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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 상대가 키스하고 있었다/1권

내 첫사랑 상대가 키스하고 있었다 1권 2장-1

하늘과 바다와 대지와

 

자신의 인생이 이 이상 나빠진 일은 없다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생각하고 있건 것은 어머니의 나쁜 부분을 닮아 버린것일까.

이불 위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턱을 짚고 있자 선풍기의 날개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좁은 방을 왕래하고 있다.

앞으로 엎드린 버릇없는 자세로 여름 한 걸음 앞에 찾아온 무더위에 질려 있던 그런 때였다.

밤도 깊어져서 어머니가 돌아온 소리가 선풍기의 날개 소리와 나 사이에 끼어들어왔다.

인사 정도는 하려고 제대로 앉았는데 발소리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의 발자국 소리가 세 배가 되어 들리고있었다.

겹치듯 늘어난 소리에 무심코 다시 정좌하며 경계하고 만다. 

게다가 그것이 전부 이쪽으로 다가고오 있어 발이 묶인 것처럼 일어나지 못한 채 그것과 대면할 수 밖에 없었다.

양손이 이불을 움켜진채 열린 문과 그 너머로 눈을 응시한다.
선두는 어머니, 그건 평소의 반복.
그렇지만 그 뒤에 모르는 여자가 한 사람, 아니 두 사람
푹신푹신한 여자와 작은 여자
「실례합니다~」
작은 여자의 마른 목소리 인사가 귀에 걸려 정신을 차린다.
누구야 이 녀석들
어머니와 함께 온 그 둘은 모르는 얼굴이었다.

어머니는 「다녀왔어~」라고 실없이 인사하고, 편승하듯 「안녕~」이라고 푹신푹신한 쪽 여자가 얼굴을 내비친다.

머리도 목소리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느슨하다. 몸의 선도 가늘어 다리를 보면 서 있기가 불안할 정도였다.
......그래서, 뭐야, 이 녀석들.

「아. 엄마의 친구들」
내 마음을 일단 헤아린 듯 어머니가 푹신푹신한 여자의 어깨를 껴안는다.

푹신푹신한 여자는 「아, 아직 친구구나」라고 케케케 하며 웃는다. 활력이 떨어지는지 웃음소리 음색이 뚜렷하지 않다.

듣고 있으면 이쪽 기분도 빼앗을 것 같은 기분 나쁜 웃음소리였다.
이쪽의 아이는 따님
작은 여자 쪽이 어머니를 향해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인다. 

어머니는 평소의 편안한 미소로 거기에 응했다. 

작은 여자는 곧바로 눈을 돌렸다.  붙임성이 나쁜듯 그 짧은 태도만으로 확실히 전해 온다.
딸.....에!? 딸이라고?  푹신푹신한 여자를 돌아본다. 아무리 봐도 있을것 같지 않은 외형이였다.
하얀 헝겊 같은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미덥지 못한 여자는 아직도 웃고 있었다.
「이런 느낌의 모녀야」
「아 그래......」

마음은 메말라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요컨데, 친구를 데려온 것 뿐인가?
......별일이네 
그런데 친구는 그렇다치고 왜 딸까지 데려온거야?
「오늘부터 당분간 함께 살거야」
「......응?」
지우개 가루가 들러붙는듯한 감각에 머리가 돌아가지않았다.
같이 산다고?
......하?
머리 옆에 툭툭 부딪히는 게 있어 뭔지는 아는데 그 감각이 없다.
뒹굴뒹굴 굴려서 지우개를 만들어가며 머리 속을 정리해간다.

겨우 형태가 되었을 무렵, 이미 나 이외의 시간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잘 부탁해」라고 푹신푹신한 여자가 어미니에게 어꺠를 감싸인 채로 퇴장한다.
「너 좀 너무 가볍지 않아?」
「그런가 난 좀 더 찌고 싶지만 체질인가봐」
「좋아 오늘부터 너는 푸아그라다」
유쾌한 어조의 어머니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휠씬 멀게 느껴진다.

