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다치와 시마무라/특전소설

[아다치와시마무라] BD특전소설 2권 「死間」- ④

정원을 한번 바라보고 물었다.

「히노네 집에는 동물은 안 키워?」

「응? 멋대로 연못에 와서 사는 것들은 있는데 딱히 키우거나 하는 건 없네」

자신의 집 연못을 소개하는 일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경험할 일이 없어 보인다.

우리집에 멋대로 와서 사는 건 파란 머리의 정체 모를 우주인이라서 나도 딱히 남들 앞에서 할 말이 없긴하다.

「우리는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니까 애완동물 같은거 키우면 융통성이라고는 없이 자랄걸?」

「그렇구만」

「왜?」

「아니 그냥 물어봤어」

비차를 크게 앞으로 낸다. 히노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을 비차쪽으로 세우며 쫓아온다. 홀로 남겨진 비차가 울고 있다.

「으악」

「생각 없이 막 두고 있구만」

간파당해서 머리를 긁으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2전 2패였다. 3판째는 어떻게 하지라는 분위기가 되었을 무렵에.

「그러고보니 생일이라고 했지?」

「응」

「잠깐 기다려봐」

히노가 장기판을 그대로 둔 채로 방 밖으로 나갔다.

이 흐름은 하며 가만히 앉아 기다리니 히노가 딱 봐도 선물로 보이는 것을 손에 들고 돌아왔다.

「안 줘도 되는데」

「아니, 선물은 중대사항이다. 음 잠깐 기다려봐 좋은 말을 해줄테니까」

「하아」

팔짱을 낀 히노가 흐음 하며 끙끙대거나 문 밖의 정원을 바라보거나 하고 있다.

「사람이라는 글자는 말이야 서로 기대면서」

「이 나이에 그런 소리를 해주는구나」

「농담이라니까」

그러고 엄지를 울린 히노가 정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람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식물이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느낄 수 있는거야」

「에... 응...」

나도 끌려가듯 정원을 보았다. 잘 갖춰진 경치를 흔들리게 하는 약한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확실히 그곳에 보였다.

「마음도 보이지 않지만 선물에 끼워서 보이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구?」

팔짱을 풀은 히노가 미소를 지으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모른다구?」

「오... 그럴싸 해보인다.」

박수를 치니 그치그치? 하며 히노가 기분 좋게 끄덕이며 앉았다.

「지금 거 다시 한 번 말해 봐」

히노는 선물을 나에게 주면서 훗 하고 살포시 웃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벌써 잊어버렸다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히노의 바람을 확실하게 느꼈다.

「이야 히노네 집은 좋네~」

몸도 마음도 후련해져서일까, 말도 가벼워졌다.

그 뒤로 점심 식사를 대접받고 아마도 히노가 농담으로 제안했던 낮 목욕을 담그고 나와 멍하니 있다가 푹 잠들어버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매우 기분이 좋았다.

밥먹고 목욕하고 잔다는 매일 반복되는 행동 일텐데 다가오는 것이 전혀 달랐다.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제대로 옆으로 누워 있었다.」

복도 쪽에 앉아 있었을 텐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불 위에서 제대로 뒹굴고 있었다.

「히노가 옮겨준거야?」

「그게 될 것같냐 네이놈. 에노메씨... 가정부가 도와줬어」

「아이고 죄송스러워라」

「옮기는 도중에 한번도 안 일어나서 웃었어」

「아이고 부끄러워라」

아하하하 하며 부드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너 말이야, 역시 좀 덜렁이구나」

「응? 어디가?」

여기라고 하며 얼굴을 가리켰다. 만져본다. 오랜 시간 욕조에 있었더니 팅팅 부어오른 볼이 있었을 뿐이다.

히노가 현관 밖까지 배웅해주었다.

「시마마쨩은 대학졸업하면 집에서 나올거랬나?」

누구한테 들은걸까? 라고 생각하면서 긍정한다.

「취직을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희망사항으로는 그러려고」

「그럼 이제 별로 못 보겠네」

슬쩍 말을 꺼냈다.

이곳을 떠난다는 것은 이제 쉽게 못 만나는 건가... 길게 보면 사별하는 것과 가까웠다.

한 순간 말문이 막히니 히노가 말을 이었다.

「친구니까 헤어지는 거야. 관계없었다면 그런거 신경 쓰지도 않아」

말을 하더니 히노가 볼을 긁적인다.

「지금 나 엄청 좋은 말 한거야」

「응응 다시 한번 말해 봐」

「에...그러니까 시마 마이 프렌드 오케이!」

히노가 활기차게 웃는다. 이번에는 잊은게 아니라 부끄러움을 숨기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충 맞아」

「그치?」

히노가 허리에 손을 얹으며 득의양양하게 콧대를 높이며 말했다.

「지금 친구라는 것은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거지? 그러면 된거잖아」

「...그러네」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지만 마음을 움직였다.

바꿀 수 없는 과거도 나쁜 일만 있던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겠지.

그도 그럴 것이 아무도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이니까.

아무데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잘 가」

「응」

「아닷츼한테 안부 전해줘」

손을 흔들며 히노와 헤어졌다. 또 보자고 말할까 살짝 망설이다가 결국 입에 담지 않았다.

변하지 않는 것이니까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했으니까.

볏짚처럼 물든 대나무를 바라보며 눈가를 적시며 히노네 집을 나왔다.

그러자

「어」

마치 엿보기라도 한 듯, 전화에 진동이 울렸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진동이지만 떨림으로 누가 보냈는지를 알 수 있다.

「와도 돼」

답장을 보내고 나서 핸드폰을 잡은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이 고양감은 뭘까?

감성 충만한 마음이 그대로 손목을 향해 혈류가 되어 달려간다.

억누를 수 없는 고동에 몸 밖으로 튀어 나오려 하고 눈앞에 있는 흔해 빠진 석양이.

마치 다른 세계가 찾아오는 것을 목 빠지게 기다리듯 주홍빛으로 물든다.

곧이어 자전거를 전속력으로 밟으며 그대로 나를 치는게 아닐까 하는 정도의 등장에.

「아핫」

무심코, 삑사리난 소리 같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