼬리가 생물의 꼬리처럼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또 무슨 일을 시작했나 싶어, 그 늘어놓은 물건들을 들여다본다.


「뭐야 이거」

얼핏 보면 돌이 많이 늘어서 있다.

전부 하나 같이 다른 모양에 다른 무늬의 돌들이다.

하나하나 비교해 보니까 눈에 쏙쏙 들어오는 특징적인 돌도 있었다.


「바자회에요」

어쨰선지 고자~루 라고 원숭이가 덧붙쳤다.

원숭이(오사루)라서 고자루라고 말한건가?

「파파한테 배웠어요. 이렇게 무언가를 파는 것을  바자회라고 한데요

그렇구만.

「이렇게 돈을 벌고 용돈이 생기면 과자를 살 수 있어요!」

설레는 듯 원숭이 꼬리가 펄쩍펄쩍 뛴다.

「하하....뭐 그~치...」

아무 생각도 없는 것 같으면서도 가끔씩 의문의 행동력이 나온다.

외계인의 발상은 비약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돌을 팔고 있다고?」

「호호호 근처에서 주워왔어요」

「하하하아~  그것 참」

돈 쉽게 벌려고 하네.

정말로 근처에서 돌을 주워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어울려줄까 하고 몸을 굽혀 앞에 있는 돌을 집었다.

「이 돌은 어디서 주워 온 돌이야?」

표면이 울퉁불퉁한 회색 돌이 손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모래사장에서 비슷한 돌을 옛날에 본 것 같았다.

그런 과거의 기억을  돌 너머로 엿보고 있다.

「달이에요」

「......뭐라고?」

돌을 든 채 머리가 왼쪽으로 기울어진다.

「아까 전에 달에서 주워왔어요」

돌 너머에는 원숭이가 늘 그렇듯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달에서」

내가 아는 달은 하늘에 떠 있는 저 달뿐이다.

위를 가리키자 저 달이에요 라고 야시로가 내 집게손가락과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벽과 천장 때문에 확인할 수 없어도 분명 야시로가 달의 위치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달의 돌.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신비한 힘이 느껴지지도 않고, 진화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달의 돌을 쥔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듯 떨어지지 않는다.
감동이 느리게, 그러나 확실하게 서서히 밀려오고 있었다.
도달하기까지 긴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빈 손으로 다른 돌을 집어 든다.


유선형의 매끈매끈한 돌이었다.

강가에서 얼마든지 주울 수 있을 것 같은 놈이다.

「.....이쪽의 돌은?」

「그건 근처에서 떠다니고 있던 돌이에요」

떠다닌다고? 돌이? 근처에서?

「이쪽은?」

납작한 돌을 가르켰다.

그건 낚시터 근처에서 주운 놈이군요

야시로의 근처 범위가 가로나 세로나 너무 넓다.

어딘가 해저의 돌, 높은 산 위의 돌, 들어본 적도 없는 별의 돌.

야시로가 파는 물건들의 소개는 비누방울을 연달아 띄우듯, 몽글몽글, 나의 현실과 꿈 사이를 자유롭게 떠다닌다.

원숭이로 둔갑할 것 같았다.원숭이가 사람을 둔갑 시킬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음..... 이 달의 돌을 하나

「와~!」

팔린 것을 기뻐하듯 원숭이가 양손을 번쩍 든다.

그러고 보니 사려고 했는데 정작 중요한 것을 듣지 못했다.

「이거 얼마야?」

「100엔이에요」

이런 걸 100엔에 구입해도 되는 걸까..

「.....그럼 낚시터 돌의 가격은?」

「똑같이 100엔입니다만」

가격 매기는 것이 서툰가.

야시로에게 있어서는 낚시터나 달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뜻이겠지.


평소에는 집에서 밥 먹고 잠만 자는 생물인데, 가끔은 왜 여기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군」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바자회라는 게 이게 맞는 걸까?

야시로의 바자회는 그날 400엔의 매출을 냈다.

본인은 매우 만족한 듯 한동안 그 돈을 손에 쥐고 근처를 돌아다녔다.
팔리지 않은 돌은 내일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도저히 쉽게 갈 수 없을 것 같은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야시로라면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의 봄이 채 가시지 않은 밤바람이 뺨에 녹아내릴 듯이 스며든다.
한밤중, 방 창가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본다.
살짝 열린 창문 틈새로 전해지는 바람소리가 기분 좋다.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날 밤은 마침 창 너머로 떠 있는 달이 보였다.

