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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특전소설

[아다치와시마무라] BD특전소설 2권 「死間」- ⑥

결국 자전거는 찾지 못했다.

「쓸데없이 체력이랑 시간만 날려 먹었네」

「호호호」

딱 맞게 배낭으로 돌아온 야시로의 웃음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온다.

「뭐...그래도...상관 없으려나」

잘 모르겠지만 축하받았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게까지 쓸데없는 건 아니었으려나.

「너랑 만나고 몇 년이 지난거지?」

「300년 안쪽인 건 확실한데 말이죠」

「기념일이 수상해진 것 같은데」

숲을 빠져 나오고 나서 배낭을 고쳐매었다. 그 앞에도 당연히 익숙한 석양이 비치는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어쩌면 자전거를 찾더라도 이 주변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가볼까」

경치에서 보이는 커다란 것을 바라보며 그 쪽을 향해 걸어간다.

풀을 밟는 소리는 내 피로감과 반대로 경쾌하다. 파삭파삭하면서 말이다.

겸사겸사 발목 주변은 따끔거리기까지 한다. 배낭 속에서 태평하게 있는 녀석이 살짝 부럽다. 하지만 야시로는 맨발이라서 이 주변을 걷게 하는 것은 살짝 불쌍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애초에 이게 틀린 생각은 아닐까요?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고 답해줄 사람도 없는데 물었다.

「이쪽에 사람이 있는 건가요?」

건물 대신에 솟아있는 큰 나무를 함께 올려다보며 대답한다.

「글쎄다... 하지만 그럴싸한 흔적은 있었으니까」

많은 사람이 지나다녀서 좌우로 젖혀진 길이 있다는 점이라던가.

하지만 그렇게 많이 있을까 하는 살짝 경계심이 들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고향을 떠나온 이후로 사람을 만난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

그리고 고향에 사람이 남아있던 것도 추억이 노을에 잠길 만큼 오래전 일이다.

빛이 애매하게 비춰준 기억은 다른 사람이 있을거라는 나의 생각을 애매하게 한다.

참고로 야시로는 인류로서 세지 않았다.

「어째선지 사람은 높은 곳을 중심으로 하고 싶어진다더라」

「오호~」

지금 이런 세상에서는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찾기 쉬워지니까 그런거겠지만.

「저도 높은 곳은 좋아한답니다」

「너는... 그렇...겠네」

처음 만났을 때도 하늘에서 내려왔고. 손이 닿지 않을 만큼 정말 높이 구름 위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수상함의 끝판왕이다.

하지만 뭔가 그러려니하면서 여기까지 와버렸다.

행여나 그런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멀리서 왔다고 말하는 그 녀석에게 자극을 받아 나는 나대로 먼 곳을 향해서... 그곳에 누군가 있어준다면.

이 노란빛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 크게 소리치면 누군가 대답해주는, 그래서 발을 멈추지 않아도 되는 그런 친구가.

「지금도 치토 씨보다 높이 있는데요」

「걸어서 갈래?」

목소리를 낮춰봐도 야시로는 「호호호」 하며 웃을 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저런 태도를 보이니 협박하는 것 같은 내가 바보처럼 보인다.

자기 볼따구만큼 말랑한 마음가짐이 되어버린다는 것 같았다.

「너는 목적이라던가 있어?」

몇 년이나 딱히 의문으로 품지 않았던 것을 새삼스럽게 물어보았다. 나 스스로가 그런 사실을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것은 명확한 목표도 없이 이런 식으로 여행을 계속했기 때문일까.

「일단은 있답니다」

「있구나...」

존재 자체가 흐물흐물한 느낌의 생물이면서.

「어쩌면 이미 끝났을 수도 있지만요」

「음?」

이 녀석 지금까지 뭔가 한게 있었던가? 어슬렁거리기,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는데 멀리서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충격이 신발 바닥을 무겁게 흔들었다.

멈춰 서서 조금 위를 보았다.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네?」

「그 목적이란게 끝났다면 너는」

「아 있었네요」

「에」

목적을 듣기보다 앞서서 사람의 그림자가 눈에 보였고 소리가 멈추었다.

태양에 짓눌린 것 같이 늘어난 그림자는 큰 나무보다 작을 텐데 배경을 짊어진 것처럼 엄청나게 거리감에 착각이 들게 했다. 그림자는 의지를 가지고 노을에서 벗어나 나에게 왔다.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나도 모르게 몸을 뻗었다.

그리고나서 아 자전거라며 잡아당기는 그것에 눈이 갔다.

「에, 그러니까」

상대방의 목소리에 당황과 낯설음이 섞여 있는 것을 바로 알았다.

콰과광하고 마을이 무너지는 소리가 지금만큼은 고동 소리처럼 느껴졌다.

다가온 사람의 그림자는 여자였다.

검은 머리카락을 한 여자아이.

내가 계속 찾아 해메던... 그랬을지도 모를 사람.

그건 상관없지만

만난다는 것 자체가 막연한 목표였기에 만난 뒤에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겠다.

머릿속은 햇빛처럼 샛노란색이다. 머릿속이 새하얗다고 할 정도로 아무것도 생각이 안드는 것은 아니고, 애매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영원히 시간이 흘러가듯 의식이 끊기지 않는다는 고통을 맛보았다. 그것은 끝나는 일 없이 하늘이 이어지며, 지금 이 별이 존재하는 방식에 반응하는 것 같았다.

너덜너덜해진 신발, 흙 냄새를 남긴 볼 나이대는 비슷해보인다.

살짝 초록빛을 띄는 눈동자는 불안한 듯 떨리고, 비슷한 신세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눈동자를 마주 보며 아 예쁘다 라고 생각하거나 뭐라도 말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며 살짝 초조 해했다.

그리고 머리가 조잡하게 잘려있는 것으로 보아 아, 저쪽도 혼자 살았을지도 라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평소와 다름없는 것은 배낭에 박혀있던 그 녀석뿐이었다.

...생각해보니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이런게 있다면 인상을 망치는게 아닐까?

여자아이도 눈치채고 눈을 동그랗게 하고 있다.

「아, 안녕하세요...?」

「네에~」

「에...그러니까...」

시선을 떨구고 못 본 척하려는 것 같다. 현명하다.

「사람과 만날거라고는 생각못해서...」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의 물결을 가볍게 두드렸다.

누군가와 만나기 위해 걸어왔는데.

「나도 별로 생각해본 적 없었어」

서로 나눈 자기소개는 이런 짧은 길이로도 충분했다.

그녀가 어색하게 웃는다. 웃는 것, 웃기는 것, 그 모든 것에 익숙하지 않은 듯.

우리들은 거울처럼 서로 경험하지 못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숨을 들이쉬고 그녀가 말한다.

「시마라고 하는데 너는?」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에 닿은 듯 차갑고 그리고 산뜻했다.

이름을 소개받은 것도, 이름을 소개하는 것도.

수상한 생물과 만난 이후 처음이다.

그래서 살짝 대답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난..」

 

-아다치와시마무라 BD특전소설 2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