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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특전소설

[아다치와시마무라] BD특전소설 4권 「Abiding Diverge Alien」- ②

「안녕하세요-옷」

뚜벅뚜벅하고 항상 들려오던 발소리가 현관 너머에서 들려온다. 문이 열리는 소리는 없었다.

어디서 들어왔는지도 그 생김새에 비교하면 별거 아니게 된다.

「어서 와」

곁에 남아있는 것은 처음 만난 그 날부터 하나도 변하지 않은 우주인뿐이었다.

오늘은 병아리 같은 색을 한 잠옷을 입고 있다. 그리고 병아리임에도 불구하고 후드에는 닭벼슬이 붙어있었다.

「오늘도 건강해 보이시네요.」

「정말 그런 걸까?」

셀프 디스를 하고 있자니 야시로의 짧은 팔다리가 사람의 어깨를 잡고 기어 올라오려 하고 있다.

「멋대로 올라오지 마.」

멋대로 사람 머리 위로 기어 올라가려는 야시로를 떨어뜨린다. 야시로는 시트 위를 데굴데굴구르다가 벽쪽에서 멈췄다.

그대로 누워있더니, 꾸벅꾸벅 졸며 눈이 감기려 하고 있었다.

「핫, 잠들 뻔 했네요」

「얼마나 단순하게 만들어진 녀석인거야」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딱히 자도 상관없긴 한데 어차피 서로 할 일도 없고」

「저는 꽤나 바쁘답니다」

「그래, 그래.」

야시로가 머리쪽에서 굴러와서 내 무릎 위에 안착한다.

살짝 차갑고 기온과는 살짝 차이가 있다.

병아리 후드를 벗기고 하늘색 머리카락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자니 한층 더 공기가 차가워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여동생이랑 비슷한 정도의 차이로 보였는데, 조금 지나고 나니 딸처럼 보이고 지금은 손녀를 보는 듯 마음이 놓인다.

전혀 변하지 않은 야시로를 기점으로, 내 거리만이 변화할 뿐이었다.

야시로는 흔들흔들거리며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흔들 때마다 머리카락에서 빛의 입자가 날아오른다.

「시마무라씨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야시로가 누군가를 따라 하듯 근황이야기를 물었다.

「요즘이고 뭐고 거의 매일 만나잖아」

밥도 먹고, 간식도 먹지만 자고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 야시로의 알기 힘든 선 긋기가 싫지는 않았다.

「딱히 아무 일도 없어 이 할미는」

「그러시군요?」

「그게말이지 말할 거리가 진짜 없어... 요즘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데다, 앞으로도, 아무 것도 없으니까.

「그럼 멍~하니 있기로 하죠.」

「그렇네」

노골적인 결론에 그저 멍하니 있었다.

뇌의 주름이 펴질 것 같이 멍해져 있다가 문득 떠올린다.

「아 그래 선물 받은 과자가 있었지」

「오호~」

뻗은 다리에 힘이 돌아오더니 힘차게 버둥거린다.

「냉장고에 넣어뒀어...」

말하는 도중에 야시로가 일어나서 쏜살같이 작은 냉장고쪽으로 날아갔다. 열기도 전에 이마를 박으면서도 과자상자를 찾아내어 기쁨에 가득 차 돌아왔다.

이웃에 사는 할머니한테서 받은 유명한 집의 과자라는 듯하다. 확실히 가게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너 이럴 때만 먼저 움직이는구나」

「호호호」

못 기다리겠다는 듯 적갈색의 상자를 연다. 내용물은 보리과자로 끝부분에 한입 크기만큼 네모난 모양으로 잘려있다.

어제 받고서 한번 먹어봤지만 한 입 먹었더니 입안의 수분이 전부 빨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모래가 굳은 듯한 색깔과 생김새, 가운데에는 팥이 보인다.

야시로는 그것을 「야-호」 하며 사양 없이 입으로 옮겼고 아무런 문제 없이 씹어 삼켰다.

나는 차가 없으면 그대로 목에 걸릴 것 같은데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뫄있네요」

「마음껏 먹으렴」

하나 먹으면 충분한 달콤함이었다. 건네주었더니 야시로는 눈을 번뜩이며 상자를 자기쪽으로 당겼다.

「후후후 이제 안 돌려줄거랍니다」

작은 동물이 자기 굴에 먹이를 옮겨서 지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훌륭한 달콤함이 뭐라 말할 수 없네요」

이어서 2개째 냠냠쩝쩝 먹었다.

그렇게 과자를 먹고 있는 야시로를 보고 있자니 마치 시간이 흐르지 않은 듯한 착각에 빠질 것 같았다.

그럴 때면 곧장 내 손등을 확인한다.

그곳에는 확실하게 새겨진 주름이 있고 꿈에서 깨어난 듯 개운하면서 살짝 서운한 기분과 맞닥드린다.

