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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SS

아다치와시마무라) SS-달밤의산책

이불 속에서 뒤척인다. 눕고나서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다.

 

언제까지나 오지 않는 졸음에 싫증이 나서 머리 맡에 둔 휴대전화로 손을 뻗었다.

슬립모드를 해제하니 눈부신 디스플레이광원이 눈동자를 찔러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자극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시각은 자정이 넘었음을 표시하고 있었다.

11시에 이불에 들어갔기 때문에 1시간 정도 잠을 못 자고 뒤척이고 있었던 셈이다.

잠을 어디서든 잘 자는게 자랑인 나에게 이런 일은 드물었다.

시각을 확인하는 동시에 메시지나 착신 내역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나서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았다.
작게 한숨을 쉬고 휴대전화를 다시 잡는다.

「나갈까...」

작은 소리로 그렇게 혼자 중얼거린다.

옆을 보니 여동생은 푹 자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여동생이라선지 한 번 잠을 자면 일어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일단 신경을 쓰면서 조심조심 이불에서 기어 나왔다.
그리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하면서 잠옷을 벗고 움직이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코트를 걸치며 살짝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온다.

어둠 속에서 현관에 이르자 신발장 위에 눈길을 주었다.

있었다...

신발장 위에 놓인 자전거 열쇠를 집어들었다. 현관문을 역시 살며시 여닫고 밖으로 나갔다.

초봄이라고는 하지만 이 시간대는 꽤나 쌀쌀하다. 열어둔 코트의 단추를 채웠다.

주차공간 부근에 세워진 자전거에 열쇠를 꽂고 훌쩍 넘는다. 페달에 발을 걸치고

「우왓 아차차...」

페달을 밟으며 나가려는데 쓰러질뻔했다.  생각하니 자전거 타는 것도 꽤 오랜만이다.

뒤에 태워주던걸 타기만해서 편했던 탓일까...
다시 균형을 잡고 페달을 밟으니 이번에는 순조롭게 속도를 타고 간다.

옛날에 써준 지도를 머리에 떠올리며 자전거를 밟으며 나아간다.

이 시간치고는 유난히 밝구나 했더니 보름달이 밤길을 비추고 있었다.
희미한 달빛 속에서 나는 목적지를 향해 그저 페달을 밟았다.

 

 


끼이이익, 녹슨 브레이크가 소리를 냈다.

땅에 한쪽 발을 짚고 올려다본 끝에 하얀 이층집.

여기에 오는 것은 꽤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헤매지 않고 도착할 수 있어서 일단은 안심이 됐다.
자, 이제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이층의 창문을 보았다.

유리창 너머로 커튼이 쳐져 있는 것이 보인다. 불빛은 꺼지는 듯했다.

옛날에 본 영화인지 드라마인지에서는 창문에 조약돌을 톡톡 던져 상대를 호출했던 것 같다.

흉내내려고 땅에서 적당한 돌을 주워 본다. 너무 크면 사고가 날 것 같아서 엄지손가락 정도의 크기로 했다.
어느 정도의 힘으로 던져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일단 약하게 던져본다. 그러자 창문의 3분의 1 높이에도 미치지 못하고 떨어졌다. 음....
두 번째 도전비슷한 크기의 돌을 다시 집어들고 이번에는 전력으로 던진다.

그럼에도 조약돌은 목표의 절반 정도 정도 높이로 떨어져 나갔다.

아무래도 내 농구부 시절의 실력은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다. 그렇게나 슛 연습을 했는데...

두 번의 실패로 일찌감치 단념한 나는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어차피 현대인이니까 처음부터 이렇게 문명의 이기에 의존했어야 할지도 모른다.
목적의 이름은 착신 이력의 맨 위에 있었으므로 그대로 탭하여 휴대폰을 귀에 댄다.
깨어있을까 ?, 아니 깨어있을거야, 웬지 깨어있을거같아. 예상대로 두 번째 신호음 중반에 전화가 연결됐다.

『...시마무라?』
「야호~」

스피커에서 들리는 아다치의 목소리는 또렷했고 잠이 덜 깬 듯한 낌새는 없었다. 역시 일어나 있던 모양이다

『에..? 무슨일있어?』
「잠깐, 창문 밖 좀 봐봐」
『창문...?』

그렇게 아다치는 의아한 듯 중얼거리고 나서 몇 초 뒤 커튼이 열렸다. 어둠 속에서 아다치의 얼굴 보였다.

