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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 상대가 키스하고 있었다/1권

내 첫사랑 상대가 키스하고 있었다 1권 2장-3

「돌아왔어?」
그 퉁명스러운 느낌에도 조금 익숙해졌다.

외모는 눈길을 끄는 것에 특화 되어 있는데 목소리나 태도에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밖에 없다.

그런 태도의 녀석이 눌러앉았다면 쫓아내고 싶기도 하다.

그 녀석은 잠시 내 반응을 살피듯 고개를 들고 있다가 다시 교과서에 눈을 떨어뜨린다.
하는 일은 성실한데도 긍정의 조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 공부하고 있어?
「음」
「왜?」
틈만 나면 교과서를 펴고 있는 그 자세에 무심코 의문을 제기한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고등학생과는 많이 다른 생물이었다.
왜냐니 공부하지 않으면 똑똑해지지 않잖아」
교과서를 넘기면서 담담하게 그 녀석이 말한다.
나 머리가 나빠서,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이유는 간결했고 자기평가에는 싫음이나 자조도 담겨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그런 감정을 드러내는 상대에게 거슬리는 말을 피해가면서
아, 그래... 힘내
「응」
마음속으로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전해지는 최소한의 반응이었다.

가방만 놓고 방을 나왔다. 내가 도망치듯 나가면 마치 그곳이 그녀석의 방이 된 것 같아 섬뜩하다.
뭘까, 쟤는. 일단 붙임성은 없고 보고 있으면 짜증나. 큰 한숨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알기 쉽게 표현할 수 있었다.
허리에 손을 얹고 눈을 좀 감고 의식을 바꾸고 고개를 든다.

그녀석이 공부를 필요로 하듯이, 나에게도 집에 오면 해야 할 일이 있다. 일단 청소다.
집안일은 거의 내 담당이다. 저 어머니한테는 기대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편안한 삶을 원한다면 스스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교복부터 갈아입고 싶은데, 방에 그녀석이 있어서 아무래도 사양......사양하는건 이상하네. 망설이고 있다.

맞는지는 나중에 생각하고 결과적으로 꺼리고 말았다.

머리만은 묶는다. 목을 감싸고 있던 머리카락이 해방되자 틀어박혀 있던 열과 먼지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았다.
TV 옆에 주저앉아 있는 청소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 돌아본다.

그녀석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기울어진 머리 때문에 머리카락이 폭포를 그리는 것 같았다.
나와 청소기를 번갈아 본 후, 그 녀석은 말했다.
「청소 이쪽 방은 내가 해둘까?」
「에?」
걔가 그렇게 길게 말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목소리 톤이 우호적이냐면 전혀 그렇지도 않아서 당황스럽다.
「사유물은 최대한 안만지도록 할께」
「그럼 뭐...  부탁할께」
겨드랑이에 자꾸 손톱이 걸리면서 어떻게든 대화한다. 그 녀석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들어갔다.
「......하아 심란해~」
고개를 돌리면서 나도 모르게 본심이 새어나오다. 엄마는 괜찮다, 계속 같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다른 사람이 집 안에 있어서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사실에 피부가 곤두선다.
게다가 그 녀석이 공동생활이라도 하듯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어떤 판단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모르게 되어 버린다.
「걸레 있어?」
「으악」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이에 옆에 와있었다.
눈앞에 그녀석의 얼굴이 있어서 똑바로 직시하고, 고작 그것뿐인데 이쪽의 얼굴이 분주하다.
어떻게 되어 있는지 거울도 없어서 파악할 수 없지만 얼굴 각 부위에 이상하게 힘이 실린다.
그녀석의 얼굴 앞에 옅은 빛이 벽을 만들고 그것을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걸레」
어린애처럼 그녀석의 요구를 되풀이한다.

나는 머리가 돌지 않은 채 엉거주춤 움직여서 어떻게든 걸레를 준비해 건넨다.

「고마워」라고 퉁명스럽게 인사를 하고는 그 녀석은 방으로 돌아갔다.
뒤늦게 뺨을 아래로 당기는 듯한 묘한 침착함이 찾아온다.
오른쪽 손바닥, 가운데 손가락 끝 근처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다.그야 당연하지만.그런데 뭔가가 바스락바스락 기어다니고 있다.

