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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SS

아다치와시마무라) SS-좀 더 가까이

오늘은 조금 늦게까지 잠을 자서 기상시간은 정오가 넘었다.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가니 낮의 강한 햇빚이 커튼 너머로 방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부모는 벌써 나갔을 것이다. 어슬렁어슬렁 세수장에 가서 세수를 했지만 졸음은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토스트를 먹으며 멍하니 매미 합창을 듣고 있으니 여름 방학이구나 하고 새삼 실감하게 되고,
그리고 조금 불안해진다.
학교라는 접점을 잃자마자 나는 시마무라와의 연결고리가 사라져버렸다.

다음에 시마무라랑 만날 수 있는 건 언제일까? 시마무라랑 더 친해질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해도 여름방학 예정표는 아직 백지였다.
방으로 돌아와 여름방학에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살펴본다. 아직 못한 것 투성이다.

좀 더 시마무라를 만나고 싶다고 간절히 바란다.
세상에는 이유가 없어도 만나는 사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소꿉친구다.

히노와 나가토는 소꿉친구라고 시마무라에게 들었을 때, 그 관계를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아무 예정이 없어도, 할 일이 없어도 일단 집에 놀러 갈 수 있다니 꿈만 같다.
지금도 가능하다면 매일 시마무라를 만나고 싶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그렇게 긴밀한 사이가 아니다.

나와 시마무라가 그렇게 사귈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생각하니 너무 답답하다.

시마무라의 집에 가자, 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아무리 내가 집에서 시마무라를 생각해도 그것이 시마무라에 닿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일이다.
나는 시마무라를 만나고 싶다.
그렇다면 만나면 된다.
원하는 만큼 전진하면 된다.
단순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니까.
나갈 준비를 하자.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며 일어섰다.

 

 

 

 

지금 집 안에는 아무도 없다.

아침밥을 먹은 후 아버지는 일, 어머니는 쇼핑을 가셨고, 여동생과 야시로는 이 더운데 둘이서 어딘가로 놀러갔다.

「언니는 오지 마!」라고 일부러 말한게 무엇을 할 생각인지 수상하지만, 뭐 괜찮아, 내버려 두자.

저 두 사람 사이를 생각하면 아마 괜찮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한가하다는 것이었다.

해야 할 숙제라는 것도 없고 밖은 더울 것 같아서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방 의자에 앉아 아무렇게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시간을 때운다.
아무도 없다는 것은 편안하고 좋지만 항상 시끄럽기만 한 만큼 사라지면 너무 조용해서 좀 신경쓰인다.

목적 없이 휴대폰을 만지는 것에도 질려버렸다. 그 밖에 뭔가 심심풀이 방법이 있었을까, 라고 생각한다.

뭐 먹을까. 노래를 들어볼까. 춤을 춰본다?. 여러 가지 선택지는 있지만,  모처럼 지금은 집안에 혼자 있으니,

이 상황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느낌이다.

뭐하지? 생각 해본적이 없어서 부모님이나 여동생 그밖에 보여서는 안되는 것. 음... 하고 생각에 잠긴다.

술을 마셔볼까?
느닷없이 그런 생각을 한 자신에게 조금 놀랐다. 설마 자신에게 그런 소망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아니, 이건 그만 두는 게 좋지 않을까?
내 머리 구조를 잘 모르겠어. 연일 더위 때문일까.

단지 그 생각에는 마음이 적잖이 끌린 듯, 깨닫고 보니 나는 일어서서 부엌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있었다. 은보리라고 쓴 캔이 세 개 나란히 들어 있었다. 아버지가 늘 마시던 녀석이다.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아직도 내 안의 정의감다운 무언가와 호기심다운 무언가가 옥신각신하고 있다.
뭐... 됐나.
일단 마셔보자. 앞으로 하는 일에 비하면 기분이 꽤 가벼운 것 같은데.
깡통이 푸쉬 소리를 내다. 냄새를 맡고 보니 당연하지만 술냄새가 났다.
살짝 입을 대고 조금만 입에 넣었다.
「.....써」
잠시 입가를 누른다.

쓴맛이 천천히 퍼지고 혀가 얼얼 저리다. 맛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상상 이상의 맛은 없었다.

역시 16살의 나에게는 아직 너무 이른것 같다.
일단 또 한 모금 마셔봤지만 맛이 변하지 않아 더는 마실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머리가 좀 멍해졌다. 좀 취한 것 같다.
뭐 괜찮겠지. 아버지는 한 캔 마셔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시고. 빨리 정리해서 부모나 여동생, 그 녀석에 들키지 않도록 해 두자.
...어라?  뭔가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있는듯한....

