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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특전소설

[아다치와시마무라] BD특전소설 1권 「Chito」- ①

 

그 이상한 생물과 만나고 나서부터, 몇 년이 지났을까.

정확하게 언제였는지를 떠올리려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날짜를 세지 않고 있었다.

이 녀석이 있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려서, 일상에서 변화를 느끼기 어려워졌고, 그저 시간만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만큼의 세월이 이미 지나가 버렸다.

「무슨 일 있나요?」

부드러운 뺨을 좌우로 잡아당긴 채로 그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어왔다.

목소리가 입을 통해서 나오는 듯한 억양이 없었다. 쭈욱 하고 끝없이 볼살이 늘어난다.

「아뇨 아뇨. 아무 일도 없답니다.」

「그~런가요」

볼살을 늘어뜨린 채로 그대로 납득해버렸다. 그리고서는 총총걸음으로 나의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본인도 앉은 다음에야 깨달은 듯 늘어난 볼살을 문지르며 원상태로 되돌리기 시작했다. 못 본 거로 해야겠다.

무릎을 세우고 팔꿈치를 대면서 느긋하게 풍경을 바라본다.

어둠을 손톱자국 모양으로 갈라놓은 불빛에 잘린 풍경만이 비친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건물을 식물이 지금도 자라나며 침식해가고 있다.

이 주변도 꽤 오래된 듯하다.

그 틈새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듯한 내 숨소리만이 들려온다.

호흡은 차분하고 가늘었다.

거울 같은 것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기 쉽고 피곤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걷다보니 해지는 것도 못 봤는데 완전 밤이 되어버렸다. 밤에는 졸리기 마련이다.

턱을 받치고 있던 것이 빠지고, 그대로 등이 굽어버렸다. 몸보다 의식이 빠르게 가라앉고 진흙에 파묻히듯이 깊이 빠져들어 간다. 생물은 어째서 잠에 드는 걸까? 잠자는 시간 동안에도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면 나는... 이라며 깜깜한 밤의 끝을 조용히 생각한다.

계속 걸어갔다면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었을까?

「그나저나 저녁 식사는 아직이려나요?」 뺨이 원래대로 돌아오더니 평소처럼 밥을 달라고 한다.

그러더니 이름을 부르며 날 찾는 바람에 적당히 기분 좋던 잠기운이 날아가 버렸다.

 

 

 

「치토씨」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재촉당해서 좌우를 살피고는 보따리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을 하나 손에 잡았다.

한나절 동안 여기저기 다니며 얻은 성과를 손에 쥐니 어깨 쪽에 무게감이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 이 주변에서 가져온 뭔지 잘 모를 과일이야」

「냠냠」

물론 농담이다. 빨간 열매가 먹어도 되는 것이라는 것은 알고서 주었다.

이 녀석은 그것을 껍질은커녕, 쓴맛밖에 안 나는 심지까지 씹어 삼켰다.

식재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따라 해보려 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그리고 가져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있어서 “안전한 건가?” 하고 손을 대 본 적도 있었는데

먹고 나서 몇 시간 후에 환각과 싸움을 벌인 적도 있었다.

온 세상에 무지갯빛이 펼쳐지고 밤이 하얗게 보일 정도의 환상을 본 이후로 이 녀석은 독이 있는지 판단해줄 역할에는 전혀 맞지 않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녀석이 먹은 열매는 수직으로 갈라져 평평했다.

치아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 걸까? 기분 좋은듯한 소리를 내며 심까지 배속에 집어넣고 나고서야 차분해지더니 피워놓은 불에 맞춰 좌우로 흔들거린다.

그럴 때마다 머리카락에서 불가사의한 입자가 나와 공중을 떠다닌다.

잡아보려 했지만, 손가락에 올라와 있는 그것은 인식해버리면 공기 중에 녹아버리듯 사라져 버린다.

지금도 불의 반대편에서 온기와 함께 빛이 전해진다.

「뭔가 또 이야기해줘」

해가 저물 때까지 움직였기 때문에, 오늘 밤은 움직일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럴 때는 이 녀석의 이야기라도 듣는 게 가장 진정된다.

