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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특전소설

[아다치와시마무라] BD특전소설 4권 「Abiding Diverge Alien」- ③

밤이 오고 이불에 들어가 눈을 감으면 자연스럽게 아다치가 보인다.

 

『그런 연유로 내일은 TV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이미 TV 있는데』

아다치가 작은 TV를 가리킨다.

『그걸로는 안되는 것도 있어』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노는구나...』

아다치가 지긋이 몰아세우듯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우면서도 곤란함을 나타낸다.

『아다치도 같이 놀래?』

『나는 괜찮아』

다른 쪽을 바라보며 삐진 아다치가 작게 속삭였다.

『또 놀 수 있으면 좋겠다』

『응』

동의했더니 약간 기분이 풀린 건지 이쪽을 바라보았다.

『옛날 TV가 필요 한거구나』

『응. 발전하는 것만이 해답이 아니라는 걸지도』

아다치는 살짝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나는 그런 아다치를 기다리며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네 라고 생각했다.

그런 아다치가 TV를 가리키던 손가락을 되돌려 살포시 자기를 가리켰다.

『나처럼?』

『그래』

아다치는 아주 살짝 웃었다.

아다치에게 보고를 마치고 다시금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내일의 예정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빠르게 잠에 들려고 했다.

내가 자는데 이런 과정이 필요했다니 라며 이상한 부분에서 나이를 먹었음을 통감한다.

지구 밖 생명체는 존재한다던가 교류할 방법을 찾는다던가 세계 곳곳에서 떠들썩하지만 이미 내 옆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우주인이 걸어 다니고 있어서 사실 별일 아니지 않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후후후 사실은 우주인이 아니라 피-플 이랍니다」

「아무렇지 않게 마음속을 읽지마」

오늘의 생김새는 처음엔 뭔가 딱 알아볼 수가 없었다.

머리에 뿔이 있어서 사슴인가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순록이라는 듯하다.

계절에 맞지 않게 순록이 썰매를 두고 마을을 걸어 다니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있던 일 때문에 문뜩 생각난게 있어서 이야기하는데」

「네?」

「아침에는 안녕하세요보다는 좋은 아침입니다 라고 하지 않아?」

어제도 그랬고 오늘 아침도 그렇게 들어왔길래 새삼스럽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미니씨가 안녕하세요가 좋다고 말했거든요」

그래서 아침에도 안녕하세요라며 손을 든다.

「헤에 왜 그랬을까」

「글쎄요-」

이유까지는 듣지 못한 듯, 야시로가 크게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도 조금 생각해 보았지만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내 여동생이지만 특이한 감성이다.

「신기하구만」

「그러게요」

그런 녀석이었기에 야시로를 오랫동안 귀여워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함께 마을을 걷는 것도 오랜만이다. 멀리 나가는 것도, 그저 햇빛을 쬐는 것도. 오늘은 구름이 얇게 퍼져있어서 태양을 흐릿하게 하고 있다. 천조각으로 가려놓은 듯한 햇빛과 그 모양이 애매했다. 너무 햇빛이 강한 것 보다는 걷기 편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걸으니 어깨나 허리에 무거운 것이 올려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이거 우주에는 못 가겠구만」

죽기 전에 한 번 정도 무중력을 체험해보고 싶었지만. 역시 멀다.

맘 편하게 날아다니는 시대와는 시기가 맞지 않았나 보다.

「가실래요? 우주?」

야시로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순수한 눈빛과 함께 물어보았다.

응 이라고 말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우주에 날려질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어쩌지 라며 생각한다. 더 가벼워져 볼까.

 

『아다치는 우주까지 따라올 수 있을까?』

『시마무라가 거기에 있는다면 어디든지』

『듬직하구만』

 

이 세상에 유령은 없다. 라고 한다면 죽은 아다치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사라져서 어떻게 해도 만날 수 없고, 정말로 없어서... 뭘 말하는지도 모르게 되었지만, 다음번이라는건 없었다.

역시 더 이상 마음속에라는 불명확한 곳에서 밖에 없는 걸까?

「오늘은 할 일이 있으니까 괜찮아」

「그러시군요」

야시로는 어찌 됐든 상관없다는 듯이 언제나 그랬듯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돌아보기 전에 그럴듯한 전문점에 들어가서 물어보았다.

비교적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동안 반쯤 이해 안 가기도 했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어댑터만 사서 연결하면 지금 TV로도 놀 수 있다는 것이었다.

「편리한 세상이네요」

그렇게 TV를 살 필요는 없어 보였다.

 

『TV는 지금 있는 걸로 괜찮대』

『그다지 둘 곳도 없었으니 다행이네』

『그러게』

 

맨션에서 가구 배치를 서로 머리를 싸매며 정했던 것을 떠올린다.

행복하고 소꿉놀이를 하는 듯한 그런 추억이었다.

이러쿵 저러쿵해서 마을 산책을 나온 겸 얻어두었다.

마을을 빙빙 도는 듯한데 모험도 없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간단하게 끝낼 정도가 딱 좋다.