마음은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높이까지 떠올라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난다.

너무 불안정한 기분에 둥실둥실거린다..
쟤 뭐야.
아까랑 똑같은 것 같은데 조금 다른 게 솟아오른다.
청소기를 움직이면서 바닥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돌지않아서 딱 좋다.

지금의 자신이라든가. 그런걸 그냥 멍하니 있으면 계속 생각해 버린다.

그건 이상한 무리들이 집에 오기 전부터 계속 따라다니는 고민이기도 했다.

이대로 좋은 것일까 하고 좁은 방에 있으면 막연히 불안해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집을, 마을을 떠나고 싶다.

나간 끝에 원하는 것도 찾지 못한 채 그저 떠나고 싶은 기분만 나날이 더해간다.
생각하면 나는 이 동네에서 나간 적이 없다
어떻게 된건지 수학여행 전에는 열이 나서 쉬는 흐름이 초등학교, 중학교로 두 번이나 이어졌다.
그런 우연이 두번이나 있어서 나는 아무데도 못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모처럼 청소기에 의지하고 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머리가 돌아가는 것이었다.
다른 자극 때문일까.그 자극의 주인이 문을 여는 것이 눈앞에 보였다.
맨발의 발가락이 보인다. 보인다. 본다

청소가 끝난 듯 그녀석이 흔드는 걸레 끝이 보였다.
좁은 방이고 그렇게 수고들이지 않고 끝나는 건 알고 있었다.그 녀석의 시선을 오싹하게 느낀다.

마음을 굳게 먹고 고개를 들자 그 녀석 또한 눈이 마주쳐 당황한 듯 보였다.
들고 있는 걸레를 접었다 펴면서 그녀석이 탁탁한 소리를 낸다.
샤워실 청소하고 올게
아, 응
「청소도구......세제 있어?」
「아아 응... 세면대 근처에...」
「알았어」
확인을 마치고 담담하게 향한다. 내가 아직 청소하고 있어서 신경 썼을 수도 있다.
......그런 녀석인건가?
아무것도 모르니 거기에 어떤 정감이 싹트고 있는지도 짐작할 수 없다.

모르겠지만 청소를 솔선수범해서 해준다면 뭐 고맙다. 고맙긴 하지만 어두운 기분이 든다.
좋은 부분을 찾다 보면 같이 살고 있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 할거 같아서 싫었다.
우리 아파트에는 욕조가 없다. 있는 곳보다 월세가 싸기 때문이다.
샤워실은 있고, 세면대는 제대로 독립되어 있어서 나는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욕조 청소 안 해도 되니까

화장실 청소도 편지만 역시나 겨울에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견딘다. 그리고 포기한다.
공기라도 빼듯 공들여 찌그러뜨리면 웬만한 일은 견딜 수 있었다.
청소기를 움직이는 동안 다른 소리가 멀지 않은 거리에서 들리는 것이 위화감만 더해진다.
남을 이렇게 이물질로 의식한 것은 언제 부터일까.
늘 혼잣말을 쏟아내며 하던 청소가 계속 침묵하면서 하는 것도 리듬을 무너뜨리는 요인일 수 있었다.
그런데 청소기를 돌린 후 바닥을 닦고 있으니 그 애가 돌아왔다.
맨발과 셔츠 끝이 젖어 촉촉한 질감을 풍기고 있었다.

싱크대에서 걸레를 짜고 손을 씻고 수건이 옆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자신의 셔츠로 물방울을 닦아냈다.
말했으면 꺼내줬을텐데...
「청소 끝났어」
아, 그......수고했... 가아니라
말을 찾는 사이에 그 녀석은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대화 같은 건 하고 싶지도 않고 서로에게 도움이 안되는 건 알지만 안다고 해도 석연치 않은 느낌이다.
좀 더 이렇게... 무슨 일이 있으면 좋을까? 있는 편이 좋을까? 나는 지금 냉정함이 결여되어 나를 바라볼 수 없다.
어쨌든 음... 청소하러 돌아간다.
머리가 다른 곳에서 생각에 잠기 듯 남의 일 같은 느낌으로 팔을 계속 움직였다.
석양이 빛을 접고 있는 가운데 청소를 마치고 묶은 머리를 풀며 거실 책상 앞에 주저앉는다.
방에는, 이미 사람이 있으니까...... 내 방이인데...체육시간처럼 앉으면서 무릎을 긁는다.
왜 나는 쫒겨난거 처럼 된거지...세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문과 벽 틈으로 열풍이라도 새어나오듯 다가가기 어렵다.
아니, 이건 이상해, 틀렸어. 틀다고 생각하면 움직여야 한다. 자기 안에 있는 규칙과 같은 그것에 따라 벌떡 일어선다.