「너랑 만나고 벌써 70년 가까이 지났다니 신기한 기분이야」

입 주변에 가루범벅이 되어있는 것을 가끔 닦아준다.

「송구하옵니다」라며 딱히 감사해 보이지 않는 야시로를 두고 냉장고에서 보리차를 꺼내온다. 한입 마시고 야시로에게 건네주었다. 「후룩후룩」 하고 마셨다. 마셨다?

이불로 돌아가지 않고 바닥에 앉았다. 앉으면서 숨을 내뱉으며 눈을 감는다.

느껴지는 것은 야시로의 기척과 나의 숨소리. 그 밖에는 전혀 희미하게 느껴지는 것 조차도 없었다.

아다치와 사별하고 5년 정도 살아오며 깨달은 것은 이 세상에는 유령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었다.

아다치가 유령이었다면 분명 내 곁에 있었을 것이고 나도 어지간하면 한번 쯤은 느끼지 않았을까.

사실 유령이 있을 곳은 사람 머릿속이다.

추억이라는 이름의 영혼이 내 안의 아다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망상이나 환각이라고 불리는 그것이 내 마음을 적당히 따뜻하게 해준다.

할 일도 없어져서 TV를 키니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목표를 가지는 것이랄까요』

「흠」

목소리가 또렷한 사람이었다. 그리고는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질문을 듣자.

『무지개가 보고 싶다』

할머니는 듣는 이를 당황스럽게 할 대답을 내놓았다.

「무지개라」

커튼의 끝자락을 손으로 걷으며 날씨를 확인한다.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맑은 하늘과 구름사이에 무지개는 없었다. 생각해보면 여기서 보았던 경치에 그것을 본 기억은 한번도 없었다.

그렇구만. 무지개는 간단히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시마무라씨 아침밥은 안 드시나요?」

「응? 아- 먹을거야」

「기대되네요」

과자를 와구와구 먹으며 기대하고 있다. 빵빵해진 볼에 뻔뻔함이 아닌 다른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야시로의 무서운 부분일지도 모른다.

냉장고 안에 있던 것을 적당히 조리해서 아침밥으로 떼웠다.

 

『한가하구만』

『그럼 아다치가 만들어줘』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아다치는 유령을 흉내내듯 양손을 흔들었다.

웃었다.

 

「그러고보니 가져온 것이 있답니다」

「응?」

다 먹은 야시로가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런 야시로를 힐끔힐끔 바라본다.

매번 보았던 옷차림새 그대로였다.

「어딨는데?」

「잠시 기다리세요」

슝하고 밖으로 나갔다. 2초도 안 걸려서 정말 뭔가를 가지고 돌아왔다.

밖에 두고 온 것도 아닐 텐데 어떤 방법으로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는 이번에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시마무라씨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먹을 것은 아니랍니다」

「먹을 거였으면 네가 가지고 오는 도중에 먹어버렸을 것 같은데」

「실례네요」

절반 정도는 가져올거랍니다. 라며 당당해했다.

건네받은 것이 무엇인지는 바로 알았다. 딸려있는 컨트롤러를 만지작거리며 누르고서는 고개를 기울였다.

「이거 참 그리운 게임기네」

「미니씨와 자주 했었답니다」

「흠」

그럼 이거 여동생꺼인가? 죽었을 때 유품은 내가 정리했는데 게임기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어째서 이런 걸 새삼스럽게 가져오는가 하고 생각하려다가 어리석은 생각이군이라며 스스로를 비웃었다.

게임기로 노는 것 말고 어떤 것이 있겠는가?

내가 너무 심심해 보여서 신경 써준 것 일수도 있다.

「미니씨한테 받았습니다만. 시마무라씨에게 드릴게요」

「괜찮겠어?」

「미니씨한테서는 따로 많이 받았거든요」

「흐음... 작동 하는 건가 이거?」

글쎄요? 라며 야시로가 고개를 돌렸다. 애초에 요즘 TV에는 연결도 못 할 텐데.

「논다고 해도 여러 가지 준비해야 할 필요가...」

귀찮을지도 모르겠다고 처음에 생각했다. 그러고서는 할 일이 없는 이유를 깨닫는다.

무엇이든 귀찮다고 생각해버린다면 없어지는 게 당연했다.

「...그러면 내일 쯤 준비해볼까나」

마을을 돌며 전문점에 물어본다면 길이 열리겠지.

「같이 갈게요」

「과자를 살 예정은 없단다」

구에엑이라고 하며 야시로가 찡그리는 것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러고 야시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을 맛있게 먹고 돌아갔다.

이제 여동생의 집도 친가도 없는데 어디로 간 걸까?

여담으로 목욕은 도망치려 하길래 잡아서 억지로 넣었다.

『미니씨랑 같은 행동을 하시는군요』

「뭐 여동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