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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특전소설

[아다치와시마무라] BD특전소설 4권 「Abiding Diverge Alien」- ⑤

 

「안녕하세요-오」

「....녕」

「오늘도 건강해 보이시네요.」

「네 눈에는 뭐가 보이는거야」

결국 한숨도 못 자고 게임만 하다가 지금의 꼬라지가 건강해 보인다는 건가.

건강해 보이네.

두통과 눈의 건조감이 여러 가지로 호소하고 있었다.

밤을 지샌 성과로서 사막에 도달했다. 사막은 아다치와 여행한 적이 없다. 히노라면 가족과 여행으로 가봤을 것 같다.

「엄청 노력했으니 이제 곧 최종보스겠지?」

「아직 한참 멀었답니다」

「에 진짜?」

큰일이다. 계속 밤을 새면 진짜 죽는다.

야시로가 미끄러지듯 내 무릎으로 들어왔다.

「호호호 즐기고 계시는군요」

「아니...응 뭐 일단은」

가볍게 여행하는 느낌이 즐겁다랄까, 취향에 맞는 듯 하다.

상인 나가후지는 점점 힘이 딸리게 되고 자기 좋을대로 돈을 주워 온다.

「어째서 갑자기 가져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움이 됐어」

「뀨우?」

울음소리같이 야시로가 의문을 나타낸다.

「시마무라씨와 저의 생일이니까 선물을 한건데요」

「생일... 아」

손가락으로 세어서 이틀 전으로 돌아간다.

그랬다.

나는 정말 내 생일을 자주 잊는다.

「말해주지 그랬어」

「크크킄」

「웃을 타이밍이 아니라니까」

「말하는걸 깜박 했지만 생일 축하한답니다」

「...응」

전에도 이 녀석과 생일 이야기를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때 내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너도 축하해」

내가 야시로에게 느꼈던 여러 가지 추억을 담아서 답해주었다.

그건 그렇다치고.

음... 하며 피라미드 앞에서 멈춰섰다.

「뭔가 사줬으면 하는 과자 있어?」

어차피 먹을거 아니면 관심도 없을 것 같고.

「그럼 도넛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도넛... 응 그래」

야시로에게 처음 건네준 과자가 그것이었다. 먹이로 길들인 시작점이라고 해야하나.

그때 도넛을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라고 생각한다.

게임기가 사라지고 TV는 움직이지 않게 되고 눈앞이 새카매졌다.

하지만 그런 건 분명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야시로가 말하기를 운명에 의해.

「도넛을 주면 우주의 비밀을 알려준다고 했었지?」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서 2개를 주지 않으면 안 가르쳐 줄 거랍니다」

「이상한 잔머리만 늘어서는」

「한 개만 주셔도 좋지만요」

생각보다 쉽게 물러났다. 우주의 비밀이라...

「................................」

지금 가장 알고 싶은 것.

「다시 아다치와 만날 수 있을까?」

우주의 비밀이라기보다는... 아니 그것이 내가 바라는 우주에 대한 해답일지도 모른다.

「만날 수 있답니다」

바로 대답했다.

「다른 시마무라씨도 어디에 어떻게 가더라도 아다치씨와 만났으니까 말이죠」

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래 아주 오래전에.

「다른 나라. 그럼 나는 무리인가?」

「죽은 사람은 만날 수 없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야시로가 말하니 위화감이 크다.

「라고 TV에서 말했어요」

「그럴 줄 알았다」

그런 상식적인 것을 말하는 녀석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환상으로 만났으니까 라고 우기고 있자니 드디어 갈 데까지 간 것일까?

살아만 있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지요

「...응?」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잘 이해되지 않았다. 늙어버린 뇌로는 해석하는 것이 어렵다. 추억이나 과거에는 확실히 있다거나 그런 정신론인 것일까.

「뭐, 어찌 됐든 상관없지만」

서로 감사인사는 전했고. 그것이 확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나는 만족이다.

「있잖아 너 다른 나라는 사람한테 만나러 갈 수 있어?」

「못 할 건 없지요. 제법 시간이 걸리지만 말이죠」

서슴없이 말하는구나 라고 어이없어하면서도 이제는 의문을 가질 기운도 없었다.

「그럼 만약 아다치와 만나지 못하는 녀석이 있으면 살짝 상태를 보고 와 줘」

반드시 만난다고는 했지만 다른 경우의 수가 하나쯤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

「나와 만나지 못하는 아다치도 아다치와 만나지 못하는 나도... 어디에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느낌이 들어」

그것이 『아다치와 시마무라』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면

「...그것도 괜찮겠네요」

야시로가 후드를 벗고 씨익 웃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심심해 보이던 야시로였지만 할 일 하나 정도는 있는 게 의욕이 생길 테니까.

「그럼 약속입니다」

「응」

「도넛을...」

「그쪽이냐...」

야시로답네 라며 순수하게 웃고 있는 야시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늘에 떠오른 달에 닿을 듯한 감각이 아직 거기에 있다는 것에 기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 날은 다른 사람 집이었던 곳의 뒤쪽에서 비교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자전거를 발견했다. 옆으로 쓰러져있는 그것을 천천히 일으켜 세우고 강도를 확인한다. 위아래로 흔들어보거나 다리를 올려보거나. 부숴 질 것 같지는 않아서 안장을 닦고 조심조심 타보았다. 페달을 밟으니 자다 일어난 내 뼈처럼 삐걱거리며 답답하다. 살짝 손보지 않으면 제대로 움직일 것 같지 않았다.