문을 열 때 손목과 발목에 이상하게 힘이 실렸다. 삐걱삐걱 어색한 뼈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 녀석은 또 등을 굽혀 교과서와 마주보고 있었다.

자세도 변하지 않고, 다만 이번에는 벽 쪽을 향하고 있어 이쪽에는 둥글게 구부린 등이 비친다.
그 등을 바라보며 대각선상의 위치에 앉는다.

돌아서서 눈이 마주치면 어쩌나 걱정하며 눈을 떼지 않고 있었지만, 전혀 그런 상황은 오지 않아 안심했다.
나갈까. 당장 숨막힐 정도의 무더위가 뺨을 뒤덮는다. 오기가 생겨서 들어와봤는데 벌써 나가고 싶다.
그런데 이대로 바로 나가면 내가 도망치는걸로 된다. 이런 좁은 집에서 도망쳐도 금방 벽에 부딪힐 뿐이다.
「......덥다」
청소하느라 움직인 후의 이 갇힌 공기는 불쾌할 수밖에 없다. 다리를 뻗어 선풍기를 작동시킨다.
나한테만 돌리고 싶었는데 선풍기는 선량함에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고 고치러 가는 것도 귀찮기도 하니 뭐 어때...

선풍기 바람이 머리하고 살갗을 쓰다듬었다.

그 녀석은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 당당하다고 할까, 둔하다고 할까.
아마 저쪽에서는 아무것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아. 그럼, 내쪽에서 다가갈까?....귀찮다는 마음은 이상하게 적다.
남들과 잘 지내는 것은 힘들지 않고, 거기서 즐거움도 찾을 수 있다.
그냥 갑자기 들어온게 너무 당돌하고 당황스러워서 기절이라도 한 듯 마음은 계속 움직이지 않았다.

슬슬 현실을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귀울림이 멈추라고 양쪽 귀를 누르고 눈을 감고 의식해 호흡을 반복한다.
몇 번인가 찾아오는 거친 파도를 넘자 뜨기 힘들 정도로 무거웠던 눈꺼풀과 눈 밑이 시원했다.
좋아, 하고 가벼워진 눈으로, 정면의 벽을 확실히 노려본다.
화제는......학교, 생활. 취미 기호 기타 여러 가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무난한 것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에 대해 또래와 이야기할 일은 없고,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어질어질할것 같으니 정중히 거절한다.
이러면 대화소재가 없잖아...! 아이디어를 모두 적어서 새까맣게 된 판자 조각을 박살냈다.
저기 말이야
한 마디씩 수면을 뛰듯 말이 독립적이었다. 그녀석의 등과 어깨가 흠칫 뛰었다. 
쓸 장소를 정하자
상대방의 눈을 보지 않고 제안한다. 방의 반쯤 되는 위치에 발을 뻗는다.
여기서부터 나눠서 반씩 쓰자
좁은 것도 아니고 몸을 쭉 펴고 자기는 힘들지만 가로 절반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세로 반이면 앉는 위치만 바꿔도 바로 침범 할 수 있다. 게다가 잘 때 거리가 너무 가깝다.
그녀석이 내 다리를 쳐다보면서 」라며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고개를 들자 어두운 의사를 나타내는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뚫을 수 있도록 응시하고 있었다.
눈매가 나쁜건지 근시인지는 모르겠다.
그럼 그걸로......
그 밖에도 정해야 할 규칙은 분명 몇 가지 있다.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데 맘에 안든다라는 오오라를 그만두라든가, 빨래는 어떻게하느냐, 청소는 교대제냐든가.
같이 생활 해야하는구나라고 틀을 만들어서 납득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어차피 도망갈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망치고 싶어도 마주보고 싶다.
당분간은... 또 하나 물어봐야 하는게 있다.
그리고 너희 엄마는? 일 해?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 겉모습이지만 그렇게 단정지어버리면 실례라고 생각한다.
그 녀석도 조금 곤란한 듯한 기색이 눈의 움직임으로 파악했다.
어머니는......뭐 신경 쓰지마. 마트나 편의점에 가 있을 거야.
「마트?」
선반 보기만 해도 즐겁다고 많이 말해
생각하는 바가 있고 그리고 그것을 숨기듯이, 그 녀석이 눈을 감는다.
......뭐랄까.
싸구려 엄마네요
다른 표현들은 모두 너무 뾰족해서 움츠러들면 시든 잎사귀처럼 미덥지 못한 목소리가 된다.

