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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 상대가 키스하고 있었다/1권

내 첫사랑 상대가 키스하고 있었다 1권 2장-4

우리 엄마는 집안일에 대해서는 모른 척은 한다.

내가 좀 더 어렸을 때는 집안일도 하고 일도 같이 병행해서 힘들었던 건 상상하기 어렵지 않으니까

지금 상황에 대해서는 큰 불안은 없다. 언젠가 혼자 살 때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 

작은 불만은 친구들과의 시간을 내기 힘든 정도였다.

「자 다됐어」

책상에 냄비 받침을 놓고 그 위에 프라이팬을 올린다.

한바탕 일을 마치고 허리에 손을 얹으며 창밖을 본다. 밤의 머리가 보이고 있었다.

「우리 엄마는 좀 더 늦게 돌아오실텐데」

언제 먹을거냐고 돌려서 말해본다. 그 녀석은 조금 생각하는 듯한 눈을 굴리고 있다.

「내 쪽의 엄마는 모르겠어」

그러면서 교과서를 내팽개치고 책상 앞에 앉는다. 기다릴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젓가락도 인원수만큼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젓가락을 지참해 왔다.

밥그릇은 깨졌을 때의 예비로 사둔 싼 것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밥을 담아 그 녀석 앞에 놓는다.

그 녀석이 어리둥절하며 고개를 숙여온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집에서 동급생과 마주 앉는 상황은 언제 이후일까. 중학생 정도부터 친구가 집에 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오~」

그 녀석이 프라이팬 속을 들여다보며 약간 밝은 소리를 낸다.

양배추와 제육볶음을 양이 약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대로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2인분이였고 하지만 오늘부터는 아마 4인분이나까

단순히 두 배로 하면 되는 것도 아니니까 간을 하는 방법 정도는 공부해야 할 거 같다.

그리고는 반찬 두 개 정도를 늘어놓는다. 당근 샐러드에 삶은 브로콜리 무침.

조금씩 아끼던 검은콩은 아까 보니 텅 비어 있었다. 어젯밤에는 있었으니까 범인은 좁혀진다.

화내는 건 아니지만 역시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난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 녀석은 담담하게 손을 모으고 젓가락을 든다. 김이 나는 밥그릇을 가만히 보고 약간 어색하게 집는다.

프라이팬,반찬 그릇에 눈을 돌리며, 「오」라고 감동한 듯 작게 반응했다. 그 녀석치고는 리액션이 커서 근질근질하다.

그 녀석이 고기야채볶음을 소량 따서 입으로 옮긴다. 맛 음미하듯 세세하게 턱을 움직인다.

그 녀석이 젓가락을 여닫는다.

「응 먹을 수 있을거 같아.」

「뭐야 그 감상은......」

해달라는 것도 아니지만 감사한 마음과는 일절 무관해 보였다.

「동급생의 음식 안 먹어봐서 좀 경계했어」

「경계...」

생소한 반응이였다. 

밥을 입안 가득 넣고 우물우물 움직이는 입가를 묘하게 쳐다본다.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그림이 된다고 해야 되나?

왠지 모르게 자연스레 눈이 간다.

「아니, 애초에 없나?」

입에 있는 것을 전부 삼키고 나서, 그 녀석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얹혀사는 집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준 것도 처음이야 」

「하아」

「덕분히 살았어」

짧은 감사인사를 하고 젓가락과 입을 계속 움직인다. 정돈된 외모와 달리 먹는 방법은 기세가 오르면서 점점 거칠어진다.

먹을 수 있을 때 다 먹는 야생동물 같았다.

예의나 자세, 말투는 양육환경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 같고, 제대로 된 생활은 보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뭘 먹고 자라면  이렇게 생기게 되는 걸까...... 학교의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면 눈이 뛸 것 같은데.

평소의 나는 얼마나 시야가 좁고 멍하게 지냈던 걸까

「요리할 수 있다니 대단해」

맛에 대한 소감은 끝까지 없었고, 그 부분만 평가하며 계속 먹고 있었다.

칭찬(?)받아서 상관은 없지만 그런 감상은 조금 곤란하다.

그리고나서 엄마는 어디서 잡아왔는지 그 녀석의 엄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내가 해놓은 밥을 데워서 나하하하하 즐겁게 먹고 있는 것이 목소리의 톤에 의해 전해져 온다.

아무리 못해도 접시 정도는 스스로 씻으라고 기도하면서 방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졸리면 남이 가까이 있어도 신경 쓸 여유가 없어 편안해진다.