그대로 창밖을 빙 둘러보다가 시선을 낮춘 곳에서 나를 발견한 듯, 알기 쉽게 온몸으로 뛰어올랐다.

『에에엣에에..!  시마무라! 왜 여기있는거야?』

이 거리와 유리 너머에서도 아다치가 분명히 당황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려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린다.

내려올 수 있어?
『아앗, 곧 내려갈게!

그렇게 말하자마자 아다치의 모습이 커튼 안으로 사라졌다. 코트를 걸치고 오는 게 좋아라고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대로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짤랑짤랑 작은 소리가 나면서 현관문이 열렸다. 나온 것은 당연히 아다치였다.
내가 말한 대로 옷을 잘 걸치온거같다. 그 밑에서 보이는 바지도 잠옷이 아닌 것 같았다.

간단하게 갈아입고 온 것 같네. 종종걸음으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시마무라 이런 늦은시간에 무슨일이야?」

언뜻 손안에 있는 핸드폰을 보니 딱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던 참이었다, 영락없는 늦은 시간이다.

아다치의 물음에 「음~」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을 보이고 나서, 입을 열었다.

「아다치 잘지내에~?」

일부러 조금 익살맞은 듯 그렇게 대답했다. 내 말에 아다치는 「아...」하며 어색한 듯 눈을 내리깔는다.

낮에 좀 싸운 거 같은 대화를 나눴다. .싸운 거 같은? 대화라는건, 나는 싸움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다치는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저 여느 때와 같은 느낌이다.

평소 같으면 어색해지는게 싫어서 아다치를 달래며 그 자리에서 끝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아다치가 아르바이트 시간이라며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집에와서 메세지를 보낼까 생각했지만 어차피 아르바이트중이라 못볼거고...

끝나고 아다치한테 전화가 올까 생각했지만 결국 아무 연락이 없었다.
나는 나로 연락할 타이밍을 놓쳐버려서 지금에 이른다는 것이다.

「저기 시마무라...」

말을 하려다가 그 뒤를 잇는 말을 찾을 수 없는지 아다치는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고 말았다.

「아다치」

이름을 부르자 아다치가 고개를 든다. 그런 아다치에게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산책하러 갈까?

나의 당돌한 권유에 아다치는 당황한 듯 눈을 부릅떴다.

「괜찮아...?  이런 늦은시간에... 가족들이 걱정...」

뭐, 확실히 고등학생이 돌아다니기에는 좋은 시간은 아니다.

나는 불량 학생니까!

그러면서 히죽 웃는다.

「아다치도 불량 학생이지?」

그러면서 손을 내밀었다. 아다치는 내민 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고는 「응...」하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손을 잡았다.


손을 잡고 둘이서 어슬렁어슬렁 걸었다. 자전거는 일단 아다치의 집 앞에 두고 왔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여전히 보름달이 빛나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다. 가로등도 별로 없는 듯한 시골길이지만 걷기에는 충분한 밝기였다.

「시마무라, 어디로 가고 있는거야?」
「음~ 딱히 목적지가 있는건 아니지만, 일단은 강쪽으로 가고 있어」

아다치의 손을 이끌고, 곧 도착한 것은 이 근처를 흐르는,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는 강과 거기에 걸쳐 있는 다리.

최근 비가 안온 탓인지 낮은 수위로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일단 다리 한가운데까지 가서 멈춰선다. 아다치가 물어 봤지만 이곳을 목표로 한 목적은 따로 없다.

딱히 할 말도 없이 둘이서 멍하니 주변 경치를 보고 있었는데  아, 하고 시야 끝에 비친 것이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조금이지만... 벚꽃이 피었네
「음? 어디...?」

저기, 라고 말하며 아다치도 알 수 있도록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둑 쪽에  벚꽃이 몇 그루 심어져 있다. 그 가지 끝에서 아주 조금 분홍빛 꽃이 피어 있었다.

양지바른 가지 끝만 개화해 있고 나머지는 아직 꽃봉오리 같다. 확실히 벚꽃 개화에는 아직 이른 시기였다.

아다치는 내가 가리킨 끝을 보고 있었지만,  그다지 큰 관심은 없는 것 같았다.

아다치답구나하고 조금 쓴웃음을 지으며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물어본다.

아다치에게 벚꽃은 특별해?

꽃 이름을 갖고 있다는건, 어떤 감각일까하는 순수한 흥미였다. 나의 질문에 아다치는 「음...」하고 조금 생각한 후

별로 그렇지도 않은거 같아. 태어날 때부터 이 이름이고 벚꽃도 어디에나 있고. 특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거같아...

