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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특전소설

[아다치와시마무라] BD특전소설 3권 「ムラ」- ⑥

「아, 이런 곳에 있었구나」

아까도 말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반짝이는 것이 보이니까」

「아 그건 이거야」

이거라고 야시로의 머리카락을 가리킨다. 묶어서 날개 같은 모양으로 펼쳐진 부분에 손가락을 넣고 흔들면 「갸악」 이라는 밋밋한 비명을 지른다. 거기에 반짝임의 정체... 입자가 흩뿌려진다.

지금 와서 새삼스럽지만 이건 도대체 뭘까.

그녀의 너덜너덜한 신발이 지면과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난다. 그렇게 야시로를 둘러싸고 나와 같은 자세로 수그렸다.

그녀는 야시로가 신기한 듯 머리카락을 잡거나 뺨을 잡거나 한다.

「호호호 무슨 일이신가요?」

붙잡힌 본인은 신경 쓰지도 않고 웃고만 있다.

「먼 곳에 가면 너 같은 게 많이 있어?」

「저 같은 거라면 어디에든 있답니다.」

없어없어 라며 손을 좌우로 흔든다. 기록에 남겨져 있는 걸 살펴본 정도지만 이런 머리를 한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하늘 위에서 떨어진 인간도 이 행성에는 없다.

「헤에, 만나보고 싶다」

그녀는 곧대로 믿어버린걸까. 그런 바람을 말했다.

「이런 세상이 아니었다면 찾으러 갈 텐데」

「어쩌면 지금부터 갈지도 모른답니다」

「에, 무리무리」

「뒤틀린 것이 예쁜 모양으로 돌아와서 세상은 앞으로 안정될 수도 모르죠」

야시로가 하는 말에 온 지 얼마 안된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살짝 생각했다. 전에 했던 이야기에서 말한 원을 떠올린다.

일부분이 빠진 원이 앞으로 이 세계에서 우리가 만났으니 예쁜 원이 되었다는 것일까?

나와 그녀 너무 스케일이 큰 거 아닐까?

세계를 구할 만큼의 만남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라며 의심스러워 했다.

뭐 야시로는 항상 어떤 것이든 이상했지만

그녀는 늘어나는 뺨이 마음에 들었는지 야시로의 얼굴로 놀고 있다. 엄청 즐거워 보인다.

야시로도 마찬가지다.

서로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속마음을 알게 된 것처럼.

그러더니 쭈욱 뺨이 늘어난채로 야시로가 일어났다.

「뺨」

「어이쿠」

지적하니 바로 주물주물거리며 원상태로 돌려놓았다. 그러고는 우리를 올려다보며.

「즐거웠답니다」

작별인사를 대신하는 것처럼 야시로가 나에게 말한다.

「...응」

지금까지 이 녀석과 나아지지 않을거라 느꼈던 매일.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라고 아까 생각했는데 뭐야.

이런 거였구나.

「나도 즐거웠어」

악수를 나눈다. 손을 잡는다기보다는 감싸는 느낌이 들 만큼 작은 손을 잡고.

「그럼 잘 있어요」

피융- 하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달려 가버렸다.

「어이 뛰면 위험하다고」

그녀가 약간 독특한 느낌으로 걱정해준다.

괜-찮-아-요 라고 폭포 저편에서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이상한 녀석이라며 웃고 있으니 폭포소리가 커졌다.

대화를 마친 의식이 점점 주위로 퍼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귀 옆을 흘러내리는 듯 물소리가 함께 한다.

그리고 남은 것은 나와 그녀뿐.

만약 야시로가 없어진다고 했을 때, 이 세상에 둘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외롭겠다」

말을 듣고, 이마와 코에 묻은 물을 닦아냈다.

「뭐 나름 지금까지 계속 함께였으니까...」

갑자기 없어지니 내 몸의 일부가 어디론가 가버린 것 같았다.

아픔은 없지만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니 문득 위를 올려다보고 말았다.

외롭고 쓸쓸함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크게 숨을 내뱉으니 폭포에 잠긴듯한 몸이 깊이 녹아들 것 같았다.

「뭔가 돌아왔는데」

「어라?」

자세히 살펴보니 진짜 뭔가 빙 돌아서 달려오는 작은 그림자가 있다. 뭐지 하고 기다려보니.

「딱 좋은 시간대라서 점심을 먹고 난 다음에 가기로 했어요」

「여러모로 엉망진창이네 이 녀석」

별똥별이 떨어지지를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들러붙기로 했다는 듯하다.

「자, 드세요」

어디서 가져왔는지 빨간 열매를 나와 그녀에게 건네고 있었다.

「어머 고마워」 라며 받아든 그녀가 먹으려고 하는 것을 보며 야시로는 만족스럽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도 우물우물 먹는다.

「뫄이쪙」

그렇게 심까지 남김없이 먹는 것을 보며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되었다.

다 먹은 야시로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그럼 다시 안녕이랍니다」

「아, 그래」

그녀가 작은 손을 흔든다. 야시로는 그것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달려갔다.

