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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와 시마무라/SS

아다치와시마무라) SS-어른 타루미

유치원 졸업식 날 둘이서 올려다본 벚나무가 햇빛에 비춰져 너무 눈부셨던 기억이 난다.
시마쨩은 기억하고 있을까?
그날 우리는 졸업식용 검은색 모자와 옷을 입고 있었다.
평소보다 어른이 된 것 같았고, 유치원을 졸업하는구나하는 약간의 실감도 동반하고,어딘지 모르게 안타까움… 적막감?이라는 것을 어린 마음에 느꼈다.
그때는 키가 작았기 때문에 지금보다 태양은 훨씬 컸고 하늘도 끝이 없는 것처럼 넓게 느껴져 벚나무도 훨씬 컸다.

벛나무 가지에조차 손이 닿지 않았다.
키가 얼마나 컸는지를 겨루기도 했다. 떨어져 있는 조약돌을 주워 벚나무에 둘이 교대로 서로의 키를 기록했다.
턱을 당겨 머리를 나무에 딱 붙인 시마쨩의 얼굴은 진지했다.

눈을 감은 시마쨩의 얼굴을 막연히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타루쨩 빨리 해줘」라는 재촉을 듣고 황급히 흔적을 남겼다.

……어느쪽이 키가 더 컸더라?
지금의 시마쨩에게 어릴적 추억을 물어보면, 분명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키도 그렇고 이런 식으로 둘이서 놀고 있었다는 것 자체를...
외롭지만 성장하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추억의 꽁무니를 쫒고있다.
시마쨩은, 한참 앞서 가 버렸다.
옛날』과『현재
각각 단어로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현실에 가로놓인 홈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다.

옛날의 분위기나 관계를 현재로 가져오면, 어딘가 맞물리지 않게 된다.

이상한 기세로 대화하거나 텐션이 이상해진다던가.
산다는 것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 그런 식상한 문구.
동의 하지만 그럼 처음부터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것 같지 않나?
왜 사람의 관계성은 변화하는 것일까?
눈앞에서 활짝 핀 벚꽃은 그때와 다름없이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는데.
나만 따돌림을 당하고만 있다.
계절 변화에 맞춰 색을 바꾸는 벚나무는 여름에는 풋풋하고 겨울에는 말라 죽으면서도 눈을 감고 순백이 된다.

봄이 되면 누구나 머릿속에 떠올린 그대로의 생명력이 가득한 분홍색으로 경치를 물들인다.
그런 벚나무가 좋았다. 비록 겉모습이 변해도 아름다움이 흔들리지 않고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그곳에 있어주니까.
묵묵히 버티고 있는데도 생명력이 넘치고.... 아니, 넘치고 있는 느낌이 옛날의 시마쨩과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때 나와 나란히 나무를 올려다보던 어린 시마쨩의 손바닥만 나와 같은 크기였다.

체온도 나와 비슷한 어린이 체온이었다.
시마쨩이 웃자 나도 덩달아 웃었다.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자 작은 시마쨩은 질리지도 않고 그것을 쫓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그런 광경을 질리지 않고 계속 보고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좋았다.
그런 정숙함… 아니, 겸허함 같은 것이 당시의 나에게는 있었다. 옆모습만 볼 수 있으면 만족...
그게 기뻤다.그래서 다행이다.
하지만 그것은 옆에 있는 동안만의 특권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나는 꽤 시간을 들여버렸다.

초등학교까지의 아주 짧은 시간.
다음에 또 보자」는, 소망…이라기보다는, 혼자만의 절실한 마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말로, 어느 한쪽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다음에 또 보자」는 오지 않는다.
만약 「바이바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였다면 마음이 정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있잖아, 시마쨩.
나는 지금도 시마쨩이 너무 좋아.
「바이바이」를 하지 못한 채 성장해버렸어.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렇게 벚나무를 보러 와 버린다.
벚꽃은 그때와 전혀 변하지 않은 채 눈앞에서 피어 있다. 그때보다 시선은 높아져도, 아직도 올려다 봐야한다.
덧없고 아름답다. 그런데 조금 쓸쓸하다. 왜 이렇게 끌리는 걸까?
나무 뿌리에 걸터앉았다 .바지가 흙에 더러워져도 상관없었다.
가방에서 목장갑과 삽을 꺼냈다.
나는 무엇을 찾으러온걸까? 그 답을 지금부터 밝히겠다.
목장갑을 끼고 삽을 땅에 꽂아간다. 
파내려가면 숨이 막힐 듯한 흙냄새가 자욱해진다. 흙은 어제 밤에 내린 비 때문인지 묘하게 축축하고 코 안쪽이 찡했다.
『벚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그런 미신을 들은 적이 있다 .심야에 우연히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중간에 잠들었는데도 무서워서인지 기억에 남아있다.
『시체』라니, 거창하다.
깊이 뿌리내리는 나무 밑을 파헤쳐 자신이 납득할 만한 것을 찾고 싶을 뿐이니까.