라고, 뭐... 아다치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에는아다치가 나를 돌아본다. 

시마무라에게 달은 특별해?

그렇게 질문을 돌려받는다. 과연, 그렇게 왔는가.

나도 조금 생각한 뒤 확실히, 별로 그렇지도 않은가라고 아다치와 비슷한 대답을 했다.

뭐, 남들처럼 예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구나」

아다츠는 짧게 그렇게 말하고 나서, 무언가를 입에 담는 것을 망설이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부끄러운 듯 작은 소리로 말한다.

「...나는 시마무라를 좋아하고 나서, 달을 보면 시마무라를 떠올리게 되었어

그러면서 볼을 살짝 붉힌다....기쁘지만, 왠지 쑥스럽다.나도 조금 얼굴이 뜨거워진다.
「고마워..」 짧게 돌려주고 조금 체온이 오른 그 손을 잡았다. 아다치도 「응...」하고 고개를 끄덕인 후,

「미안... 오늘...이라고해야하나... 어제 낮에

고개를 숙인 채 그렇게 말하는 아다치는 잡은 손을 떼고 눈앞의 다리 난간에 기대듯이 기대었다.

난간 위에서 양팔을 교차하여 얼굴을 그 안에 묻는다.

「아다치...?」

갑자기 아다치가 그런 식으로 사과를 하니까 조금 걱정이 돼서 그 등에 말을 건넨다.

아다치는 뒤돌아보지 않고 「사실은...」이라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사실은... 언제라도 시마무라랑 즐겁게 지내고 싶은데... 그게.... 엄청 질투하기만하고 그걸 시마무라에게 분출하기만...


내게 등을 돌린 채 독백처럼 말을 이어간다. 뭔가 견디듯 자신의 팔에 이마를 문지르면서...

…왜 항상 이렇게 되어 버리는 걸까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침묵한다.

자신보다 키가 큰 아다치의 등이 왠지 무척 작아 보였다. 그 뒷모습에 조용히 다가선다.

「아다치...」

작게 이름을 부르고 나서 힘껏 기지개를 켜고 덮이듯 그 등을 끌어안는다.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아다치는 움찔하며 등을 떨었지만,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다치가 키가 더 크니까 업히는 모양이 되어버렸지만. 아낌없이 힘껏 껴안을 수 있었다.

「아다치는, 지금 그대로가 좋아」
「...정말?」
「응」

아다치의 어깨에 턱을 얹으면 강물이 보인다. 보름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며 흔들리고 있었다.
아다치의 옆모습을 보았다. 수면이 반사돼 그 하얀 피부 위로 희미하게 흔들리는 빛을 비춘다.
아, 예쁘다.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나도 완벽하게 아다치가 바라는 내가 될 수는 없지만...

거기서 말을 끊었다. 아다치에 잘 전해지도록 천천히 말을 이어간다.

「그치만 정말 좋아해」

자신의 얼굴 바로 옆에서, 아다치가 작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아다치가 좋아

꽉, 힘껏 그 가느다란 어깨를 끌어안는다. 몇 번이고 좋아한다고 말해도, 말이 밤의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아서...

「이것만큼은... 분명하니까 잊지 말아 줘」
「...응」

거듭 다짐하는 그 말에 비로소 아다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이 불어 나와 아다치의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린다.

겨울이 찌르는 듯한 그것과는 다른 곧 다가올 봄을 알리는 부드러운 바람이었다. 

아다치, 이쪽으로 와

조금 몸을 떼고 그렇게 말하자. 아다치가 천천히 뒤 돌아본다. 하념없이 흔들리는 그 손끝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감쌌다.

벚꽃이 만개하면 우리 둘이서 여기 또 오자
「여기에...?

아다치의 눈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아다치는 벚꽃이 특별한 꽃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다치를 만나기 전에는 나에게도 계절에 피는 꽃 중 하나일 뿐이었지만...

아다치를 만난 후 벚꽃은 나에게 특별한 꽃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아다치랑 둘이서 보고싶어.
그렇게 하나씩 둘만의 특별한 것들이 늘어나면 된다.
그런 소망이 조금이라도 전달될 수 있도록 손가락 끝에 힘을 준다.

「...응 약속이야」

그렇게 말하며 아다치는 비로소 웃어 주었다. 내가 잡은 손을 꽉 쥐면서.
아다치의 웃는 얼굴에 만족하여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아다치도 내 시선을 따라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이런 달밤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에도, 둘도 없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끝」

 

 

 

SS출처: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4802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