같은 방의 그 녀석은 질리지도 않고 교과서를 펴고 있었다.

이렇게 진지한 녀석은 처음 본다. 저 녀석에게 이런 이상한 구석이 있는거 보고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하아암 졸음과 합쳐져서 기분 좋다. 공부에 눈을 돌리면 집안일도 다했고 내일까지 할 일이 없다. 이 시간을 만끽한다..

「저기」

기울어져 있던 머리가 꼿꼿이 돌아온다. 그 녀석이 몸뚱이째 이쪽으로 돌아본다.

아무렇게나 내려온 머리카락이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헤엄치고 있었다.

「뭐야뭐야」

「내일부터 내가 청소할게」

「오?」

잠이 덜 깬 머리에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 와서 눈이 번뜩인다.

「요리는 못하니까 청소 담당이 좋은 것 같아 응.. 어때?」

「아, 알겠어」

「응」

웃은 건 아니지만, 그 녀석의 표정이 부드러워진 것처럼 보인 건 내 희망의 편애일까.

그 녀석과는 아직 최소한의 대화밖에 하고 있지만, 서로 발밑의 조약돌을 밟으면서도 조금이나마 가까이 다가간 것 같았다.

기분 탓일까, 물론 기분 탓이라도 상관없다.

세운 무릎에 손목을 올리고 늘어진 손을 흔들며 천상을 본다.

공동생활, 인가.

졸음이 달아나도 아직 이상하게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 계속되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리고 으음 하고 좋은 기분이 소멸한다.전화가 끊긴 뒤

전화,하고 손을 움직이면서 사람의 그림자가 움직이는걸 포착하고 착각한걸 깨닫는다.

울린 건 내 전화가 아니라 그 녀석의 전화였다.

전화에 눈살을 찌푸리며 주시하던 그 녀석이 답장하기 위해 조작한 뒤 벌떡 일어선다.

구석에 쌓인 개인 물건에서 화장품으로 도구로 집어들고는 소중하게 껴안는다. 마지막으로 빗을 들고 방을 나간다.

뭐지...?

설마 지금부터 나갈 생각일까. 학교 갈 때는 아무 손질이 없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일부러 화장까지 하고...

시간을 확인해보니까 어디 가기에는 괜찮다고 말하기 어려운 늦은 밤이다. 

그리고 궁금하긴 했지만, 그 녀석 본인의 검소한 실내복이나 자연체적인 머리와는 달리 소품류는 이상하게 비쌀 것 같은 것들뿐이다. 빗도 상당히 좋은 물건 같다는 건 내가 딱 봐도 알 수 있다.본인의 감각과의 연결을 느끼기 어렵다.

누군가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 누군가에게, 생각을 돌리게 된다. 졸음은 도려낸 듯 사라지고 없었다.

꾸미고 돌아온 그놈이 실내복을 벗는다. 나 같은 건 의식도 안하고 속옷차림이 되는걸 보니.

좀 봐달라고 말 해야 할 것 같다. 왠지 모르게 좀 약간이나마 두근두근거리는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그 녀석은 적은 사복과 눈싸움으로 고르는 데 약간의 수고를 들인다.

어떤 상대를 만나러 갈지 내 상상 속에 답은 제대로 있을 것 같았다.

옷을 갈아입은 그 녀석이 가방에 전화에 지갑, 그리고 교과서와 필기도구를 채우고 발빠르게 방 입구로 향한다.

교과서? 나가려고 하기 직전에 멈춰서 이쪽으로 돌아본다.

연한 화장에다가 머리에 빗질을 제대로 한 그 녀석은 가뜩이나 원래부터 천상의 빛을 올려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는데 더욱 직시하기 어려워진다.
목에서 위를 시야에 넣으려고 해도 초점이 흔들린다.
시선을 빼앗기고 마는 자신을 거부하듯이...
갑자기 나가거나 돌아오기도 할 텐데 신경 안 써도 돼」
일단은 인사인거 같은 말을 듣고 절반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은 채 반사적으로 대답한다.
「신경 안 써」
「고마워」
망설임 없이 나갔다.밖에서 몇 가지 말소리가 들렸지만 자세한 내용은 전달되지 않는다.
돌아오는 날 같은 건 없어도 되는데
푸념을 늘어놓으며 뒹군다.
자리에 신경을 쓰면서, 나의 스페이스에 들어가도록 하면서 큰 대자로 손발을 뻗는다.
오랜만이라고 해도 하루밖에 안 됐는데 방에 혼자 있다.

