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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특전소설

[아다치와시마무라] BD특전소설 1권 「Chito」- ⑥

「어디 보자, 오늘은 그러면」

해가 질 무렵, 냉장고를 앞에 두고 팔짱을 낀 채로 생각을 하고 있자니.

「차가운 국수는 어떠실까요?」

「...또 왔구만」

이번엔 어느샌가 내 머리 위에 올라가 있었다. 말을 걸어왔을 때 처음 깨달았다.

「너 면 종류 좋아하는구나?」

「뭐든지 좋아하지만요」

「단순해서 좋겠네」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이 녀석에게서 둥실둥실 포자 같은 하늘색 입자가 내리고 있다.

손가락에 올려보려고 했더니 피부에 닿아 녹아버리듯이 사라졌다. 이 입자들의 영혼이 야시로인게 아닐까?

본적도 없고, 앞으로도 절대 볼 일이 없을 우주에 대해 살짝 생각했다.

「점심은 사과를 먹었어요」

「아직 안 물어봤는데」

슬금슬금 손발을 움직이며 나를 타고 야시로가 내려왔다.

그리고 나를 올려다보며 「오오」 라며 원래부터 반짝이던 눈을 더욱 반짝였다.

「이미 정해둔 모양이군요?」

이 녀석의 눈은 무엇이든 꿰뚫어 보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하게 내가 알기 쉬운 사람인 걸까?

응 이라며 한번 끄덕이며.

「아다치가 좋아할 만한 거」

아다치가 좋다고 생각할 만한 것을 늘려가고 있다.

머리에 시마무라꺼 라고 붙어있는 것을 좀 더 많이.

앞으로의 나는 그런 것들을 생각해가려고 한다.

「와-」

조건 반사하듯이 야시로가 양손을 올리며 기뻐한다.

그마저도 살짝 순풍이 불었나 하고 생각했다.

 

 

 

「치토씨는 어느쪽이라고 말하자면 시마무라씨와 닮았네요」

「헤에, 그래?」

지난밤의 이야기를 띄엄띄엄 해나가다가 마지막에 야시로를 배낭에 집어넣고 준비를 마쳤다.

뭘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넣었다. 머리만 배낭에서 삐져나와 있었다.

본인에게 거기가 좋은지에 대해 물어보니, 옮겨지는 쪽이 편하답니다 라고 하니, 하아 라고 밖에 해줄 말이 없었다.

들어갈 만한 공간이 없을 텐데. 내 등보다 큰 배낭을 짊어지고, 무언가를 떠올리고 일단 내려놓았다.

「어머나?」

「뭐, 떨어지면 위험하니까 말이지」

야시로에게 헬멧을 씌워주었다. 노란색이고 앞에는 이름표가 붙어있다. 그 이름이 낯익지 않았다. 씌우고 나니, 머리카락 사이에서 뿅뿅하고 입자가 날아올랐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감사를 나타내는 것 같아서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배낭을 메고, 이번에야말로 출발했다.

페달을 세게 밟듯이 나아갔다. 연료를 채우는 것도 어려운 지금, 자전거는 귀중한 기동력이다. 사지가 멀쩡한 동안에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타이어가 아작나면 다음 걸로 갈아타는 것을 반복하고 이번이 몇 대째일까? 처음에 탔던 것이 빨간 프레임의 자전거였던 것 정도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찾을 때까지 계속 걸었고, 찾으면 자전거를 끌고, 망가지면 다시 걷고... 어디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포장이 벗겨진 도로를 처음에는 비틀거리다가 조금씩 안정을 찾으며 달렸다. 조그마한 울퉁불퉁한 길에 올라가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뒤쪽에서 하늘색의 입자가 날아왔다. 그 입자는 어떤 원리인 걸까? 앞으로 나아가는 중인 나를 추월해서 공중에 떠다닌다. 그 빛이 그리는 궤적을 따라간 저편에는 항상 보던 주황빛의 하늘. 구름을 그을리고, 과거를 얇게 감싸주고 있다.

「이 별의 하늘은 꿀 색이네요~」

「꿀?」

「맛있어보이는 이름이죠?」

아무래도 혼자 신난 것처럼 보인다. 야시로와는 대부분 말이 통하지만 때로는 들어보지 못했던 단어가 섞여있다.

다른 별에서만 쓰는 단어일까?

그런 야시로가 말하기를 꿀 색의 하늘이 폐허와 식물을 언제나 칠해주고 있다.

그 빛에 쓰다듬어질 때마다, 뒤를 돌아보고 싶어지는 듯한 황혼의 색으로.

세계는 절찬 붕괴 중이었다.

「네가 말한 이야기들 전부 다른 별 이야기지?」

「그래요. 제가 전에 있던 별이랍니다」

「스케일 한 번 크구만」

이야기가 진짜라면, 혼자서 여러 행성을 돌고 있다는데. 즉, 이 녀석은 우주인에 해당한다.