그걸 『시체』라고 부른다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깊숙이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뿌리는 의외로 단순하지만 깊숙이 얽혀 있다.
나라는 존재의 뿌리를 쫓아가면 반드시 거기에는 시마쨩이 있다.
거기에는 나만의 시마쨩이 살아있다.
내 마음속에 사는 시마쨩은  『현재』를 살고 있는 시마쨩과는 다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시마쨩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마음에는 시마쨩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마쨩의 마음속에서 나는 살아있을까?
제대로 서있을 자리는 있을까?
어쩌면 이미 오래 전에 시마쨩의 마음속의 나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죽는다는 게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시마쨩에게 있어서 『옛날』사람이니까.
그래도 좋다. 잡혀있는 게 나만이라도 좋다.
사각사각 삽으로 흙을 뒤집고 파내려간다. 목말라서 조금 힘들었다.
관은 아직 땅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파면서 문득 궁금해서 벚나무를 살펴보았지만 유치원 때 둘이서 새긴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비나 바람 때문에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그때 보였던 경치와 지금 보이는 경치가 다르기 때문일까.
그때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지금 내 옆에는 물리적인 의미로 시마쨩이 없다는 것이었다.
시마쨩은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있는 다른 『벚꽃』에 이끌려 갔으니까.
있잖아, 시마쨩. 나 기억해?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어.


초등학교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그날도 우리는 벚나무 앞에 서 있었다.

봄이 가깝다고는 하지만 겨울 추위가 아직 남아 있어 손이 차가웠던 기억이 난다.
추위를 많이 타는 주제에 시마쨩은 묘하게 텐션이 높았다.
「시마쨩 정말 이곳에 파묻어도 괜찮을까?」
「여기가 좋아! 이건 타임캡슐이라고 불러! 지금부터 여기에 묻어서 우리가 어른이 되면 같이 꺼내는 거야
「나 잊어버릴 것 같아...
괜찮아. 타루쨩이 잊어도 난 계속 기억할 거야!
그리고 시마쨩이 꺼낸 것은 초콜릿 상자였다.
그 초콜릿은 기차를 타고 시내에 있는 백화점 지하에서 사야 구할 수 있는 브랜드였다.
근데 그거 종이인데? 이럴 때는 캔이 좋지 않을까?
당시의 나는 흙이 습해서 종이는 좋지 않다거나, 묻기 때문에 밀폐성이 높지 않으면 내용물이 망가진다거나 납득할 만한 근거나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종이는 좋지 않을 거라는 것만 대충 알았다.
「아......」
시마쨩이,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조금 망설인다.
「...뭐  괜찮을거야. 어쨌든 넣어버리자. 어차피 비닐봉지에 싸서 묻어버릴 테니까! 괜찮아~ 괜찮아~
어안이 벙벙 웃는 시마쨩을 보니 이상하게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 상자에 미래의 자신을 위한 선물을 넣는다.
나는 시마쨩과의 투샷사진을 넣었다. 
뒷면에는 간단한 메시지를 썼을 것이다.
시마쨩은 무엇을 넣었을까?
어쩌면 나처럼 미래의 나에게 메시지를 쓰곤 했을까. 시마쨩은 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집착이 적어서 예상을 못하겠다.
어쩌면 의외로 자신을 향한 메시지는 제대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옆의 시마쨩이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타임캡슐을 보고 있던 것을 나는 보고 있었다.
흙을 뒤집어쓰며 묻혀가는 타임캡슐을 보면서 도대체 이걸 파낼 때쯤엔 어떻게 됐을까 하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게 설마 혼자 진흙투성이가 되면서 파내게 되리라고는 당시에는 생각도 못했는데...
작업을 시작한지 이제 20분 정도 지났다. 아직 안 나왔다.