달빛을 들여다보듯 창틀 가장자리에서 올려다본다.

「이게~,저기 달에 있었던, 돌」

내 손바닥 위에 놓인 돌을 눈부신 달 표면에 겹쳐 놓았다.
달의 돌은 빛나지 않고 어둡고 고요했다.


팔꿈치부터 시작해서 팔꿈치 끝까지 묵직하게 실감을 얻기 시작한다.

......음?  멋지지 않나요? 달의 돌, 달 표면.

아마도 대다수의 인류가 만질 수 없는 것.

그것을 지금 찰싹찰싹 만져지며 손바닥에 놓고 있다.

굉장하다.

 

확산된 감동이 몸속을 알맞게 채운다.
초조한 기분마저 드는 그런 고양이 있었다.


"진짜라면"이라는 전제가 있지만 야시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저 녀석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그 시점에서 이미 인간과는 또 다른 생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달을 관찰하다 보면 어쩌면 달 표면을 유유히 걷는 야시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웃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뻗은 다리의 위치를 바꾸어 보니,밤에 발끝을 걸고 조금 더 높은 곳을 걷는 것 같았다.

하~ 굉장하네. 달의 돌과 달을 겹쳐 놓고 바라보고 있자니 안일한 감상이 자꾸만 흘러나온다.
이렇게 쉽게 우주를 접해도 되는 걸까.

아니 평소에도 우주인의 뺨을 잡아당기거나 목말을 태우고 있지만.
설마 달을 만지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저 달에 지금 내 손이 닿아있다.

그래도 내가 직접 달에 간다면 그때의 감동은 이런 것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주 비행사들은 엄청나게 노력해서 우주에 간다.

그리고 우리가 평생 알 수 없는 세상을 알아간다.

그것은 훌륭한 일이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나의 감회가 거기에 닿을 리도 없는 것은 당연하다.

분명 그럴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주 높은 곳에 있는 우주 비행사라도 아다치는 모른다.

이 우주의 끝까지 가도 아다치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아다치는 가끔씩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찾을 수 없는 것을 내게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게 뭐야, 라고 이상한 대항심인지 자랑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싹트고 웃음이 터진다.

즉 뭐라고 해야 할까.

우주인보다, 달의 돌보다도 아다치는.

「..................아핫」

그래 그렇구나.

내일 아다치에게 이 돌을 보여주며 자랑해 보자.

손바닥에 담긴 달의 감촉을 아다치에게 전해주자.

당장 즐거운 일을 찾아 오늘이 끝나가는 것도 비관적이지 않고, 기쁨마저 느껴진다.

그런 것을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 이쪽이 얼마 전에 화제가 된, 문제의 화상입니다

『.....뮙니까 이게..』

『보시는 그대로에요. 무려 달 표면에 원숭이가 관측됐다니 정말 충격적이네요

『달에? 토끼가 아니고요?』

『달에는 토끼가 없어요 공상이에요 공상』

『원숭이도 없는 줄 알았는데』

『그나저나 이 뒷모습은 원숭이라고 할 수 있죠. 꼬리도 달려 있고요

너무 작아서 보기 힘들어요

어쩔 수 없죠, 달은 아무 멀리 있잖아요

『하지만 달의 원숭이는 아주 평범한 뒷모습을 하고 있네요

마치 아이가 인형 차림으로 신나게 뛰어노는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네요

만약 아이가 신나게 뛰어 놀고 있어도 대사건입니다만.........

어딘지 모르게 사쿠〇쵸 〇지로를 닮았네요

『그, 그렇습니까?』

정면에서의 화상은 없나요?』

『안타깝게도』

『......이거 합성 아닌가요? 아니면 착각이라던가?』

『그런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외계 생명체입니다, 외~계~생~명~체. 굉장하지 않나요?』

달에서 살고 있다면, 머지않아 지구에도 여행 기분으로 찾아올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이미 평온한 마을에도......』

「……………………………………………………………………………………………………………………………………………………………………………………………………………………………………………………」

「호호호  미니 씨 거기에 두면 제가 진다구요」

「너는 무슨 말을 하는거야」

동생과 함께 즐겁게 오델로를 즐기고 있는 녀석을 뒤 돌아본다

「.................뭐 상관없나」

아무것도 못 본 걸로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프로그램은 바로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우주조차도 모르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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