평소에 요리같은거 하지 않잖아! 소리 없는 반론이 머리 속의 벽에 부딫친다. 

보이지 않는 천이 눈앞에 매달려 아른거리는 것처럼 진정되지않는다. 
「아니 아니아니」
너무나도 머릿속에 없는 전개가 갑자기 시작해서 현실을 직시 할 수 없다.

아니 직시하고 있다해도 의식이 천장의 구석에서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어서 느낄수 없는 것이다. 

선풍기의 날개 도는 소리만이 이상하게 크게 들리고 있다.
「실례」
짧은 한마디를 하고 들어온 건 키가 작고 젊은 여자아이 이쪽은 방문 앞에 남아 있었다.
나랑 동갑일까, 한두 살 아래일까.
방안을 둘러보듯 확인하고, 그것이 끝난 후 구석으로 이동하여 앉는다.
그 측두부를 눈으로 좇아도 저쪽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별로 크지도 않은 내가 몸집이 작다고 딱 느낄 정도에는 키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검은 머리는 끝이 변색돼 갈색을 띤다. 천연인지 느슨하게 웨이브가 있는 머리는 얇은 등을 덮을 정도로 길다.
무관심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관리 되어 있는 느낌이다..
눈매는 약간 나쁜편이다.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어서 기분이 언짢은지 아니면 단순한 근시인지 분명치 않다.

속눈썹의 길이 때문인지 아니면 눈썹 모양때문인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첫인상으론 이렇게 느낀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 어울리는 눈이였다.
그리고 어둑어둑한 그녀는 가라앉아 있으면서도 어딘가 반짝이며 깊은 바다에 잠기는 빛 같았다.
적은 짐에서 갈아입을 옷을 준비한 그 녀석이 이쪽으로 눈길 한번도 주지 않고 방을 나간다.

제멋대로 부는 강한 바람이 형체를 얻은 듯 내 주위에서 날뛰고 있다.

이게 꿈이라면 싫구나, 라고 생각했다. 꿈이라면 더 신나는 내용이길 원한다.하지만 현실에서도 싫다.

전부 싫다.
방에서 잔류하는 타인의 냄새가 마음의 양쪽 옆으로 손톱을 세워온다.
무릎에 손을 얹으면서 나는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뒤늦게 어머니에게 항의하겠다는 선택이 떠오른다.
갈까, 하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옆 거실에서 어머니의 큰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뭔가가 바보같이 보여 다시 앉는다.
에초에 저 엄마랑 싸워도 이길 수 없기도하고...
뭐지......어째서 이게 뭐야
지금은 화를 내는 것보다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턱을 괴고 엄지손가락으로 턱을 두드리면서 벽을 노려본다.

눈이 흐릿할 정도로 한 점을 계속 쳐다보는 사이 내려온 앞머리가 방해로 쓸어올렸다.

이마에는 더위 이외의 땀 같은 것이 배어 있고, 내친 김에 그것도 난폭하게 닦는다.
애초에 여기서 산다는 건 뭐야. 집은? 너희 집은? 공사 중이냐? 못 갈 사정이 있어? 원래 집이 없어? 집이 없다고?

그런 녀석들이 있나? 아니 있겠지만...

그 어머니의 친구라면 양키인가?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하늘하늘한 커튼 같은 여자고.친구 따위는 집에 데려온 건 아마 처음일 거야.

있었구나 친구. 그건 좋아, 좋은데 아이까지 따라온다는 건 어떻게 된 일이야.
하필이면 이 방에서 라고 들러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좁다.

원래라면 창고 정도로 밖에 사용하지 않는 공간에 이블을 깔고 어느정도 짐을 두면 공부할 책상조차 놔둘 자리가 없다.

세로로 드러누울수는 있지만 가로로 드러누울려면 다리를 굽히지 않고서는 누울수가 없다. 