초등학생이었던 것에 비해, 깊이 묻어 있던 것에 새삼스럽게 놀란다.
둘이서 묻었는데 혼자 파헤치니까 2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 기억하지 않으면 좋았을텐데
적어도 한 명 더 옆에서 웃어줄 만한 누군가를 불렀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와 시마쨩만의 『벚꽃』의 추억에, 누군가를 넣다니, 절대로 싫었다.
가슴이 죄여온다.  구부리고만 있으니 숨을 쉬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멍하니 고개를 들어본다.
머리 위에 피는 벚꽃은 기분 좋은 봄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흩날린다. 내 기분은 모르는 것처럼 너무 예뻤다.
그리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시 삽을 들고 파내려가니 드디어 타입캡슐이 나온거같다.
흙을 손으로 털어내자 『고기의 나가후지』라고 인쇄된 비닐봉지가 나왔다.
옛날 물건인 만큼 지금의 봉지와는 글씨 디자인이 달랐다.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비닐봉지는 당시 시마쨩이 말한 대로 생각보다 튼튼했다. 구멍조차 뚫지 않았다.
안에는 약간 색이 바랜 초콜릿 상자가 들어 있었다.

몇 년 만의 재회다.
......그러고보니 고등학교 때 둘이서 시내에 나갔을 때에도 시마쨩은 같은 초콜릿을 샀었지. 발렌타인데이 전날이었나?
내가 남자친구에게 줄 거야?라고 물었더니 고등학생인 시마쨩은 친구에게 줄 거라고 했다.
흠, 그때는 흘려 듣는척을 했다.

하지만, 시마쨩으로부터는 명확하게 『옛날』『현재』를 분리하는 것 같은…아니, 격리시키는 선을 그었다.
어떻게 만난 친구야? 라던지 옛날의 나와 비교하면 얼마나 사이가 좋아? 라던지.

사실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싶었는데 가슴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에서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만약 그때 내가 그 초콜릿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그 자리에서 열고 바로 먹었을까?
아니, 집에 가져가서 보관해 둘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흙을 털어낸 비닐봉투를 들고 갈아엎은 흙도 그대로 옆 벤치에 걸터앉는다.
자, 무엇이 나올까.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상자는 열렸다.

위에는 내가 넣은 사진이 있었다.
기억대로 시마쨩과의 투샷. 일단 뒷면도 확인해 보니, 역시 뭔가 써 있었다. 이건 나중에 읽어보면 되니까.
상자에는 한 장 더 들어 있었다. 사진이었다.
조금만 더 기대해본다. 어쩌면...
뒤집힌 사진을 뒤집자 초등학생 시마쨩과 개 한마리가 찍혀 있었다.
사고가 멎는다.
얼마동안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 분명히 시마쨩의 할머니 집에서 기르고 있는......이름은 곤이었나? 응, 맞아. 맞아.
「역시 그렇지...」
사진 끝에는 분홍색 글씨로 곤과 계속 함께 있을 수 있기를!』라고 적혀 있었다. 시마쨩의 필적인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상자에는 두 장의 사진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파낸 흙을 평평하게 고르고, 목장갑과 삽을 방금 나온 『고기의 나가후지』 비닐봉지 속에 버린다.
초콜릿 상자는 가방에 넣었다. 텅 비어서 무게가 없다.
아마 시마짱은 나처럼 파헤치러 오지 않을 테니까. 시마쨩의 본가는 예전과 다름없는 주소라고 엄마에게 들었다.

사진은 내일이라도 보낼까?
결국 나는 무엇을 기대했을까?
시마쨩 옆에 있던 그 시절이 이미 먼 『옛날』이라는 것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나는 단지, 그 시절의 시마쨩이, 나에게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싶었을 뿐이다.
둘이서 나란히 서 있던 때를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싶었을 뿐.
그런 건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다음에 또 보자 답장이 있지 않을까 하고 제멋대로 기대하고 있었어.
벚나무 밑에 묻혀 있던 것은 시체가 아니었다.
나였다.
죽지 않았다, 나다
투샷 사진 뒷면에는 이런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시마쨩과 함께 할머니가 되어서도 놀고 매일매일 함께 지내자
옛날 내가 쓴 서투른 글씨를 읽을수록 번져서 뿌옇게 흐릿해진다.
내 옆을 스쳐 지나가듯 봄바람이 분다.
손에 닿는 온도가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
따스한 바람이 뺨을 어루만진다.
하지만 나에게는 조금만 차가웠다. 참다못해 떨렸다.
연분홍색 꽃잎이 흩날리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있을 리 없는 시마쨩의 그림자와 옆에 늘어선 실루엣이 떠올라 바람이 일으킨 벚꽃 소용돌이에 쓸려 나갔다.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였다.
그래도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시마쨩.
다음에 또 보자 이제 안 할 테니까.
「바이바이 시마쨩」


마침내 말할 수 있었어

 

 

「끝」

 

 

SS출처: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148469