「저번에 해준 이야기 뒷이야기는 없어?」

「그거 말인가요?」

그 녀석의 푸른색 눈동자가 이쪽을 바라본다. 듣다 보면 잠들겠지. 그 녀석은 얇은 무릎에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

「그 이야기는 말이죠.....」

만약 그것들이 실화라면 그것은 3700년도 더 된 작은 이야기이다.

 

 

 

「흔히 있을 법한 거긴 한데,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단 말이지」

「에, 음... 무슨 이야기야?」

「근처에 썬마트라는 가게가 있는데 어렸을 때, 바다에 사는 해마인 줄 알았어. 봉투에 분명히 태양 그림이 있었는데 말이지」

「...그랬구나」

「응」

터벅터벅 걷는다. 오늘은 뭘 사야 했더라~ 라면서 신호등을 바라보며 반복한다.

“딸기잼이 필요했던 것 같아” 라며 자기 마음을 입 밖으로 내고 나니 시선이 느껴졌다.

옆을 걷고 있는 아다치가 이야기의 다음 부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일단 말해 두었다.

「그게 전부야~」

끝~이라고 이야기를 그만두니 아다치가 「그렇구나」라고 미묘한 태도를 보이며 앞으로 걸어갔다.

「슈퍼에 가니까 슈퍼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음...그런 점이 있지 시마무라는」

「에? 무슨 말이야?」

「그런 부분 말하는 거야」

언제 어디서 그랬다는 걸까.

맨션에서 슈퍼까지의 거리는 때로는 적당한 산책로가 되지만, 때로는 힘이 빠지는 나른한 길이 된다.

오늘은 쉬는 날이기도 해서 좋은 길이다.

아다치와 나란히 쾌청한 날씨를 느긋하게 걸어 다닌다.

5월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온도는 벌써 초여름 정도였다.

위를 바라보며 걸으면 땀이 줄줄 흐를 것 같았다.

슈퍼에 들어가서 시원한 공기에 닿자 안심이 드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입구에 놓인 바구니를 집으려 하자 아다치가 먼저 빨간색의 그것을 손에 잡았다.

「어머~ 우리 아다치쨩은 눈치가 빠르구나~」 라며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칭찬하자 아다치는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어라? 하고 기다리고 있었더니.

「시마무라네 어머니 같이 보였어.」

「으엑-」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싫은 건 아니지만 그대로 인정하자니 저항감이 들었다.

「오호호호, 아다치씨도 정말~」 이라고 말하며 어깨를 가볍게 밀었다.

아다치는 미안할 정도로 웃었지만, 솔직히 살짝 흔들렸다.

「이런 사람은 직장에 없는 거야?」

「오호호호하면서 웃는 사람은 없...다기보다는 그런 사람이 어디 있긴 해?」

「글쎄?」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아가씨인 히노조차도 그런 말투와는 거리가 멀다.

아다치와 나는 근무처가 다르다.

함께였다면 일을 하지 못했을 거라는 것이 아다치의 의견이다.

아다치가 학생이었을 때는 뭔가를 해도 같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었기 때문에, 성장했다고 해야 하나 점잖아졌다고 해야 하나... 자식을 독립시킨 어미새의 기분이 들었다. 라는 건 농담이라고 치더라도 마음의 안식처를 찾은 듯했다.

세월이 흘러가며, 나의 마음은 확실하게 전해진 듯하다.

그것은 아다치 뿐만 아니라, 나도 마음을 잘 전달하는 방법을 알게 된 성과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싶다.

바구니를 아다치에게 맡기고 이쪽저쪽 식품 진열대 앞을 돌았다.

흥흥흥~하며 채소나 과일을 검지가 가리킨다.

밥 먹기 전이기도 하지만 조리하지도 않은 식재료의 맛을 상상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 컬러풀한 음표 같은 것이 떠오른다.

「시마무라는 슈퍼에 오면 즐거워 보여」

「그래?」

그렇게 듣고 나서, 슈퍼에 들어오고부터 지금까지를 되짚어봤다. ....그러네, 기분이 좋은가보다.