「우주인이라는 증거를 보여라」

「우주로 데려다 드릴까요?」

「음... 사양할게」

우주에 갔는데 이런 것들만 있다면 곤란하다.

하루종일 식량확보를 위해 뛰어다녔지만, 도저히 먹고 살 수 없었다.

「그래서 내 어디가 닮은건데」

「저한테 밥을 주려는 부분이려나요?」

처음 듣는 착한 사람 말투다.

「너, 옛날부터 그런 말만 했구나?」

「그런 말이라고 하시면?」

「그냥 밥벌레군」

「자주 듣는답니다」

에헴이라고 하며 콧대가 높아져 있음을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뭐, 그렇게라도 살아간다고 하면 그거대로 대단한건가」

「예전에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죠」

「나랑 닮았다는 사람한테?」

「그렇죠」

「흐-음」

다시 또 살짝 만나보고 싶어졌다.

그 소원이 살짝 모습을 바꾸어, 나에게 다른 사람을 만나길 원하게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느긋하게 이야기를 하며 움직이고 있어도 크게 위험하거나 하지는 않다.

애초에 다른 생물들도 줄어버렸기 때문에. 세계가 거대한 식물원이 된 것이다.

그런 세계를 처음에는 혼자 여행하다가 어느샌가 두 명.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때때로 들려주는 다른 행성의 이야기만으로도 가치가 있어보인다.

이야기에 나오는 그녀들은 내가 처음으로 만났던 사람들일지도 모르고, 뭔가 다른 사람 이야기 같이 느껴졌던 감각이 무뎌져 간다.

「3700년 전에 있던 좋은 사람이라」

「어쩌면 3만7천 년 전일지도 모르죠」

「어이어이」

자릿수를 잘못 세어도 너무 크지만, 이 녀석한테는 그렇게 큰 오차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3이랑 7은 확실하게 기억하는데 말이죠」

「어떻게 숫자를 세고 있길래...」

슉 하고 머리 옆에 야시로의 작은 손이 뻗어 나왔다. 3하고 7을 각각 한 손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7을 한손으로 어떻게 표현했는가 하면, 손바닥에 7이라고 써있었다.

「그럼 그런가?」

「네?」

그렇게나 오래전 일이라면.

「모두 이제 없는 사람이라는거네?」

일부러 돌려서 표현했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혼자였기 때문에, 누군가가 내 곁에서 사라진다는 느낌을 감각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저 남겨진 영상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찍혀있었으니까...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네요」

야시로가 보인 반응은 저게 전부였따. 언제나 그렇듯 아무일도 없는 듯이 잔잔하게.

어쩌다보니 시선이 머리위를 향했다.

이 녀석 애초에 감정이란게 있는 걸까? 라고 생각했다.

우주인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엄청 안 보이네요」

「흔적은 군데군데 보이기 시작했고 슬슬 나올때가 됐는데」

짧게, 지면이 갈라져서 튀어나온 듯한 오르막에 다가서자 소리를 내며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꽤나 앞으로 굽힌 채로, 자전거에 매달리듯 오르막을 오른다.

참고 버티며 끝까지 올라온 그 앞에는.

「아- 빨리 만나고 싶다. 사람을」

페달에서 뗀 다리를 뻗으며 내리막길의 관성에 몸을 맡겼다. 멈춰있는 것처럼 열을 품고 있던 공기가 드디어 바람이 되어 흐르기 시작했다. 머리카락 사이를 열풍이 달려간다.

「호호호 제가 있답니다」

사람이라기엔 약간 의심스러운 생물이 자기를 어필했다.

「뺨이 끝없이 늘어나지 않는 사람이랑 만나고 싶다-」

「만나서 어떤 걸 하시려구요?」

「몰라」

일단 뺨을 잡아당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기 때문에, 내 맘대로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뭐 만나고 나서의 일은 그 때 드는 기분에 맡기면 돼.

애초에 나말고 사람이 살아있는지에 대한 보증이 없다.

우리들의 조상님이 이 별에 내려와서 개척하고 살 곳을 넓혀가며... 그렇게 낸 결론은 이 별은 적합하지 않다 였다.

생명이 태어나는 토양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버려지고 힘겹게 이어져왔던 사람의 대는 곧 끝난다.

끝나기 전에 나는 만남을 이뤄낼 수 있을까?

「왜 이런 곳에 온거야?」

「네?」

「그게 네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에 있던 별이 더 풍족했는걸」

사람도 넘쳐나고... 그건 그거대로 밀도가 높아서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여행하지 않아도 되고, 안정적이고.

그리고 옆에 누군가가 있고.

하지만 근처에 있어주던 사람들이 없어져서 별을 떠나게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야시로는 이렇게 말했다.

「뭐, 시마무라씨랑 한 약속이 있어서말이죠」

 

 

 

-아다치와시마무라 BD특전소설 1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