「와-」

캬라멜콘을 사서 한 손에 잡은 기분 좋은 녀석이 달라붙었다.

곧바로 남의 이불에 벌러덩 누워버리는 그 녀석을 두고 게임기를 TV에 접속시켰다.

게임기 본체가 작동하는지 테스트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안되면 다시 물어보러 가야

하기 때문에, 두 번 수고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부팅이 끝나갈 때 쯤에 깨달았다.

보존상태가 좋아서였을까, 겉 부분에 변색 된 부분도 보이지 않는다.

손에 느껴지는 감촉도 낡은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낡은 것이 뭘까 라고 표현한 뒤에 생각해본다. 먼지나 더러운 것이 쌓여 얇은 막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낡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 주름투성이인 손등을 잡아보고 좋아 아직 젊어 라고 무리수를 두었다.

「리모콘... 여기있다. 어디 나오려나」

정성스럽게 배운 대로 연결하고 채널을 바꾼다. 화면은 한순간 어둠에 휩싸이더니 컬러풀한 것을 그려냈다.

「오오-」

야시로가 버둥거렸다.

「움직이네 장하다 장해」

나와 동년배인 게임기를 쓰다듬는다. 한순간 어린 여동생이 뿌듯해하는 얼굴을 환각으로 보았다.

여동생도 시간과 사람에 쫓기면서 제법 바쁜 인생을 살았지만 의외로 놀 시간은 있었던 걸까?

무릎 위에 앉은 야시로를 쿠션처럼 껴안으며 컨트롤러를 조작한다.

「오 뭔가 여러 가지 들어있다」

여동생이 다운로드해놓은 것들이 나열되어있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플레이한 것은 드래곤을 퇴치하는 느낌의 그런 게임이다. 해본 적은 거의 없다. 애초에 게임은 여동생이나 친구랑 가끔 하는 정도였고 혼자서는 일단 건드리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심심하다 싶으면 잠만 잤었다.

액션게임에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차분히 놀 수 있는 것이 딱 좋을 것 같았다. 라는 이유로 드래곤의 목을 따러 가기로 했다. 게임을 키고 버튼을 타닥타닥 누르니 오프닝을 넘겨버리고 말았다. 상관없겠거니하고 그냥 진행했다.

이어서 시작하기를 고르니 첫 번째 세이브 데이터에는 여동생의 이름이 히라가나로 쓰여져있었다.

본명으로 플레이하다니 제법이구나 여동생아.

레벨은 꽤 높았지만 클리어 한걸까? 살짝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만뒀다.

「관두자 이건 여동생꺼니까」

멋대로 건드리면 화낼테니까.

죽은 사람을 무서워하다니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령은 무섭지 라며 웃으며 납득했다.

새롭게 세이브데이터를 만들어서 시작한다. 이름은 성과 이름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시마무라로 하기로했다.

「용사 시마무라씨인가요?」

「용사입니다」

이름으로 부르는 건 가족들 정도라서 지금에 와서는 익숙하지가 않다.

회사에서도 호게츠씨라고 불리지 않았었지 당연한건가.

「용사란 세상의 혼란을 잠재우고 평화롭게 하는 자 라고 미니씨한테서 들었어요」

「에 그런거야?」

그런 복잡한 일을 한다는 것은 몰랐다.

「그러니까 시마무라씨가 용사라는 것도 그렇게 틀리지는 않네요」

「정말이야? 나 대단한데~」

살짝 묘하게 띄워졌다 라고 조금 생각하고는 흠흠.

「간식 더 없어」

「뜨-억」

그럴 줄 알았다.

「어디보자 용사 시마무라 16살... 젊구만」

저런 나이에 독립하라니 짗궂은 세상이다. 왕한테 부름을 받았길래, 실실 웃으며 만나러 갔더니 악과 싸우고 오라고 명령을 받았다. 한층 더 인생의 장애물이 높아졌다.

겸사겸사 혼자서는 못 가고, 동료를 만들라며 대신이 가르쳐주었다.

중학생이었다면 반항하듯 무조건 혼자서 여행을 떠났을 것 같았다.

「친구를 만들어준다니 편리하구만」

「그러게요」

4인파티여서 살짝 생각해서 히노와 나가후지 아다치를 소개받은 것으로 했다.

지금까지 잔뜩 사람과 만났지만 4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이 얼굴들이다.

아다치까지 포함해서 같이 함께 행동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나가후지는 집이 고깃집을 하고 있어서 상인, 히노는 방랑자, 아다치는 어쩌지.

 

『어떤 직업이 좋으려나?』

『에... 회사원...』

『그런 생판 성실이 말고...』

『그럼... 승려...?』

『그렇게 되는건가?』

농담이 아니다.

『시마무라를 치유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싶어서』

기특한 소리를 하는 아다치였다.

 

「승려로 하자」

격수가 없어 보이는 느낌이 들지만 상관없겠지. 승려 아다치를 동료로 넣는다.

게임 중간에도 16살 아다치와 만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지간히 이 나이와 아다치는 연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라며 살짝 웃었다.