「여운 따위 없는 녀석」

조금 기다려 봤지만 역시나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수상쩍어서 몇 분 기다렸다.

「...안 오는군」

자유분방한 녀석이다. 그녀를 힐끗 보니 남은 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까득」

「앗」

그녀가 심지를 깨물고 있다. 그리고 턱을 몇 번 움직인 뒤 보여준 것은 아파 보이는 자국이었다.

「역시 이건 못 먹곘어요」

「저런 건 따라 하면 안 돼」

「맛있게 먹길래 혹시 심까지 맛있는 종류일까해서..」

아쉽다 라고 그녀가 어정쩡하게 파인 심지를 안타까운 듯 포기했다.

혹시 어쩌면 상당히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아까 그 애 이제 안 돌아오는거야?」

「응 아마도」

이것도 아쉽다며 그녀가 웃는다. 그러더니 무릎에 올려둔 손가락이 곧장 앞쪽을 가리켰다.

손가락은 암벽에서 튕겨 나오고 있는 물방울을 향하고 있었다.

「여기 나도 가끔 와」

「지금까지 이러쿵저러쿵해서...」

「응 내가 설치 한거야. 중간에 그만뒀지만」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늘어서라며 그녀가 목을 긁적였다.

「시원하지?」

「추운 것 같은데」

온도의 문제도 있지만 그 밖에도 이미지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곳은 햇빛이 잘 닿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 석양에서 벗어나 어둡고 동떨어진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 같았다.

바위에 짓눌린 어둠을 살짝 밟고 있는 듯한 상황이 시각적으로도 온도차가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어딜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경치를 수도 없이, 몇 년이나 지나왔으니 신선했다.

살짝 뒤집어보면 이런 세상에도 아직 모르는 경치가 숨어 있구나 싶었다.

그렇게 조용히 폭포를 마주한다. 끊기지 않는 폭포소리는 생물의 울음소리 같았다.

「...........................................」

살짝 거짓말이 들어갔다.

야시로가 거창하게 말을 해서 그런지, 무심코 그녀의 옆모습을 힐끗힐끗 보게 된다.

그녀는 진짜 앞에서 날아오는 물보라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고, 시선이 움직이지 않는다.

살짝 졸려 보이기까지 했다. 눈을 마주치지 않아서 어색해지지 않는 반면, 어딘가 외로움도 느껴졌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이렇게 보니 그녀는...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말을 떠올리려고 머리와 눈을 굴려봤지만 표현할 수가 없다.

간단하게 밖에 나타내지를 못하겠다. 이걸로 괜찮은 걸까 망설이다 결국.

이쁘네라고 느긋하게 생각했다.

혹시 실수라도 누구한테 말하게 될 것 같아서.

하지만 정말 그런 가치가 있는 것 앞에 서게되면, 누구든 이해할 수 있다.

흔해 빠진 말로 서로 전하는 것 밖에는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가 물에 떠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폭포 웅덩이에서 양팔을 벌리고 만족스럽게 떠 있는 그녀를 생각한다.

물에 녹아 들은 것처럼 흔들리는 그 긴 머리가 시선을 어지럽힌다.

실제로 본 것도 아니지만 어째선지 매우 마음이 흔들린다.

상상만으로 이 정도면 진짜 보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고동이 무언가를 바라는 듯 강해지고 있다.

「폭포 바닥 쪽에는 가본 적 있어?」

희망사항은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되어있었다.

「없어」

그녀의 대답이 짧다. 나의 대답은 빨랐다.

「가보지 않을래?」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제안하니 먼저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더니 곤란한 듯 웃는다.

「죽을걸?」

「안 죽도록 갈거야. 에 그러니까 둘이서 힘내서」

말이 똑바로 안 나와서 어설픈 제안밖에 못했다.

그녀는 내가 제시한 목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까?

하지만 나는 지금 처음으로 심장이 살아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살아간다는 의미를 몸이 납득하고 있었다.

그것에 따라 행동하고 싶었다.

땅 위에서 내려다본 구멍의 밑바닥은 마치 우주를 향하는 듯 어두웠고 멀었다.

하지만 걸어서 우주로 간다고 한다면 매우 이득이다.

훗 하고 힘이 빠진 듯 그녀가 웃는다.

사실은 그녀도 살짝 긴장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나쁘지 않을지도」

「응 괜찮을거라고 생각해」

이제 끝이 보이지 않는 먼 길을 가야 할 필요는 없다.

가까이에 보고 싶은 것이 생겼으니까.

그러니까 좀 더 살아가고 싶다고 바란다. 그녀와 함께.

앞으로의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하며 나아가려고 한다.

앞에서도 뒤에서도 밑에서도 언덕에서도 하늘에서라도 좋으니 멈춰서는 일 없이, 조금씩 걸어가며.

그녀가 뻗은 손에 천천히 손가락을 겹친다.

내 손이 아니라는 그리움에 눈시울이 살짝 떨렸다.

 

-아다치와시마무라 BD특전소설 3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