거기에 인간이 늘어나는 것의 의미를 직시하고 싶지 않았다.

저쪽 거실에서 뒹굴면 좋을 텐데, 나이 같은 이유로 이곳에 있는거라면......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가라고 폭력과 고함에 호소하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다.
상황이 조금 실감이 나더라도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데 오면 침묵밖에 없다.
조금 지나자 그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이 내 방으로 돌아왔다.

무지 셔츠와 반바지로 갈아입고 머리에 목욕 타올도 쓰고 푹 쉬고 있다.

이불 위에 앉아 있는 나를 한 번 쳐다보고 한 번 걸음이 멈춘다.

그동안에도 부스스 머리를 닦고 있다. 그리고 아까와 같은 위치에 앉는다.
작은 발바닥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손가락까지 작아 무심코 좀 귀여움을 느낄 것 같다.

그 발바닥에서 조금씩 고개를 들면 시각에 세심한 자극이 늘어난다.
창백하기만 했던 피부가 뜨거운 물의 영향으로 살짝 물들자 인상이 조금 달라졌다.
눈매도 풀린 듯 부드러워지고 작은 등롱처럼 은은하게 물든 빰이 있어 얼굴의 장점이 선명하게 들어나 있었다.

특히 입술에서 더 돋보였다. 싱싱함을 얻고 음침하게 숨어 있던 어린아이가 표면으로 드러나 있다.

천연인지 손질하고 있는지 판별할 수 없지만, 얼굴의 각 부위가 「닦여졌다」라고 느낀다.

반짝반짝? 반들반들? 잘 모르겠지만, 얼굴 어디든 조용히 아름답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숨이 막혔다.
그만큼 집중해서 그 녀석을 바라보던 것에, 아니 아니 이제 그만, 머리를 흔든다.
「선풍기 앞 빌려도 돼?」
말을 걸자 나도 모르게 움찔 엉덩이가 뜬다.
그때 아무쪼록이라고 말했는지 애매하게 수긍했는지 나 자신의 일이면서 분명치 않다.

단지 나의 반응을 보고 그녀석은 선풍기 앞에 움크리고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다리미... 아니 헤어드라이기를 쓰면 좋을텐데. 만약 가지고 있지 않다면 내 것을 빌려주면 되는 그런 관계가 되었을텐데...

그럼 이러는 이 녀석은 뭐야?
바람에 흔들리는 그녀석의 머리와 계속 움직이는 목욕 타월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천천히 옆에서 보고 깨달았다.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체격에 비해 가슴은 큰 것 같다.
딱히 누구와 비교한 것은 아니다. 아니다...
그녀석이 머리를 적당히 말리고 뭘 하나 싶더니 우선 방 끝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가방에서 교과서를 꺼내 펼친다.

바닥에 바로 놓은 교과서를 등을 구부리고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흐름에서 공부?라고 당황한다. 고지식한 것인지, 분위기가 독특한건가, 아니면 진짜 바보인 걸까
뭔데 저쪽은 왜 이렇게 침착한거지?  익숙한건가?......익숙하다고?
교과서를 펴고 나서 5분 정도 지나자 그녀석은 하품을 하고는.「뭐 이정돈가...... 」라고 중얼거리며 교과서를 내던지고 동물처럼 모포에 싸인 채 그대로 바닥에 베개도 없이 마루 위에 누워 있는 것처럼 드러누웠다.

나는 체육시간에 앉아 있듯이 바라본다. 움직이지 않는다.
나도 그녀석도
방 밖에서의 말소리만이 혼잡한 잡음처럼 멀리서 귀에 들어온다.
정말로 여기서 자는거냐고... 단숨에 좁아진 방 천장을 올려다본다.
방구석에서 비스듬히 돌아누운  그 녀석은 뭐... 몸집이 작고 그나마 구원인건가?
그런 게 구원이라고 해야하나... 달리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없고 조명만 눈부셨다.