 

 

 

 그만 기세에 맏겨 자전거를 타고 와버렸지만, 시마무라에게 전화를 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벌써 집 앞에 도착해버렸는데 말이다.
어쩌지,  연락하지 않고 방문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겠지만, 집 앞에서 집에 가도 되는지 묻는 것은 상당히 바보스러운 일이다. 시마무라가 볼일이 있어서 무리라면 이대로 돌아갈 것이고, 그렇되면 더 바보같다.
자전거를 잠시 세운 채로 채 잠시 고민한다. 한여름 하늘 아래를 전속력으로 밟고 오는 바람에 온몸에 땀이 솟는다.

수건 정도는 가지고 올 걸 그랬다.
결국 전화하기로 하고 핸드폰을 꺼낸다. 시마무라에게 나쁜 인상을 주기보다는 자신이 바보인 편이 훨씬 낫다.
시마무라는 대여섯 신호 후 전화를 받았다. 몸에 힘을 조금 주고 숨을 들이마신다.

밤에 시마무라와 전화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첫마디를 할 때는 언제나, 조금 긴장해 버린다.

나를 받아줄까 말까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보세요 시마무라?」
「아아~ 아다치~」
시마무라의 목소리는 왠지 좀 쾌활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을까?

기분이 좋은 시마무라를 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아니 기분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마무라가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밝은 얼굴로 전화를 받고 있는 시마무라를 문득 상상해본다. 그것만으로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저기, 지금부터 시마무라의 집에 가도...
하고 말하려 하자, 덮어씌우듯 시마무라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아다치 지금 우리집에 올래? 아무도 없어서 너무 한가해~」
......응?
당황해서 머리가 흔들리는 것 같았디. 잠시 침묵힌디. 시선이 좌, 우, 위, 또 좌로 움직인다.
시마무라가 「아다치?」라고 내 이름을 불렀고,  그 목소리의 세 번째 정도에야 상황을 이해했다.
시마무라가 나를 집으로 초대해 주었다.
순간 가슴이 벅찼다. 지금까지 내가 시마무라의 집에 놀러가고 싶다고 말한 적은 있어도, 시마무라가 오라고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온몸이 금방이라도 춤추려고 하는 것처럼 들썩인다.
「괜찮아?」
목소리가 붕붕 뜬다.
「괜찮아~ 괜찮아~ 」
에헤헤 하고 시마무라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지금바로 갈꼐」
「알~겠어~」
전화가 끊어졌다.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근처를 사람이 지나갔다. 등에 시선을 받은 것 같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지금 내 머리는 한 가지 일로 가득 차 있었다. 시마무라가. 나를. 집으로. 그런 말 한 조각이 빙빙 돈다.
몸만은 제멋대로 움직여 어느새 나를 시마무라 집 현관 앞으로 데려와 초인종을 울리고 있었다.
「네에~」
문은 금방 열렸다.
시마무라는 흰색 바탕에 소용돌이가 많이 그려져 있는 티셔츠와 녹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어라? 아다치 빨리왔네에~」
라고 말해서 집 앞에 있다고 전하고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시마무라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아서, 「어서와」라고 나를 안으로 초대했다.
이로써 네 번째 시마무라 집 방문이 된다. 다만 이번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집안을 걷는 발걸음은 가볍다.
시마무라 뒤를 따라갔더니 안내된 것은 예의 1층 방이다. 코타츠는 정리되어 있고, 평범한 테이블이었다.

시마무라는 먼저 들어가자 방석을 꺼내 두 개 놓고 안쪽에 앉았다.

나도 시마무라 옆에 앉아서 가져온 작은 가방을 옆에 놓았다.
「뭐어 티비라도 볼래~?」
시마무라가 일어서서 텔레비전 뒤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뉴스캐스터다운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조금 늦게 화면이 뜬다.

시마무라는 따로 채널을 돌리지도 않고 돌아온다.
몸이 닿았다. 나의 의식이 모두 시마무라에게 닿아 있는 부분에 집중된다.

시마무라가 앉자 내 왼쪽 어깨와 시마무라의 오른쪽 어깨, 내 왼쪽 발과 시마무라의 오른쪽 다리가 밀착됐다.
가슴의 고동이 커져간다. 시선만큼은 TV를 향하고 있어도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마 시마무라는 아무생각없이 앉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붙고 싶어서가 아니다. 단지 그 거리에 위화감이 없을 뿐이다.

내가 이상하게 받아들이는건 이상하다. 평범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갑자기 시마무라의 중심이 이쪽으로 기울었다. 시마무라의 머리가 내 왼쪽 어깨에 기대어왔다.
「으헤~」
이상한 소리가 났다. 얼굴을 왼쪽으로 돌리면 시마무라의 머리에 뺨이 스친다. 시마무라의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저기 시마무라씨....」
「헤?」
「이건....」
「응?」
「그게... 가깝다고... 해야하나....」
「아아 친구잖아~」
심플한 대답이었다. 그렇구나 친구라서 그런가. 그렇구나 스킨십은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하지 않는다.