적정 인원으로 보내는 공간은 순식간에 공기가 가라앉고 차가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손끝이 그 차가움을 긁는다.
후하후하 공기를 마시고는 토하는 것을 특히 강하게 의식한다.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고 나서 튕긴 듯 몸을 일으켰다.
어, 뭐지?
돌아오는게 늦어서 의문이 생긴다. 또 시간을 확인해 보니 하루가 밤에 내딛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 시간부터 잠깐 산책같은거 하지 말고 그냥 돌아오지 않을래? 자고와? 잘 곳은 있어? 그럼 그 녀석은 왜 여기 있는거지?
신경 안쓴다고 했는데 왜 나는... 신경 쓰지 마.
자신의 그런 점이 재미가 없어서 앞으로 굽히려고 턱을 괴다.
어중간한 반응이 되어 버린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궁금하면 처음부터 물어보고 궁금하지 않으면 바로 무시해라
나는 뭐든지 확실히 해야 마음이 편해진다. 이런 부분은 엄마를 닮은거 일지도 모른다.
책상다리를 한 채 팔짱을 끼고 이리저리 사고의 잔재가 흩어진다.
숙박, 밖에서...... 수상쩍은 상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근데 교과서를 넣어간 건 뭘까?
과외 선생님? ......그럴리가~」
동네 도서관도 닫혀 있을 시간이다. 내일은 토요일이고 학교는 쉬지만, 숙박, 숙박...

수수께끼와 답답함... 분류할 수 없는 감정을 강요해 오는 그 녀석 때문에, 오늘 밤도 잠들기 힘들 것 같았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데 머리를 멈출 수사 없어. 아무리 피곤해도 생각의 걸음을 멈출 수 없다.
쟤한테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역시 타인은 너무 귀찮다.
그래서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근데 진짜 안 돌아오면 더 궁금하겠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머리 근처에서 뭔가가 움직인 것 같아 잠이 덜 깬 채 상체가 튕겨오른다.
벌떡 일어난 나에게 사람의 그림자가 주춤거리는 것이 보였다.
깨워서 미안해
아, 응... 어어? 응
반쯤 잠든 채로 있었는데 거기에 놀라움이 더해져, 사고가 완두콩 같은 모양으로 찌그러졌다.
시야를 가리는 앞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머리의 부팅을 조금 기다렸다.
아침 놀은 생각한것보다 일찍 나온다.그 녀석이 가져온 것은 향기였다.
그 녀석이 안 돌아왔으면하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돌아와 있다..
샤워라도 했는지 머리가 촉촉하다. 그리고 가슴이 뻥 뚫리는 향기가 이쪽으로 온다.
상쾌함과는 다른, 꽃 냄새 같았다. 이 냄새가 자극이 되어 나의 흐릿한 부분을 제거해 줬다.
어제까지는 없었던 이 냄새를 어디서 가져 온 건지...
고개를 든 끝에는 한가롭게 서서 나를 내려다보는 그 녀석과 옅은 아침 햇살. 늦은아침부터 짙은 무더위.

시간을 확인 보다 먼저 발로 선풍기 전원을 켠다.

선풍기는 나만 바라보고 있으면 좋을 텐데 의리로 목을 흔들고 그 녀석의 하얀 발에도 바람을 보낸다.

그  녀석도 선품익의 혜택을 원하는 건지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바람이 칠칠치 못한 셔프와 기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흔드는 모습을 왠지 모르게 바라보게 된다. 

외형도 존재도 둥둥신한 그 녀석, 그저 방해꾼은 어느새 인식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었다.

「......뭐, 어... 좋은아침
말이 막히면서도 산에서 마주치듯 인사를 던지다. 이건 평범한거다. 학교에서 동급생이랑 스쳐 지나가면서 인사 정도는 한다.

그만한 뜻이다. 그 녀석은 눈을 천천히 움직여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좋은아침」이라고 짧게 되받아쳤다.
아하 그렇구나 벌써 내일이 되었으니 돌아왔구나.
어디에서?
어젯밤 본 것과 다름없는 복장에 고개를 숙인 얼굴. 가만히 보고 있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졸음은 사라져도 기분은 전혀 풀리지 않는다.

흐린 날씨와 무더위에 끼어 그 틈에 보이는 것이 수수께끼 많은 동급생과 온다. 어디를 봐도 상쾌함이 있을 리 없었다.
그 녀석은 전화를 바라보고 있다. 조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멍. 뭘 보고 있는건지, 뭐가, 보이는 걸까.
「......너 뭐하다가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