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변화』
맛에 질린 것도 아닌데 가끔은 다른 요리라도 시도해 보려고 하는 변덕스러움도 인간다움에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란 무엇일까, 얕은 의문에서 더욱더 깊은 곳으로 생각에 잠기는 동안에 그날 밤은 지나갔다.
잠을 잘 자는 것은 나의 몇 안 되는, 의문을 품을 여지가 없는 미덕이 아닐까.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우리들의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차이나 드레스.
아다치는 올해도 분명 차이나 드레스를 입어줄 것이다.
차이나 드레스 차림의 아다치에게 접대 받는 것은 매우 즐겁지만, 가끔은 나도 뭔가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는 의식이,
몇 년째의 크리스마스에서 싹튼 것이었다.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평상시에는 나른함과 함께 전차에 흔들림에 몸을 맡기지만, 생각할 것이 있으면 조금이지만
졸음이 가라앉고, 산만했던 의식이 머릿속 깊은 곳에서 정돈되어 있다.
수수하지만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가끔 생각한다.
팔꿈치부터 손등에 까지, 확실히, 자신의 감각이 선을 그리고 있다.
쉽게 말해 '실감'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올해는 내가 대신 차이나 드레스를.....어떻게든... 아 이건 아닌 것 같다.
그건 아디치의 것이다.
그 공식을 뒤엎어버리면 뒤집은 돌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어딘가 안정되지 않는 기분이 될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나만의 독자적인 모습이 필요하게 됐다.
나에게 어울리는 모습이란 무엇인가?
그런 고민을 하던 중, 크리스마스 되기 며칠 전 남의 집에서 우동을 쫄깃쫄깃하게 먹고 있는 수달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좋아, 이 방향으로 갈까?」
「음으??」
「그나저나 너 우주에서 온 거 치고 젓가락 잡는 법이 이쁘네」
「후후후 일본을 좋아한다구요」
그거 하고는 좀 다른 것 같은데...
그렇게 크리스마스 당일.
아다치보다 집에 일찍 도착해서 세 명분의 케이크를 상자 채로 냉장고에 넣고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
거울 앞에서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기시감이 있었다.
이런 옷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녀석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보다.
「뭐.. 상관없나」
저녁을 준비하면서 아다치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어서와~」
반갑게 맞이하는 나를 보고 문을 닫는 것도 잊은 채 아다치가 굳어진다.
「큰 야시로가 아니라구~」
무난하게 선택한 것은 순록 복장이었다.
순록 옷을 입고 후드를 단단히 뒤집어쓴 나에게 뒷늦게 애매모호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구나 크리스마스니까」
과연 하고 아다치가 이제서야 문을 닫는다.
앉아서 신발을 벗기 시작하는 아다치의 가방을 집어 들고 「수고 했어~」라고 인사를 건냈다.
「어... 그.. 그게.. 정말 귀여워」
어떠냐고 묻기 전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아다치는 대단하다.
나도 본받고 싶은 부분이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서자 겨울 공기의 속에서 감도는 아다치의 향기에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아다치의 어깨에 기대면서 귀 옆에서 속삭인다.
「어서오세요~ 」
「......? 어서.. 와? 아니 다녀왔습니다...」
「언~니~ 이런 곳은 처음이야?」
아다치의 어깨가 움찔거리며 벗은 신발이 손끝에서 뚝 떨어진다
깜짝 놀라서 뺨을 움찔하는 아다치의 동요가 그저 흐뭇하다.
「순..순록은 지금 어디에 있는거죠?」
「어....음.... 대자연?」
「자연 어디...」
어디 어디.. 하고 아다치의 손이 여기저기 방황한다.
여기 라고 손을 잡는다.
「자아 아다치도 차이나드레스로 갈아입자」
일으켜 세우고, 끌어당기듯 걸어간다.
「순..순록이 있는데도?」
「순록과 차이나드레스의 관련성을 모르겠는데...?」
자기는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아다치의 우스꽝스러움에 배와 어깨가 떨렸다.
「그걸 보고 싶어서 나에게 크리스마스가 오는 거야!」
추억과 아름다움, 그리고 슬릿 사이로 보이는 맨살.
우리의 청춘과 현재를 이어주는 것이 바로 차이나 드레스였다.
『맛 변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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