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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새로 쓴 SS

아다치와 시마무라 8 「애니메이트 특전」

 

「3년 만에 시마무라랑 만난 기분이야」
「과장이 심하네에~ 2년 정도 아냐?」


사실은 어제도 만났고, 오늘도 이렇게 함께 있다.
다만, 이 장소에서 단둘이 있는 건 1년 만이 아닐까 싶다.


「......결국 둘 다 틀렸잖아」


쓰다듬고 있는 아다치의 머리카락이 뜨거운 건지, 아니면 내 손바닥이 달아오른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 채 그저 손길을 계속하며, 공이 떨어지는 걸 막는 얇은 그물 너머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9월이 시작되고 조금 지났을 무렵의 방과 후.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애매하지만, 문득 생각이 난 듯 우리는 체육관에 와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발소리를 죽여 체육관 2층으로 향하던 그리운 감각.
그때부터 계속 방치된 듯한 탁구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고, 우리는 그 틈새에 몸을 끼워 넣듯 벽가에 주저앉았다.


내가 뻗은 다리를 베개 삼아 아다치가 바싹 붙어 누워 있다.
눕는 쪽과 베개가 되어주는 쪽 중 어느 게 좋냐고 물었더니 눕는 쪽을 골라 다리를 내주긴 했지만,부끄러운건지 좀처럼 내 쪽을 보려 하지 않는다.
가만히 올려다보는 시선과 계속 눈이 마주치는 것도 그것대로 곤란하고 말이다.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여름의 열기가 가득 찬 체육관에 농구공 튀기는 소리가 울린다.
거기에 운동화가 바닥과 마찰하는 소리도 섞여 들며, 좌우로 계속해서 달리는 기척이 느껴진다.
우리는 양말까지 벗어 던진 맨발 끝이 그 소리에 걸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멍하니 있었다.
어깨를 움직이면 열 덩어리와 스치는 것 같아 뜨거운 물에 잠겨 있는 기분마저 든다.
바닥에 어설프게 발린 왁스가 녹아내리는 듯한 냄새가 미지근하게 코를 감쌌다.


「여기 공기는 정말 하나도 안 변하네」


나른함과 뒤섞인 공기가 중력처럼 우리에게 쏟아진다.
한번 빠져들면 어설픈 의욕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다.
몸에 솜이라도 찬 듯 둔해져서, 그래,  봉제 인형이라도 된 것만 같다.
동화적 감성은 싫지 않지만, 좀 더 먼지가 덜 타는 곳에 보관되고 싶다.


「응」


내 허벅지에 얹힌 아다치의 머리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아다치는 갓난아이처럼 몸을 웅크린 채 나와 닿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눈치다.
이런 부분은 태도야 변했다지만 구도는 옛날이랑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두 사람이 여기에 모이면 이렇게 되어버리는 건지도 모른다.
변한 건 우리의 미묘한 관계와 머리카락 색깔 정도일까.
내려온 앞머리를 집어 보니, 거기엔 빛에 녹아들 듯한 덧없음은 없고 확실한 검은색이 있었다.
1년 만에 완전히 원상 복구가 되어버렸다.
...... 1년.
아다치와 만난 지 아직 1년밖에 안 지난 건가, 새삼 놀랍다.
참 진하구나, 하고 되돌아본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시간을 걷어 올리려 하면 끈적하고 질척한 것이 손바닥에 한가득 차오르는 기분이다.


「아다치는 뭔가 변했지?」
「변했어......응,많이 변했어 」


아다치가 감회에 젖은 듯 긍정한다.
확실히 변했네에, 아다치.
초창기랑은 캐릭터가 딴판이라니까.
하지만 남이랑 친해지기 어려워하는 점은 한결같이 변화가 없다.
아다치가 입을 열었다.


「전에는 시마무라랑 여기 있고 싶다고 생각했어. 편했으니까.」
「응」
「하지만 지금은 시마무라랑 함께라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어. 편하진 않지만, 문제라든가 고민거리 투성이지만, 그래도, 그게, 나의 변화......라고, 생각해......」


중간부터 부끄러워졌는지 발음이 흐릿해진다.
우물거리는 입술의 움직임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다.
수그린 머리와 귀를 쓰다듬어 주며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네에」


아다치는 닫힌 공간이든, 교실이든, 거리 한복판이든 변하지 않는다.
해방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곁에 있으면 아다치의 세계는 완성된다.
그게 잘못되었다고는 딱히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아무리 바란들 우리는 세상을 세상인 채로, 통째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지구 반대편은커녕 옆 동네 일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모든 것과 연결된다는 건 애초에 무리인 이야기였다.
그럴 바엔 어설프게 넓히느니 철저하게 좁히는 것도 하나의 해답일 것이다.
아다치의 세계에 유일하게 요구되는 것.
그게 나다.


「그럼 이 다음엔 어디 갈까?」


물어보면 아마 아다치는 열심히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다치는 우애이자 동료고, 감옥이자 벽이며, 흥미이자 재미고,온도이자 보호이며, 호의이자 지침이고, 행동이자 과거이며, 그리고 미래가 된다.
멈추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다치의 다양성이 앞으로도 늘어 가기를 바란다.
내가 아다치로 채워져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