올려다보고 내려다보고 이제 완전히 잠들어 있을 것 같은 그 녀석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소등했다.
신경 써준 것이 아니라 나도 오늘 밤은 더 이상 깨어 있고 싶지 않았다.
뇌가 앞뒤로 계속 흔들리는 감각이 끊기지 않는다. 이명과 눈 흐림이 밤중에 더해져 간다.

이불 위로 쓰러지고 나서도 바다 위로 떠다니는 것 같았다. 자기 전부터 꿈 꾸는것 같다. 최악이지만
거센 바람도 비도 없지만 그래도 비구름이 계속 머리 위에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다.

인간은 예상 밖의 사태에 빠지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구나 라고 실감한다. 무기력함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그런데 잠이 너무 안 와서 바로 다시 눈이 떠졌다.
몇 번이나 그 녀석에게, 작은 침략자에게 눈이 간다.
그 녀석은 나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어떤 소리를 알아차리고 황급히 벌떡 일어났다.
이불을 내던지듯이 일어나자. 소리의 정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굳어져 있었다.
역시 있다. 하고 머리가 천천히 현실을 이해하고 숨을 내쉰다. 당연하지만 어제와 오늘은 연결돼 있었다.
시간 확인하고 평일로 인식하니 조금 혼란스럽다.
잡은 휴대전화를 손안에서 무의미하게 만지작거리며 상황 정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렇구나」
어제 알람을 설정하지 않고 자버린것이다. 평소의 기상시간보다 많이 늦어진 것도 이해가 간다.
그렇게 납득하고 있자니 큰일났다고 인식해버려 이불을 던져버리고 서둘러 준비를 한다.
세수도 못하고 머리도 다듬을 시간도 화장 시간도 없다. 당연히 아침 식사 준비 시간도 없다.
멈추지 않는 실을 두 손으로 잡으려고 하듯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났다.
이런 지독한 아침은 다른 것 하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다.
어쨌든 갈아입으면 최악이지만 등교는 할 수 있다 생각해 옷걸이에 건 교복을 꺼낸다.
「아」
그녀석이 짧게 목소리를 내길래 뭐야 하고 뒤돌아 봤다.
「아」
이번에는 내쪽에서 같은 반응을 해 버렸다.
같은 디자인의 교복을 들고 마주하니 역시 그 녀석의 표정도 조금 굳어진다.
같은 학교였구나
아, 응......그런 것 같네
학교에서 본적이 없는데...?.저쪽도 마찬가지인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태연하게 벗어버려서 흠칫 어깨가 상기되고 굳어버렸다. 

위를 벗고 다음은 아래를 벗는다. 그리고는 앞으로 숙이는 자세가 되었다. 

속옷 자체는 심플하지만 불륨감과 그 흔들림에 무심코 눈길이 간다.
우와~ 캬아~
가 아니고
아니, 아니, 상대 여자잖아.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침착해진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쁘다.
하복의 새하얀 세일러복으로 갈아입은 그 녀석은 아침 햇살의 역광을 받아 흰색이 돋보인다.

나비처럼 펼쳐지는 스카프, 소맷단에 라인은 없고 가슴에는 은색의 작은 문장.익숙한 우리 학교 교복 그대로였다.
「갈아입을거야?」
교복을 움켜쥔 채 멈춰 있는 나에게 그녀석의 싸늘한 목소리가 박힌다.
「갈아입긴할건데...」
그녀석은 내 대답을 듣고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무시한 채 가방을 가지고 나가 버렸다.

「......재미없네」
그녀석으로부터  느끼는 인상을 한마디로 정리해보면

대화하고 싶다든가, 그런건 이전의 문제였고, 단지, 재미없다고 솔직하게 느낀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긍정성을 찾으려 해도 무리라며 벽에 머리를 부딪쳐버린다.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그럴 여유가 없는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