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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특전소설

[아다치와시마무라] BD특전소설 4권 「Abiding Diverge Alien」- ④

한동안 이불 속에서 얌전히 있었지만 포기하고 일어났다.

눈을 감았든 안 감았든 아직 어둡다. 이불 위를 바스락바스락 엎드린채로 짚어가며 컨트롤러와 게임기를 찾는다.

전원을 키고 TV에서 나오는 과도할 정도의 빛을 받아 눈을 돌렸다.

익숙해질 때까지 벽을 바라보았다.

새벽에 잠이 안 와서 게임기를 켜다니 생활패턴이 망가질 것 같은 예감밖에 들지 않는다.

저녁쯤에 저장해둔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 레벨은 8이 되어있었다.

손가락이 반쯤 자동으로 움직이는 사이 희미하게 눈앞의 풍경이 2개가 되었다.

그 속에는 앉아있는 아다치가 보였다. 역시 교복차림이었다.

어둠에 묻혀서 손발을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나 곧 죽을지도』

라고 말하니 아다치가 곤란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그 녀석이 말하는 건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어』

그리고 그 녀석 거짓말이 서투르니까 거짓말이었다면 금방 알 수 있어.

『신경쓰이는거야?』

『신경쓰인달까... 그야 뭐 나이를 먹으면 모두 그러니까』

 

「죽는거 무서워?」

한순간 손가락이 멈췄다. 하지만 앞을 바라본 채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음... 딱히」

남길 것이 없으니까 자신의 죽음에 대해 미련은 없다.

「아다치를 두고 갔다면 걱정돼서 떨렸을지도 모르겠다」

「시마무라가 제대로 해줬을까...」

「하지. 아다치 혼자만 있으면 매일 울 것 같으니까」

「그 그럴 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순서가 좋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남겨진 채로 떠나간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한편 아다치도 불만이 있는지 고개를 숙인 채로 나를 보고 있다.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시마무라는 울지 않는걸까...?」

「에... 장례식때 봤어?」

「보일리가 없을텐데」

그건 그렇네 라고 웃어버렸다.

「울어주었구나?」

아다치는 볼을 살짝 붉히며 기뻐보였다. 사람이 우는 것이 기쁘다니 꽤 심술궂다.

「그야 당연히 울지」

솔직히 눈물은 별로 나지 않았다. 그럴 기운도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우는데도 체력이 필요한가보다.

「진짜?」

「그런 거짓말은 안해」

「하지만 시마무라는 강아지가 죽었을 때 더 울었을 것 같아」

「에... 뭐... 으...응」

그럴지도 라고 솔직하게 말하려던 것을 둘러대려하니 아다치의 입술이 살짝 튀어나온다.

「그래도 강아지랑은 대화를 나눌 수 없잖아」

「엥? 응...」

「그러니까 평소에 전하고 싶었던 말을 제대로 전할 수가 없어서 부악하고 쌓여있던 것이 나와버린 걸까 라고」

그렇게 생각했던거야 라고 포기한다. 일방적으로 포기했다.

「그보다 아다치 공격력 살짝 낮지 않아?」

둘러대며 TV 화면을 가리킨다.

「나... 힐러...」

「히노가 열심히 해주고 있으니까 아다치도 힘내야지」

집안일처럼 나눠서 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협력해야 한다.

아다치가 일어나서 옆으로 온다. 저쪽이 압도적으로 젊기 때문에 나란히 있으면 살짝 미안해진다.

「시마무라」

「왜에?」

「마지막까지 있어줘서 그... 고마워」

치마 끝자락을 잡는 듯이 하며 아다치가 말했다.

「잠들었더니 그대로 죽어버려서... 말하지 못했어」

「아... 곱게 갔네」

말을 골라가며 하려다 나온 이상한 표현이 나와버렸다.

「아다치가 고통스러워하지 않아서 기뻤어... 아니 안심했어? 응」

감정적인 이야기거리다보니 서로의 어휘력이 빛을 발한다.

「하지만 시마무라를 두고 가버렸는데... 미안」

「아- 괜찮아 만나러 와주잖아」

고마워라... 모처럼이니 나도 전할까.

「나야말로 죽어서도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아다치가 당황한 듯 어색하게 웃는다. 아, 웃는 게 익숙하지 않는 걸 보니 아다치가 맞구나 라고 생각했다.

「환상이지만 말이지」

「그렇지만 음... 역시 머지 않았으려나」

아다치의 눈이 동그래졌다. 바로 곁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응 이라며 웃는다.

「아까부터 아다치 목소리가 귀 쪽에서 느껴지니까 말이지」

죽고 나서 머릿속에서만 들렸던 아다치의 목소리.

그것이 옆에서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들리고 있었다.

내 안쪽이 아닌 바깥쪽에서

조금 더 듣고 싶었기 때문일까 괜한 짓을 한 것 같다.

아다치는 지적받은 것에 대답하듯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직 좀 더 말하고 싶었기 때문에 눈을 거의 감은 채로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도망가는 것을 떠올리며.

괜찮겠지 라며 눈을 감지 않고 고개를 들었다.

「역시 승려야」

나를 훌륭하게 치료하고, 눈물 나게 했다.

그런건가 유령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아직 조금 많이 건강하게 살았던 것뿐인가.

살짝 죽음을 향해 가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미래는 매우 밝았다.

「추억과 약간의 즐길거리에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노후생활이군 이라며... 오늘은 그렇게 생각했어」

못다 한 말을 다 하고는 눈 앞을 응시했다.

더 이상 그날 밤에는 아다치의 모습과 목소리를 느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