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기대어』
해질녘의 바람이 뺨에 스쳐 간다.
모래알이 섞여 있어 정말로 바람에 어루만져지는 착각이 들었다.
황혼빛에 물든 모래사장은 어쩐지 밟히는 감촉조차 가벼워져 이별을 재촉하는 듯 느껴졌다.
저녁노을에서 등대처럼 뻗어 나온 희미한 빛이 바다를 가르며 멀리까지 이어지는 것을 바라본다.
기울어가는 태양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그런 여름의 석양 속에서 한 사람의 시선은 웅장한 자연이 아닌 오직 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아다치, 봐 아름다운 바다야」
「응」
맞잡은 손이 두 사람 사이에서 즐겁게 흔들리고 있다.
아직 수영복 차림 그대로, 아쉬운 듯 모래사장을 걸어가고 있었다.
서로의 머리에 꽂힌 히비스커스도 밤이 가까워지자 조금은 차분해 보였다.
고등학교 마지막 여름방학, 아다치와 함께 바다에 와 있었다.
그리고 놀다 보니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즐거웠구나, 그 실감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지는 것은 오랜만일지도 모른다.
바다에 오기 전에는 가서 딱히 할 일이 없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두 사람이라는 것은 강하다.
혼자라면 뭘 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댔을 텐데 그걸 말끔히 채워주었다.
아직 다 못 한 것도 많아서 마음은 벌써 다음번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바다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래의 감촉과 함께 마음속에서 차오른다.
기억에 남기고 싶은 풍경이 많이 있고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 노을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아다치는 그런 감상에 젖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저것도 참 예쁘지 않아? 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아도 아다치는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 같은 건 집에 가서도 언제든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직도 완전히 아다치를 이해하지 못한 걸까?
「오~ 포토스팟~이야」
자연을 만끽하는 척하면서 방심을 유도한 뒤에 갑작스럽게 아디치 쪽으로 획 돌아보았다.
딱 눈이 마주치고 갑작스럽게 가까운 거리에서 시선을 정면으로 받게 된 아다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라서, 이 순간 이미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다치, 봐봐 나야」
「응....응? 어... 저기.... 응 항상 보고 있긴 한데......」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시선은 피하지 않았다.
항상 보고 있구나...하고 뺨을 살짝 긁적였다.
「아니 그게 아다치가 나만 보고 있는 거 같아서 한번 말해봤어」
지적 받은 아다치가 어색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오히려 나만 보고 있는 거야?」
「끄.. 끄쩡도 까진....」
변명의 혀가 제대로 돌고 있지 않다.
그리고 더는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아다치가 고개를 들었다.
약간 구부정했던 등이 조금은 꼿꼿해진 듯 보였다.
「지금의 시마무라는.... 지금 아니면 볼 수 없으니까...」
나만 보고 있는 이유를 정리하면 그렇게 되는 모양이다.
아다치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분명하게 말한다.
「......뭔가 속 깊은 대답이네」
이 풍경을 기억에 새기려는 나와 같은 관점으로 바라본 것이겠지.
나는 적어도 아디치에게는 이 자연에 필적하는 존재라는 뜻인 걸까?
과대평가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나쁘지 않다.
그래, 나쁘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다치 봐 나야」
맞잡은 손을 의식하며 다시 한번 아다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마음껏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자 아다치가 손을 꽉 쥐며 응답해 왔다.
마치 강렬하게 응시하려는 듯 아다치가 멈춰 섰다.
아다치의 시선이 순간 얼굴에서 아래로, 가슴으로 간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지적할까 말까 망설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변명의 여지가 없을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말한다면 나 역시 무사하지는 못하겠지만.
분명히.
여름과 저녁노을이 내 얼굴의 변화를 감춰줄 것이다.
「여름에 기대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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