「제가 없는데요?」

「아 그럼 만들 수 있는데까지 만들어 볼까」

여차저차 여동생을 만들었다. 여동생은 마법사면 되겠지.

「그리고 네 직업은...」

「후후후 딱 봐도 무도가죠」

슉 슈슉 하며 짧은 팔을 냈다 뺐다 한다.

「도적으로 결정」

「어머나?」

냉장고 내용물을 훔치는 것이 특기인 도적이다. 아니지 여러번 잡혔으니 허접인가?

「자 다 됐다. 집에서 여동생이랑 과자를 먹는 손자야」

「나쁘지 않네요」

깔끔하게 받아들인 야시로를 두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올 때 맛있는거 사오세요-」

「그런게 어딨어」

이러쿵 저러쿵해서 성을 나와 어슬렁거린다. 길을 막아서는 적은 나와 나가후지가 대부분 해치웠다. 의외로 힘이 강한 상인 나가후지였다. 그리고 어쩌다 금을 주워오는데 내가 아는 나가후지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히노는 놀지 않았다. 자칭 방랑자인 히노같기도 했다.

회사와 집을 왕복하듯 밖을 헤메이다 경험치와 돈을 번다. 용사의 첫걸음으로서는 수수한 작업의 반복이었다. 하는 쪽은 괜찮은데 그저 보고 있는 쪽은 어떠려나?

「너 재밌니?」

바로 옆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어본다.

「재밌답니다」

말에 거짓은 없어 보이고 싱글벙글하고 있다.

「미니씨가 하는 것도 자주 봤어요」

「그래?」

「그리고 때때로 과자를 주었답니다」

대놓고 힐끗하며 이쪽을 본다.

「힐-끗」

「사 줬잖아」

저기 저거 라며 보물단지인마냥 껴안고 있는 캬라멜콘 봉투를 내려다본다.

「이건 기념품이라 다른걸로」

「뻔뻔하구만」

「꺄-」

턱을 머리에 대고 빙빙돌리니 야시로는 의욕없이 비명을 냈다.

그렇게 낮 분위기에 의식의 끝자락이 녹아들어 나른나른하게 놀았다.

작업은 단순하지만 숫자가 쌓이는 것에 달성감이 있었다.

달성감. 그것은 지금의 삶의 방식에서는 찾기 힘든 것이었다.

「재밌긴한데...좀 그렇네」

언제 클리어할지 모르겠다. 사실대로 말하니 수명이 살짝 걱정되었다.

「어떻게든 죽기 전까지 클리어하고 싶네」

무심결에 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

무기와 방어구 판매점으로 달려갔다. 진열된 상품을 보니 지갑과 상의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꽤 많이 벌어두었다고 생각했는데.

화살표가 위아래로 왔다갔다한다.

과자봉투가 사각사각소리를 낸다. 그리고.

「그러면 살짝 서두르시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야시로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한다.

「흐음」

나도 캬라멜콘을 하나 받아서 입에 물었다. 부드러운 식감과 약간의 달콤함이 좋다.

「나 이제 곧 죽는거야?」

「그을쎄요오?」

입안에 캬라멜콘을 집어넣으니 울룩불룩 볼이 늘어진다.

「제가 봤을 때 지구인의 수명은 비슷하게 짧아서 길이를 잘 모르겠어요」

「헤에...」

「그래서 내일일지도 모르고 백년뒤일수도 있죠」

「100년은 아니지...」

대체적으로 숫자에 성의가 너무 없다. 적당히 벌어둔 돈을 계획 없이 사용하려는 나처럼.

「뭐 상관없나」

망설인 끝에 아다치에게 좋은 방어구를 사주었다. 그러고 보니 옷을 선물한 적이 거의 없었네 라고 지금에 와서야 떠올려본다. 생각해보면 매년 생일에 이상한 선물만 해준 것 같다.

나가후지의 센스를 웃을 처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아다치의 센스도 꽤나 웃겼는데 맨션으로 이사했을 때 가져온 것이 빈캔이라던가 부메랑같은 것들이었다. 부메랑은 선물 한거니까 기억하는데 저 빈캔은 뭐였을까? 부피가 크다거나 한 것도 아니라 여기까지 안 버리고 가져왔지는데 아다치에게 있어서 추억이 담긴 물건인 걸까?

선반에 장식해두긴 했지만 아직까지 득이 되지는 않았다.

나는 그런 가치에 대해서 모르거나 아니면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저기 선반 위는 어때?』

『기억 못하는구나...』

삐져버렸다. 잘 둘러댔구나 라며 아다치가 아닌 나를 비웃었다.

 

「제 때에 못 맞추면 네가 대신 깨 줘」

한가해 보여서 뒤를 맡겼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시마무라씨 저는 제법 바쁘답니다」

캬라멜의 달콤한 향기와 함께 똑 부러지게.

야시로가 이런 식으로 거절하는 건 꽤나 보기 드물다.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겠지?」

「꺄-악」

받아치기도 귀찮아서 턱을 빙글빙글 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