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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SS

아다치와시마무라) SS-너가 없는 아침

아다치가 사라지는 꿈을 꾸었다.
혼자서 묵묵히 앞서가는 아다치. 나는 열심히 쫓고 있지만,  왠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아다치의 앞길에 보이는 것은 거무칙칙한 어둠으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 등이 희미해져 갔다.
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도 몰라, 「기다려」라고 외치려고 하지만, 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뭔가를 느꼈는지 아다치가 뒤돌아 본다. 나와 눈이 마주쳤고, 그래도 다시 돌아서서 다시 어둠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여기서 「아 이거 꿈이다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다치가 나를 두고 어디론가 사라질 리가 없으니까.
꿈. 확실히 꿈이지만 어딘가 불안해서 몸 밑바닥에서부터 땀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다치를 향해 몸을 던지자 평소 몸을 움직이지 않아서인지 마디마디가 굳어 있었고 온몸에 쥐나듯이 아팠다.
꿈인 주제에 너무 아프네하고 생각했더니 잠에서 깼다.


의식이 각성하자 꿈속에서 그대로 기어 나온 것처럼 팔을 힘껏 뻗어 이상한 모습이었다. 어깨랑 팔뚝이 얼얼하다.
그런 얼빠진 모습의 내가 침대에 쏙 들어가 있다. 낯선 넓이를 느끼고 있는데 문득 생각이 났다.
아다치는 어제부터 출장으로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납득이 갔다. 과연, 그러니까 오늘 아침 꿈이....
......아니,아니. 고작 며칠,아다치가 출장가고 없다고 그런 꿈을 꿨는지.
거기에 인과관계가 있다면, 굉장히 한심하고, 뭔가 굉장히 부끄럽다.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한다.
맞다, 아침. 땀이 너무 많이 나는 바람에 배가 고프다.뭐 만들까? 냉장고에 뭐가 남아 있더라?
아,하지만 아다치가 없으니까 뭐 적당히 해서 먹자,라고 생각하니, 일어나기가 귀찮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나는 쉬는 날이다.
상대방의 사정인지 뭔가 때문에 토요일을 지나 월요일에 아다치는 돌아온다고 했다.그렇구나 이번 주말은 나 혼자뿐인가?
막상 혼자가 되니 마음이 편하다기보다는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아다치와 함께 살기 전의 나는, 휴일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가냘픈 기억을 더듬어 보다.
그렇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지금 상황이랑 똑같은건가?
생각해보니 그것도 또 다른 것 같다.

원래 혼자인 것과 두 사람의 맛을 알고 나서 그것을 희석시키면 혀가 허전할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아다치는 조미료치고는 뭐 너무 진할 정도고.
시계를 보니 6시 반이 지난 참이었다. 제법 일찍 깨어 버렸던 것이다.
휴일에 있어서 이것이 이득인지 손해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가능한 한 자고 싶은 파이기 때문에 압도적 손해다. 하물며 이 무료함을 안고 있다.
왠지 나만 아다치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나서 이 시간에 전화를 걸어 주기로 했다.

아슬아슬하게 일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그럴것이다...
전화를 걸다가 문뜩 생각이나 화상 전화로 전환한다.

별로 아디치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어쩔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아침부터 얼굴 보여주기 좀 창피할지도 모른다는 장난심에서 비롯된다.
몇 번의 콜 후에 전화가 연결된다. 아다치로서는 의외로 시간이 걸려, 바둥바둥거리고 있을까 하고 조금 죄책감을 느낀다.

「시, 시마무라?  무슨 일 있었어?

「이야 아다치군 좋은 아침」

「조, 좋은 아침......」

화면은 캄캄했다.아다치, 눈치채지 못했군.

이거 영상통화야
으엣. 잠깐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화면에 아다치의 얼굴이 나타난다.
머리는 부스스하고 쌩얼이었다.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정말이지 아다치는 칠칠치 못하군. 화면 가장자리에 작게 나오는 자신의 얼굴은 손가락으로 가리면서 제멋대로 생각했다.

「아주아주 좋아하는 나의 전화라구~」
「응 잠이 확 깨버렸어」
그것 참 다행이야

평소 자고 일어날때 비해 눈이 똘망똘망 해보였다. 그 반응은 아침에는 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좋겠다. 휴일」
수고했어. 하지만 아다치가 없어서 섭섭해
「에에.. 그... 그래?.....」

아다치가 스마트폰을 든 손을 미끄러뜨린 것 같아 시야가 흔들린다. 졸려 보이던 얼굴이 스르르 흔들리며 사라졌다.
그러자 어긋난 화각에서 아다치의 목 언저리가 들여다보이며 위화감이랄까,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든다.
무엇인가 관찰하다 보니 한 가지 확신이 생긴 것이었다.

어, 그거 내 실내복 아니야?
아. 아니 이건...

내가 항상 잠옷으로 입고 다니는 티셔츠를 아다치가 입고 있었다. 출장 친구로 빌려간 건가.

「이봐 이봐」
죄송합니다.... 그만
「뭐어 괜찮지만」

뭐랄까 아다치라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 느낌이고 별로 기분 나쁘다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다치에게 매번 부탁받아 익숙하긴 했지만, 역시 출장을 따라갈 수는 없고, 아다치 나름의 타협안이었을 것이다.
머리에 떠오른 것을 말할까 망설이다가 미묘한 사이가 생긴다. 자기 자신에게도 생각하는 바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외로웠어?
응...... 뭐 그래도 이거 덕분에 겨우겨우 버틸수있었어. 아슬아슬하게......

아다치가 내 티셔츠의 목덜미를 집어들어 보여줬다.
오늘 세탁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내 냄새가 배어 있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확실히 말해줘
「네...네에......」

「근데.. 전화 받을때 눈치 못챘어?」
「어.........?」

나 사실은 지금 알몸이야.
「에에에에에!?  그랬어?!!  , 지금도......?
「어떨까나~」

아다치가 허둥대기 시작했다.아침부터 건강한 것은 좋은 일이다. 떨어져 있어도 아다치는 아다치라는 것을 실감한다.

준비 안 해도 돼?
우아앗 정말이네. 그, 그치만.....
네네, 이제 끊을게~

아다치가 보란 듯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내가 끊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재촉한다.

일 열심히 해
응...... 바, 밤에는 내가 전화해도 돼?
「좋아~」

아다치의 시무룩하던 얼굴에 단숨에 꽃이 핀다.
생각해보면 전화 권유받는게 엄청 오랜만인 것 같았다. 학창 시절에는 흔히 하곤 했다.
분명 호텔에 돌아오면 바로 달려오겠지하고 상상하며 나도 조금 볼이 느슨해진다.
아다치를 내보내려고 전화를 끊었다.
나도 아다치와 대화를 해서 안심했는지 갑자기 수마가 덮친다. 돌이켜보면 이상한 꿈 때문에 꽤 일찍 일어나 버린 것이다.
게으름을 피우며 잠만 잠자는것은 휴일의 특권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편한 자세로 눕는다.
알몸이라는 것은 물론 거짓말이다. 어젯밤 목욕을 마치고 제대로 옷을 입고 있다.
그래도 조금 쌀쌀해 티셔츠 목둘레에 얼굴을 파묻어본다.
아다치의 실내복에서는 마치 여기 있는 것처럼 당연히 아다치의 냄새가 났다.

 

 

「끝」

 

SS출처: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540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