친구가 아닌 사람에게는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지금 시마무라가 하고 있는 것은, 친구라는 테두리를 조금 넘고 있어서, 이건....
.....
얼굴이 달아오른다. 정말로 오늘의 시마무라는 어떻게 되어 버린 것일까. 아직은 자제심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다.
시마무라가 움직였다. 머리를 어깨에서 떼더니 두 팔을 뻗어 내 목에 두르고 껴안았다.
잠깐, 가슴의 고동과 몸의 뜨거움과 돌아가는 눈 때문에 어쩔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시마무라가 고개를 들었다. 바로 근처에 있었다. 왠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볼이 살짝 빨갛다. 시마무라의 얼굴은 언제봐도 예쁘다고 생각한다.
점점 그 얼굴이 다가온다. 시선을 계속 나랑 맞추고 있었다. 천천히, 천천히 다가온다.
더할 나위 없이 부끄러워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뻔했다.
시마무라의 손이 살며시 내 턱에 닿는다. 보송보송한 감촉이 있었다.
내 얼굴은 시마무라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위를 향했다. 시마무라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미소 짓는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을 때까지 조금 더 얼마 안 남았다.
머릿속은 하얗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그저 눈앞에 시마무라의 얼굴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순간을 기다린다.


갑자기 몸에 충격이 왔다. 그대로 뒤로 쓰러져 바닥에 머리를 부딛쳤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시 시마무라?」
조심스레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시마무라는 잠들어 있었다.

이후 생각 할 틈 없이 시마무라의 잠든 얼굴을 관찰하고 있는데 시마무라 어머니가 돌아왔다.

그녀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그리고, 「호게츠! 어이 호게츠!」라고 시마무라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집에 와있다는 것과 시마무라는 방에서 자고 있다는 것을 전하러 나갔다가, 「너냐!」라고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무슨 일인지 눈을 돌리고 있는데 시마무라 어머니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캔맥주였다. 게다가 열려 있다.
어째서 시마무라밖에 없었던 집안에 열린 캔맥주가 있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고, 나는 오늘 시마무라의 모습울 납득할수있었다.


시마무라 어머니가 지금부터 시마무라를 꾸짖을 테니 일단 돌아가 달라고 딱 잘라 말씀하셔서 집으로 가고있다.

시마무라 어머니는 분명하고 알기 쉬운 사람이다.
자전거를 티고 가다. 지금쯤 시마무라는 야단을 맞고 있겠지. 풀죽어 있는 시마무라를 상상하며 조금 웃는다.
방에서의 일을 회상한다.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시마무라가 취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뻤지만 조금 슬픈 기분도 든다. 사치라는 것은 알고 있다. 시마무라가 취하지 않았어도 저렇게 나를 만졌으면 좋겠다니.어디까지나 시마무라 자신이 아니라 술 탓이니까.
얼마나 지나야 아까처럼 계속 붙어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일까. 그건 몇 년일 수도 있고 한 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분명 그런 관계가 되어 있지 않을까, 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낙관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몸이 가벼워진다. 날아오르듯 자전거의 속도를 높인다.

 

 

 


결국 엄마에게 들켜서 엉망진창 혼나고 말았다. 당분간의 용돈 삭감을 선고받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취해버린 것 같았다. 마시고 나서는 마치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고, 거의 기억이 없다.

간신히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다치를 집으로 부른 것 정도이다. 그것도 어머니가 말씀하셔서 생각났다.

의식이 몽롱했던 내가 왜 아다치를 불렀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다치가 집에 있을 때 무엇을 했는지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다치에게 물어볼까? 취한 동안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르거나 하지는 않았을까? 핸드폰을 꺼내어, 아다치에게 메일을 한다.
오늘 아다치를 우리 집에 부른 것 같은데 내가 뭐했어? 취해서 기억이 없어
답장은 곧 바로 왔다.
「평소와 같이 TV를 같이 봤어 키스같은건 하지 않았어」
TV를 보고 있었나 보다. 뭐야,  생각보다 평범해. 키스같은건 하지 않았어. 왜 안 한 걸 썼을까?
「그렇구나 아다치는 술 마시지마... 용돈 삭감 선고 받았어...」
난 안 마셔
지극히 옳은 대답이다.불량 실격이다.
핸드폰을 닫으려는데 또 메일이 왔다.
다음에 만났을 때 붙어 있어도 돼?
응? 뭐야 이건. 달라 붙어 있는다는 건 어느 정도를 가리키는 걸까. 잘 모르겠지만, 답장한다.
「좋아~」

 어떤 거리라도 어떤 자세라도, 아다치라면 괜찮을거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끝」

 

 

 

SS출처: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7143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