「그거 있잖아. 과일이 잔뜩 있는 코너 같은데 둘러보면 재밌지 않아?」

「음... 그러네...」

재미있지 않은가보다. 뭐 나는 나, 아다치는 아다치니까.

되돌아가서, 잔뜩 쌓여있는 바나나와 질서정연하게 상자에 들어가 있는 체리를 바라본다.

다양한 색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들뜬다.

진열된 파인애플 앞을 지나가면, 가슴에 스며드는 상쾌한 향기가 나는 것들도 느껴지지만, 그런 건 나뿐인 것 같다.

옆에서 걸으며 아다치에게 보이는 풍경은 완전 다른가 보다.

먹는 것에 관심이 적은 아다치에게는 이 음식들에 둘러싸인 길이 어떻게 보일까?

물어보더라도 표현이 서투른 아다치는 분명 「에... 채소 같은 게 가득 진열되어 있네...」 라고 말하겠지.

정말 완벽하게 아다치 그 자체였다.

아다치가 지긋이 진열대를 노려다 보며 걸어간다. 뭔가를 찾은 것처럼.

「무리하지 않아도 돼」

응.. 이라고 말하면서도 아다치는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시마무라가 즐기고 있는데 나는 즐기지 못한다는 게 뭐랄까...쓸쓸하니까」

「.....................」

아다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 스타일은 고등학생 때보다 살짝 기른 채로 유지하고 있었다.

「으...왜?」

「그냥 뭐랄까 귀여운 말을 했으니까?」

머리를 계속 쓰다듬자, 아다치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입술을 내밀었다.

기본적으로 애 취급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아다치쨩이었다.

여동생에게 했을 때도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곤 했어서 그런지 좀 그리운 느낌이 든다.

이대로 계속하자 아다치가 내 손을 잡아서, 뭘 하려나 하는 생각을 하던 그때.

「ㅇ...와앙」

「앗!」

손끝을 물렸다. 가운뎃손가락이 아다치의 입안에 들어갔다. 아다치는 깨문 채로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굳어있었다.

아다치의 앞니가 조금씩 내 피부에 스며들었다.

기다려 본다. 아다치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다음에는 어떻게 할지 딱히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물고 있어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것인지, 아다치의 얼굴이 점점 빨갛게 되어갔다.

뒤쪽의 매대에 놓여있는 무와 비교해보면 그 과정이 아주 잘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었다.

눈앞이 빙빙 돌기 시작해서 곤란한 듯해 보이니, 손가락을 빼주려고 하니 재빠르게 손목을 잡혔다.

아다치의 혼란 상태는 더 심해졌다. 나도 등에 땀이 맺힐 것만 같았다.

어쩌자는 걸까.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장보기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태양이 구름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구름이 움직이자 점점 거리에 빛이 사라져간다.

문을 닫는 것처럼 얇아지던 빛이 사라졌다.

그러한 풍경을 멀뚱멀뚱 서서 바라보고 있자니 아다치가 나의 비어있는 손을 잡았다.

「어라?」

손을 잡는 것도 꽤 능숙해졌다. 이전에는 어디다 들이박을 것 같은 기세로 그러더니, 이제는 비행기가 착륙하는 듯한 느낌으로 해낸다. 참고로 말하자면 아직 이륙은 못 한다.

「짐이 많아 보여서 힘들어 보이니까 안 하려고 했는데」

아다치가 꽤나 고개를 숙인 채로 설명한다. 무엇에 대한 설명인지 생각해보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다치답다.

「그러네」 라고 장바구니를 살짝 흔들었다.

맞잡은 손을 크게 흔들었더니 아다치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같이 흔들어주었다.

이렇게 평소에 하지 않던 것들도 같이 해주려는 부분은 여전히 서투르다.

아다치에게 물렸던 손가락에 이빨의 느낌이 남아있는 걸 느끼다가 눈이 마주치고 미소지었다.

아다치의 손끝이 살짝 뾰로통해지며 열이 느껴진다.

「덥지 않아?」

「더워..」

그렇게 대답하는 아다치가 귀까지 빨개지는 것을 바라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