그 녀석은 뭐어...」라며 무미무취한 반응으로 대화를 끝내려고 한다. 그쪽도 친해지도록 노력하라고 조금 화가 났다.
아니......뭐 그래도 돌아오겠지
「아마도」
「그럼 함께인가」
뭐가?
「저녁밥의 양」
설마 나랑 엄마꺼만 만들면 되는건 아니겠지? 아니 좋겠지만, 내버려두는 것도......뭐, 나는 좋은 사람이니까.
밥만큼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먹고 싶을 거야.
만들때, 양같은거 말야......있잖아
너 만들 수 있어?
「뭐.. 어느정도」
그 녀석은 「호오」하고 사람을 빤히 쳐다보며 거리낌 없이 관찰해 온다. 네발로 기어오는데 눈빛이 험상궂다. 역시 근시인 것 같다.

그나저나 그런것보다... 보고 싶지도 않은데 미안... 거짓말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마음대로 초점이 거기에 맞춰져 버린다. 그치만 어쩔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움직이고 있다. 쟤가 앞으로 나가는 거 맞춰서 가슴팍이...
역시 크다.
게다가 셔츠가 느슨해서 쉽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
「뮛.. 앗 잠깐만 저기...
가슴, 이라고 지적하면 이상한 놈으로 생각될 것 같아서 웅얼거린다.
왜냐하면 방심하고  있자지만 그녀석 입장에서 보면... 문제 없을 것이고...
「대단하다고 생각해」
싹싹한 감상을 받았다. 그렇지만 감상 같은 건 비꼬는 듯이 말하는 거일수도 있다.
나 요리 같은 건 못하니까
「그래」
그러니까 뭐야, 어느 쪽에서 말을 꺼낼지 망설이는 사이에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 녀석도 다물어버렸다. 뭐 상관없지만
「......하아」
이 얘가 옆에 오면 내안의 무언가가 풍화되어 버릴 것 같아서 약간 오한이 느껴진다.
진정하자.
푹신푹신한 어머니에게도 기대할 수 없다면 요리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뿐인가.

여기가 편해지면 여러 가지 평가도 달라지겠지 하고 생각하며 일어선다.
두 가지 이야기를 했으니까 열심히 했구나, 하고 가슴을 펴고 방을 나섰다. 그렇게 했다.
밖으로 나가 한숨을 다시 쉬고 있는데 그 녀석도 교과서 한 손에 들고 나왔다.

뭘 하는지 보고 있자니, 거실에 주저앉아 다시 공부하기 시작한다.

......아아, 그거구나.도와줄 수는 없지만 일단은 하는 척이라도 하는건가.

뭐 상관없다. 어색하게 둘이서 싱크대 앞에 서는 것보다는 좋다고 생각한다.
생활비 같은 거 받고 있나......
내가 지불했어
혼잣말이 들렸는지 그녀석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뻗으며 돌아본다.
「너가?」
실례인건알지만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그 녀석은 반응도 하지 않고 말한다.
「평소의 어머니께는 기대할 수 없으니까
담백한 목소리로 정말 기대의 유례를 일절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전해진다.
희망도 없으니 실의조차 생기지 않는다. 그런 느낌이다 겉모습만 봐도 미덥지 않을 것 같긴 했다.
평소의......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면 무슨 일을 일으키는걸까.  비상식적으로 행동할 것 같은 분위기는 있지만.

커튼녀를 머릿속에서 굴리면서 냉장고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