애초에 고쳤다고 해서 마을에서 떨어지는 일은 상상도 못 하겠지만.

식량 외의 것에 대한 수확을 기뻐해야할지 정하지 못한 채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밀고 있는 자전거의 핸들에 묻은 녹과 모래의 감촉에 때때로 등골이 오싹해진다.

손바닥을 확인해보면 더러운 것이 묻어서 새카맣게 되어있었다.

발로 털어 내려했지만 여기도 묻어서 피해가 커질 것만 같았다.

그것을 보고 뭔가 말하려고 입이 살짝 열렸지만, 나온 것은 마른 기침뿐이었다.

혼잣말조차 쉽사리 나오지 않게 되었다. 말을 다 해버렸다고 해야 하나.

매일 변하는 날씨와 구름의 모양조차 지긋지긋해서 땅만 보고 있다.

석양은 언제나 나를 살짝 숙연하게 한다. 등이 굽어 진 것을 깨닫고 나면 의식해서 살짝 등을 폈다. 그리고 항상 내 발소리밖에 없었던 그곳에 바퀴소리가 더해졌음을 느끼고 그 무게감을 살짝 즐겼다.

생물은 인간 외에도 대부분 멸종했다는 듯해서 움직이는 것과 소리가 적다.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바람에 날리는 풀떼기와 구름뿐이다.

나도 겨우 혼자 살아남아 마을 끝자락을 향해 간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다른 길로 샜었지만 왕복에 걸리는 시간이 조금 길어졌을 뿐이다.

찾아서, 먹고, 자고, 일어난다.

바퀴처럼 빙빙 돌지만 비슷하면서 다르다. 바퀴는 구르면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분명 나아가고 있지 않다.

마을에 우두커니 서서 조금씩 깎여나가고 있다.

산다는 것은 배우는 것이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그런 편안함은 허용되지 않는 세상인 것이겠지.

그런 것을 찾아낸다면 스스로 어떻게든 처리해야만 한다.

내가 어째서 살고 있는 것인가. 애초에 나는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숨을 쉬는 것 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키가 커져감에 따라 조금씩 커져가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

키워준 사람의 예언이 맞다면, 나에게는 오래 살 이유와 의미가 있는 것 일지도 모른다.

속으로는 그것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애매한 감정 속에서 희미한 사람의 형태를 빚어냈다.

머나먼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람과 나눈 대화. 만남.

전해지고 다시 돌아오는 목소리.

이 별에는 아직 나 말고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까?

상상조차 되지 않는 머나먼 곳을 상상하는 시간이 날이 갈수록 늘어간다. 하지만 생각하기만 할 뿐, 실천하지 못하겠다.

얼마만큼 멀리 가면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것일까.

마을의 잔해에 묻혀 살아가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뭐랄까.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중력처럼 나에게 덮개를 덮는다.

이래도 살아갈 수는 있으니까.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못하지만 살아가는 것은 가능하다.

확실한 것은 그것뿐이고, 불확실한 것을 찾으러 갈 여유는 생기지 않았다.

오늘 지금까지는.

「...................」

눈, 이라고 쉰 목소리로 말을 했을텐데 나 스스로도 알아듣지 못했다.

하얀 가루가 하늘에서 내려와서 걸음을 멈췄다.

겨울이 지나간 지금 시기에 뒷북이라도 치는 듯 내리는 그것에 눈길을 사로잡혔다.

바람에 떠다니는 그것을 따라가서 손바닥으로 잡아내니 닿음과 동시에 옅은 빛을 남기고 사라졌다.

오랜만에 위를 보았다.

「아」

탁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무언가가 보이고 입을 크게 벌리고는 움직임이 멈췄다.

처음에는 해질녘 하늘에 뒤섞인 작은 점이었다.

그것이 점점 커지더니 가까이로 왔다.

점은 어느샌가 사람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바람에 실려 날아갈 것 같은 하늘하늘한 느낌인데 올곧은 아무런 고통도 없는 듯이 내려온 그 녀석이 내 눈앞에 무사히 착지에 성공했다.

노린 것처럼 자전거의 찌그러진 바구니에 들어가더니.

「오... 오오...」

평소 필요로 하지 않았던 목소리는 바로 나오지 않는다.

빛이 있고 없고 따위는 무시하고 빛을 내는 그 녀석은 우선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주변을 확인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옅은 하늘색이 나풀거린다. 하늘에 아직 남아있는 빛의 가루가 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궤적이 훅하고 강한 바람에 흩날려 사라졌다.

맞바람에 옮겨지는 입자가 나를 감싸더니 흘러갔다.

건조한 냄새나 흙을 품고 들러붙는다.

뒤늦게 그 녀석이 내가 있음을 깨달은 듯 앞을 향한다.

머리 뒤에 하늘색의 나비가 날개짓 하는 것이 보였다.

그 녀석은 좋은 것이라도 발견한 듯 방긋 웃었다.

그리고 양손을 들어 올리며 얼굴 가득 일그러짐 없는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안녕하세요-옷」

 

그것이 「모든 것의」 「다시 새로운」

시작이었다.

 

-아다치와시마무라 BD특전소설 4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